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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온 상객을 위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의 진수는 우선 눈이 즐거웠다. 예쁘고 향기롭고 앙증스러운 꽃밭이었다. 수저를 들자 혀에서 녹으면서 마냥 식욕을 자극했다. 임금님의 수라상인들 이보다 더 정교하고 사치스러우랴." 작가 박완서의 개성음식 예찬론이다. 소설 <미망>에서 박완서는 침샘을 자극하는 언어로 개성음식들을 맛깔스럽게 소개했다. 흔하디 흔한 한여름 밤의 호박잎쌈과 풋고추 된장찌개도 박완서가 묘사하면 다른 맛이 난다. 이름난 밥집 주인의 손맛이 다르듯. 개성음식이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까닭 지난달 26일부터 개성시범관광이 시작되면서 개성음식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남에 서울, 전주음식이 있다면, 이북에는 단연 개성음식이다. 한국의 3대 음식의 하나로 손꼽히는 개성음식은 결코 소박하지 않다. 재료가 다양하고, 손이 많이 가며, 매우 화려하다. 맛 칼럼니스트 정세진은 개성음식이 화려하고 사치스러워진 이유를 낱낱이 헤집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는 '개성상인'들이 여러 농축수산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측면도 있었지만, 고려의 옛 수도였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썼다. 조선 왕조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개성 사람들이 고려시대의 화려한 음식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비록 생활은 검소하게 하더라도 음식만큼은 재료와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자에게도 개성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개성시범관광 첫날인 지난달 26일 개성 자남산 려관에서 만난 '뷔페식 개성음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날 관광객들은 4개의 식당에서 점심을 들었는데, 대표적 장소는 민속려관, 통일관, 령통식당, 자남산려관이다. 우메기와 약과의 차이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음식은 우메기였다. 우메기는 각시가 시집 갈 때 시어른들에게 해 가는 폐백음식 중 하나다. 커다란 놋그릇에 각종 전과 홍해삼을 깔고, 그 위에 오리 등으로 얹은 다음, 약과와 우메기를 양옆으로 괴어서 사당에 갖다놓고 제를 올린 뒤 시어른들이 음복했던 음식이라는 것. 개성에서 맛본 우메기는 찰떡을 동그란 모양으로 빚은 다음 8각 꽃무늬로 선을 만들어 기름에 튀긴 다음 설탕과 꿀을 섞어 재두었다가 대추를 예쁘게 잘라 머리에 얹어 상에 내는 일종의 후식 같은 개념이었다. 쫄깃쫄깃한 찰떡에 달콤한 꿀물이 배어 씹을수록 맛이 나는 우메기는 어릴 적 외할머니가 다락방에 숨겨놓고 몰래 하나씩 꺼내주시던 약과와 비슷했지만 훨씬 부드럽게 씹혔다. 개성약밥은 약식과 비슷했지만 담는 그릇이 달랐다. 이남에서는 일종의 떡과 같은 개념으로 방앗간에서는 공장에서 공책을 찍듯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하나씩 비닐에 싸서 낱개포장해주지만, 개성약밥은 움푹하게 패인 주발에 밥을 퍼놓듯 담았다. 간장 농도가 이남의 것보다는 훨씬 진했으며, 대추·밤·호두·잣 등의 견과류를 넉넉히 담아 과연 침엽수림이 강한 이북의 음식다웠다. 조미료에 길들여진 화학미각은 느낄 수 없는 개성음식 맛 개성음식은 대체로 심심한 편이었고 김치조차 강한 젓갈냄새가 없었다. 남도음식처럼 맵고 짜고 향이 진하지 않고, 은근한 맛이 나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조미료에 길들여진 화학입맛들은 몇 젓가락 먹고는 금세 입을 씻었다. 독특한 자기만의 맛이 없는 맹물 맛이라는 것이다. 웰빙족들은 화학조미료가 빠진 개성토속음식에 반해 더 먹고싶다고 했지만, 차림상이 전부라 '리필'은 없다는 통보를 받아 무척 서운해했다. 서울에도 개성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있다. 56년전 개성음식을 구현해낸 최상옥 할머니의 서울 한정식집 '용수산'이다. 최 할머니는 77세의 노구에도 가끔 주방에 들어가 개성의 참맛을 검토한다. "송악산 나리는 안개, 용수봉에 굳은 비 되어 선죽교 맑은 물에 원앙선을 띄워놓고, 밤중만 월색을 좇아 장취" 최상옥 할머니가 즐겨 부르는 구전가요 '개성난봉가'다. 형식은 '진주난봉가'와 비슷하나 매우 짧다. 노랫가락은 서정적이다. 개성을 대표하는 송악산과 용수산, 선죽교를 그리며 개성사람들이 흥에 겨울 때 부르는 노래란다.
