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째>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 일시 : 육일째 4월 8일 (금) ● 날씨 : 맑음
● 함께 하신분 : 법일 / 중현 / 행법 / 유연 / 유정길 / 여강 / 송연보살 / 최지현 / 금강화보살 (9명)
● 도보 길이 총 : 11.5km ● 자전거 : 11대가 지나갔음
● 일정 : 05:00 미륵사 아침예불 - 명상
06:30 아침공양
07:10 원일 주지스님과 대화
08:10 미륵사 출발
09:00 걷기시 출발 나주영상테마파크
09:20 죽산보 도착 :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사무처장
영산강 4대강 개발의 실태
09:30 최지현씨 현장 강의
10:30 죽산보 출발
12:00 오량쉼터 (영산교 전)
점심식사 : 완도 신흥사 (임방실, 황정윤, 최홍님) 신도
02:00 출발
04:00 나주 상하수도 사업소 탑승 (펌프장)
04:20 나주시 보건소 - 사전투표
05:10 복암사 도착
05:30 저녁공양
06:30 저녁예불
07:30 주지스님과 인사
08:00 전체 모임 회의 및 나누기
09:40 취침
* 특이사항 :
1) 완도 신흥사 신도님들이 점심 공양준비해오심, 보시금 100만원
- 임방실, 황정윤, 최홍님
2) 나주 보건소에서 국회의원 사전투표
미륵사
대한불교조계종 덕룡산 미륵사 회주 원일스님
전남 나주시 봉황면 세남로 408-64 (미륵사)
미륵사에서
● 미륵사의 대웅전 위 언덕에는 미륵부처님이 계십니다. 우리는 그 너머에 새로 지은 선방에서 취침을 했습니다. 저녁에 추웠지만 아침에는 아주 따뜻했습니다. 5시 새벽예불을 마치고 천수경까지 하고나니 1시간이 흘렀습니다. 6시 30분 새로한 따뜻한 밥을 공양주 보살님이 정성을 다해 만들어주신 아침공양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 식사후 주지 원일스님의 방에서 함께 차를 마셨습니다. 깨끗한 찻잔에 맛있는 차를 대접해주셨고, 귀한 커피까지 만들어 주셨습니다. 주지 원일스님은 작은 키이지만 단단하고 큰 활동을 하시는 분입니다. 현재 백양실버타운 요양원 이사장이자, 광주에 유일한 불교학교인 정광중고등학교(정광학원)과 세지중학교를 운영하는 (벽상학원)의 이사장으로 계시면서 미륵사를 건사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여러 기관의 이사장을 맡는 일은 신경을 많이 쓰이는 일인데 의연히 해내시는 듯합니다. 스님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출발했습니다. 는개(안개같은 비)인지 운무(雲霧)인지 모르겠지만 아침 자욱한 안개속에 우리는 절을 떠났습니다.
육일째 다시 출발선에서
● 미륵사에서 출발하여 도착한 나주영상테마파트 뒤편의 길에서 우리는 둥그렇게 모여앉아 자애경을 읽었습니다. 자애경을 읽으면 항상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생명에 대한 이렇게 깊은 통찰이 또 어디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둥그렇게 삼배를 한뒤 일어나 출발합니다.
● 왼편에 도도히 흐르는 듯 흐르지 않는 영산강 주변은 안개로 뿌옅습니다. 강을 개발한 뒤에 영산강은 거대한 하구둑, 죽산보, 승촌보로 막힌 3개의 호수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안개가 많이 낍니다. 안개가 많으면 햇빛을 그만큼 차단해서 일조량이 적어지고, 그로 인해 식물의 발아 및 개화 시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조기개화되기도 하고 미개화 현상도 자주 발생합니다. 또한 대기중에 수분이 많아져 잎 도열병같은 병충해가 자주 발생하고 그로 인해 썩기도 하는등 많은 문제를 끼칩니다.
죽산보에서
● 9시30분경에 약속했던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사무처장과 죽산보에서 만났습니다. 아침일찍 나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죽산보를 가까이 보니 악취는 심했습니다. 이것이 영산강의 실태입니다. 죽산보의 위를 넘쳐흘러 떨어지는 강물이 만들어낸 거품, 그리고 그 거품들이 주변 가장자리에서 모여 녹조를 만들고 있고 그것이 심각한 악취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죽산보의 옆에 배가 지나다니라고 있는 통선문은 아마도 건설초기 전시용으로 보여준 이후에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어제 비가와서인지 수많은 작은 달팽이들이 길바닦에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생태습지에 들어갔을 때 그 작은 고둥(소라, 달팽이?))은 작은 은색실을 풀어놓은 것처럼 줄그림을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끈끈한 점액부분이 다리라 땅을 밀어내고 나가면서 만들어 놓은 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인간이 황폐화시키지만 이렇게 작은생명들의 작업으로 다시 생명은 살아납니다.
