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크게 나빠지고 있던 즈음 내 친구
한 명이 나의 회사를 찾아와 아주 솔깃한
이야기를 하며 좋다고 하는 정보를 주었다.
동해시에 아주 용한 점쟁이가 산다는 것이다.
그는 무속계에서는 대통령급이라고 하며,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훤히 내다보면서
또한 신통방통한 처방까지 내린다고 한다.
나는 토요일 아침,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여보, 바람이나 쐬러 드라이브 갑시다.”
결국 빨간 깃발이 꽂힌 무당집 앞에 도착했다.
“이 점쟁이가 유명한 족집게 보살이라는군.
요즘 도무지 되는 일이 없어 점을 봤으면 싶어.”
아내는 아무 말도 없었고 나도 선뜻 그 집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들어갈 수 없었다.
“여보, 우선 점심이나 먹고 나서 다시 옵시다.”
아내와 함께 점심을 먹은 후, 다시 무당집에
당도했지만, 이번에도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만약 저곳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염불수행을
해온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그때 아내가 내 손을 잡으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여보, 무당집에 들어가는 것이 내키지 않지요?
저에게 생각난 아주 좋은 한 가지 묘안이 있어요.
내일부터 절에 가서 새벽예불 기도에 나갑시다.
부처님께 정말 집중적으로 한번 매달려 봅시다.”
아내의 권유에 나의 마음이 아주 크게 흔들렸다.
점을 볼 것인가, 새벽 예불기도에 참가를 하는가,
평생 아주 중요한 선택이 내 앞에 놓여 있었다.
어치피 망해 가는 회사이니, 염불기도라고 정말
목숨을 다해 한 번 해 보자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절 법당에서 스님과 기도했다.
그러나 회사는 여전히 어려웠다. 기술 파트너였던
일본의 후지쓰 회사는 우리 부도에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그 일본 후지쓰 회사로부터 제안이 들어왔다.
“우리에게 직접적인 책임은 없으나, 우리 회사도
일본 사회에 미치는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판매한 제품에 애프터서비스는 책임져야 한다.
우리 자본을 모두 투자해 한국 법인회사를 설립하겠다.”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IMF의 찬바람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가
확정된 것이다.
새벽예불 기도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주신
부처님께서 흔쾌히 주신 가피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