"개성 우메기는 주로 잔칫날 먹어요. 우메기 대신 약과도 많이 먹지. 찹쌀로 한 게 우메기라면 밀가루로 한 건 약과야. 우리 개성사람들은 고수를 참 잘 먹어요. 이남 사람들은 잘 안 먹지. 개성에 고수나물이 참 많았어요. 들에 나가 고수나물을 뜯어다가 깨끗이 다듬어 씻은 다음 소쿠리에 건져 물기가 빠졌을 때 간장, 마늘, 파, 참기름 갖은 양념을 해서 설설 까불어 먹으면 돼. 참 맛있지." 개성채나물과 청포묵이 만나면 탕평채 개성채나물도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무와 숙주, 미나리를 각각 새콤달콤하게 양념해 무친 다음, 그걸 한 켜씩 쌓아 한번에 섞어 먹는다는 것이다. 청포묵무침도 양념간장에 버무려 먹는 게 아니다. 청포묵도 개성식이 따로 있다. 청포묵을 쑨 다음 아주 얇고 길게 썬 다음 소고기도 같은 크기와 길이로 잘라 따로 볶고, 오이나물도 조물조물 무치고, 표고버섯나물, 숙주나물도 각각 무친 다음, 참기름, 깨소금, 소금을 조금 넣고 살살살살 묵이 깨지지 않게 무쳐 낸다. 최 할머니는 "우리 자랄 적에는 개성채나물과 청포묵을 따로 한 접시에 담은 다음, 그걸 한데 섞어 먹으라고 했다"며 "옛날부터 하도 당파싸움을 많이 해서 섞어 먹으면서 싸움하지 말라고 어른들이 가르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유래된 음식이 '탕평채'라는 것이다. 탕평채의 사전적 의미는 초나물에 녹두묵(청포묵)을 썰어 넣고 무친 음식으로 조선 영조 때, 탕평책(蕩平策)을 논하는 자리의 음식상에 처음 올랐다는 데서 유래했다. 영구히 분단을 끝내려면 계속 개성채나물과 청포묵을 섞어 탕평채로 만들어 먹어야 할까? 단골손님 고 정주영 회장이 즐겨찾던 제육보쌈
"절인 배추를 세워놓고 밤, 대추, 실고추, 잣 등의 갖은 양념을 사이사이 끼워 넣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다보면 다 쏟아지고…. 그걸 잘 만드는 게 기술이지. 개성음식은 참 손이 많이 가요. 어느 하나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없어. 정성이 많이 들어가야 맛이 나요."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를 동시에 무와 함께 넣고 찜하는 무찜도 개성음식의 별미 중 별미지만, 지금은 북도 남도 이 음식을 옛맛 그대로 재현하는 곳이 있을까 싶단다. 개성제육보쌈은 20여가지 약초를 넣고 삶아야 제맛이 날 정도로 참 어려운 음식이라고. "정주영씨가 제육보쌈을 참 좋아했어요. 생전에 고향 생각하면서 혼자 두 접시씩 먹고 가곤 했지요. 장떡(장땡이) 알아요? 이것도 개성음식인데, 된장을 담글 때 약간 싱겁게 담아서 얼개 위에 된장을 쓸어 내린 다음, 돼지고기, 마늘, 생강을 갈아넣고, 깨를 많이 넣은 뒤 한번 찐 뒤 말리고, 또 한번 쪄서 말리고 몇번 그렇게 해서 먹으면 참 맛있어."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먹기도 하고, 처음 먹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맛이야?'하고 만다고 한다. 최 할머니가 해외국빈은 물론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이유는 손 끝에 개성음식맛을 그대로 보전해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몸이 불편해 예전처럼 왕성하게 음식을 할 수 없어 후학들에게 부뚜막을 내줬지만, 그래도 절대미각은 사라지지 않는 듯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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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욱~!!!먹고싶어 미치겠네~!!!!난몰라!!
배가고파요.....ㅜ.ㅠ
하이고오..배고파라...정말 맛나겠당...오오오!!
김치 먹고싶다 T^T
그런데...서울음식이 우리나라 3대 음식이었나? ㅡㅡ;; 서울음식이 뭐지?
너무 양이 작다;
ㅡㅠㅡ 최고다... 세계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리고 겨우 몇몇 식당에서야만 맛볼 수 있는 맛이겠지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