● 조금 지나다 보니 죽산보 수력발전소가 있습니다. 옆에는 물고기들이 다니도록 계단처럼 어도(魚道)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구역은 본래 강이 만곡으로 돌아가는 사행천인데 중간을 잘라 직강하천으로 만들고 본류에서 인입되는 부분을 작은 낙차를 이용하여 소수력발전을 만들어 가동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승천보옆 소수력발전소와 함께 2011년부터 약 30억원을 들여 설치했지만 약 2012년과 2년간 1억1000만원의 적자를 냈고 애초의 발전량의 반도 채우지도 못했다고 해서 가동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곳입니다.
수변 생태습지
● 소수력발전소를 지나고, 죽산교 바로 다음에 조성된 수변생태공원입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생태습지를 없애고 이렇게 다시 인공으로 조성해놓았습니다. 이렇게 조성된 인공습지는 완공된 뒤에 특별한 관리가 없어 추레하기도 하지만 몇몇 곳은 데크가 부서진 곳도 많고 그저 작은 달팽이들과 고라니똥들만이 길에 보일뿐입니다.
● 영산교를 지나서 들어간 생태습지는 그나마 강물을 가장 가깝게 볼수 있는 곳이었는데, 역시 강가를 따라 초록색의 녹조인 파래같은 해캄이 번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변에 토사가 밀리 않도록 만들어 놓은 나일론 그물을 따라 수많은 해캄과 녹조들이 엉겨붙어 있고 중간중간 잉어나 물고기들의 사체들이 흰배를 드러내고 썩어가고 있습니다.
● 그 위의 강가 습지의 한 웅덩이에는 물고기들이 수십마리가 파닥거리고 있습니다. 이 웅덩이에 산란기의 물고기들이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온 듯합니다. 마치 대기오염으로 위기를 느끼는 남산 소나무가 솔방울을 많이 만들 듯이 식물과 동물들은 고통을 받으면 종족번식을 많이하려고 합니다. 영산강의 물고기들은 이 열악한 상황에서 종족번식을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완도신도님들이 정성껏 준비해온 공양
● 점심시간에 완도 신흥사의 신도님들이 식사준비를 해오셨습니다. 이전 주지스님이셨던 단장 법일스님을 아끼는 신도님들이 3분이 온갖 정성을 들여 멀리부터 음식을 싸가지고 오신것입니다. 맛이 예술입니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다 보시까지 해주셨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 동강교 밑을 지나면서 그늘에서 쉬었습니다. 그러자 부추김 반 의지 반으로 중현스님의 노래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의 예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은 했지만, 춘향가중에서 <쑥대머리>를 이렇게까지 잘 부르실줄 몰랐습니다. 특히 행법스님도 만만치 않은 노래 실력을 갖고 계시지만 위트와 유우머가 어찌 저리 절묘한지 우리는 걸으면서 깨알같은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벚꽃이 비가 되어 흩날리는 가야산을 돌아
● 나주에도 가야산이 있더군요. 이 가야산 근처에 소를 키우는 축산지가 있습니다. 동네입구부터 냄새가 심합니다. 그래서 강가근처라서 분뇨처리 등은 잘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영산강에 그냥 방류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울텐데 말이지요. 가야산 기슭의 언덕을 오르는 길은 벚꽃터널이 정말 멋지고 산벗꽃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나주 위생처리 관리소를 지나 영천사 가는 길에 가야산에서 내려다보는 영산강에 정자가 있습니다. 마치 낙화암 같은 분위기로군요.
사전투표를 하고 복암사로
● 4시경에 정수펌프장에 도착했습니다. 부지런한 금강화보살은 이미 머릿속에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를 다 궁리해놓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사전투표소로 보낼 계획을 작정이었습니다. 우리는 금강화보살의 의도에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운전대를 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투표하는 사이에 광주 환경운동연합 최지현씨를 그분의 차가 있는 죽산보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나주보건소에서 투표를 모두 마친뒤에 오늘의 숙소인 복암사로 올라갔습니다. 경사가 대단히 심한 곳입니다. 비구니 사찰인데 스님뿐아니라 신도들도 걸어다니기 정말 어려운 곳같습니다. 물론 비탈을 잘 살려 요사를 지었고, 대웅전은 아주 정갈합니다. 예불을 마치고 자애경을 읽고 삼배를 한 뒤에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 역시 주지스님께서 준비해주신 음식과 낮에 먹고 남은 것으로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해습니다. 법일스님은 오후 불식을 하고 계시지만 다른 사람들은 남도에서 매번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지 않는 것은 남도음식과 준비해주신 분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하며 마구마구 열심히 먹었습니다. 본래 100일 수행길에 작정했던 몸매관리는 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