배터리 분할 예고한 SK이노 “5년간 30조 투자”
투자금 확보위해 물적분할 검토… 이르면 연내 본격 작업 나설듯
“2025년 영업익 2조5000억 기대”
석유화학 사업 친환경 전환 확대 “2027년 플라스틱 전량 재활용”
배터리 누적 수주량 전기차 1400만대분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글로벌 배터리 누적 수주량이 1테라와트시(TWh·전기차 1400만 대 분량)를 넘어 글로벌 상위 3위권 수준에 도달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뉴시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부 분할 검토를 공식화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한 데 이어 SK도 배터리 신설 법인 출범을 예고한 것이다.
1일 SK이노베이션은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김준 총괄사장, 김종훈 이사회 의장,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 등 전사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총괄사장은 이날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이제 시장에서 우리를 (정유사를 넘어)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인식해 주시기 시작한 것 같다”며 “SK이노베이션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위해 배터리 사업 등의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재무적 성과를 넘어 시장의 신뢰 등 기업의 총체적 가치를 높이자는 SK그룹의 경영 전략이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물적 분할 방식으로 연내 분할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외 생산시설을 늘리는 과정에서 투자금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자금 마련을 위해 분사 이후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지 대표는 이날 “배터리 공장 증설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매년 2조∼3조 원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재원을 충당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사업 분사로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는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날 종가 기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일 대비 8.8% 하락했다. 이에 대해 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은 투자 지주회사로서 다양한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현재 기준 글로벌 배터리 누적 수주량이 1테라와트시(TWh)를 넘어 글로벌 상위 3위권 수준에 도달했다고도 밝혔다. 누적 수주량 기준으로 CATL, LG에너지솔루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올랐다는 의미다. 1TWh는 전기차 한 대당 배터리 공급량을 70킬로와트시(kWh)로 가정했을 때 약 1400만 대에 적용되는 물량으로, 원화로 환산하면 약 130조 원 규모다.
생산 규모 확대 계획과 영업이익 전망도 내놨다. 지 대표는 “현재 40기가와트시(GWh) 수준에서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 원, 2025년 2조5000억 원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신산업인 배터리 부문의 성장과 함께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친환경 전환 목표도 제시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이날 “2027년까지 SK종합화학이 국내외에서 생산하는 250만 t의 플라스틱 전량을 재활용하고, 제품군 중 친환경 플라스틱의 비중을 10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생산 규모 확대, 석유화학 부문의 친환경 전환 등 SK이노베이션만의 파이낸셜 스토리 실현을 위해 2025년까지 총 3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김 총괄사장은 “집중 투자를 통해 30% 수준인 그린 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