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모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느림보 회원님들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 올립니다.
등산을 시작하면서 올바른 “등산화 끈 묶는 법”을 알지 못한 채 등산을 다녔다.
산행 도중 등산화 끈이 자주 풀려 힘든 적이 많았다.
풀린 끈을 다시 묶다보면 그사이 일행은 벌써 저만치 앞서 가 있고, 허겁지겁 일행을 쫒아 가다보면 초장에 힘이 빠져 그날의 산행을 망친 적이 많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등산의 지식 가운데 분명히 올바른 “등산화 끈 묶는 법”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검색하여 "끈 묶는 법"을 찾아 그 방법대로 묶고, 또 묶기를 반복한 끝에 등산화 끈을 신속하게 묶을 수 있는 수준으로 완전히 익혔다.
이 방법을 알고 나니 얼마나 편하던지.. 이후의 산행에서 한 번도 등산화 끈이 풀어진 적이 없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까지 이 방법을 알려주며 등산을 다니고 있다.
명절 때 친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나, 또 작은 등산모임시 이 방법을 가르쳐주면 다들 좋아하며 배우고 고맙다고 칭찬까지 받으니 이 얼마나 유익한 지식인지..
이 끈 묶는 법을 주위사람들에게 전하면서 나름대로 놀란 것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끈 묶는 법을 알지 못한 채 등산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등산화 끈 묶는 법을 주윗분들께 전하면서 겪었던 재미난 애피소드]
작년부터 손가락 피부에 이상이 생겨 동네 피부과 의원에 다녔는데 잘 낫지가 않아 올해 여름에 인근에서 좀 떨어진 유명한 피부과 의원을 찾아갔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진찰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병원은 진료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한꺼번에 3명씩 진찰실에 입장시켰다.)
65세가량의 마음씨 좋아 보이는 피부과 원장은 내 손가락을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원장 : 이것은 손가락 피부의 각화증입니다.
나 : 예~ 에~? (무슨 말씀이신지?)
원장 ; 손가락의 피부층이 파괴되어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당분간 약을 바르고 손에 물을 묻히지 않아야합니다.
나 ; 저~ 제가 손에 땀이 많은 체질이라서,,그리고 일주일에 한두번 등산을 다니는데 그것도 그만두어야 합니까?
원장 ; (표정이 달라지시며) 등산을 좋아 하세요. 그러나 당분간 삼가야 되겠지요. 그런데 어느 산에 주로 가세요?
나 ; 동네 산에 갈 때도 있고, 또 때로는 지방에 있는 산에 가기도합니다.
원장 ; 좋으시겠습니다. 저도 등산을 좋아 하는데 일 때문에 자주 못가고, 주말에 한번정도 가는데, 그것도 다른 일이 생기면 못가기도 하고..
나 ; 원장님! 혹시 등산화 끈 묶는 법 알고 계세요?
원장 ; 아! 그거 잘 몰라요. 산행중에 자주 등산화 끈이 풀려 애를 많이 먹습니다.
끈을 바꾸어 보기도 했는데 그래도 잘 풀려서.. 혹시 알고 계시면 좀 가르쳐 주세요!! (원장님은 내 의사를 물어 보지도 않고)
김양아! 옆방에 있는 내 등산화 좀 가지고 와요. (항상 등산장비가 준비되어 있는 모양이다.)
나 ; (등산화를 잡고 시범을 보인다.) 요렇게 잡고 한번 묶고 어쩌구 저쩌구.. (시범을 보이고 나서)
이제 원장님이 직접 한번 해보세요.
원장님 ; 이렇게 하면 됩니까? 어~라 잘 되네..
(진찰실의 분위기가 갑자기 등산 강좌실로 변해버렸다.)
덕분에 잘 배웠습니다. 약 잘 바르시고 보름후에 오세요.
나 ;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세요.
그 후 한 달이 지나 약이 떨어져 의원을 다시 찾았다.
원장 ; 아 ! 이선생 왜 이제야 오세요!
나 ; ??
원장 ; 이선생이 가르쳐준 끈 묶는 법 그 때는 잘 되었는데, 며칠 후 산에 갈려고 묶어보니 잘 안됩디다.
그후 이선생 오시길 많이 기다렸습니다.
여기 보세요! 진료차트에 표시까지 해 놓고..(진료 차트를 들어서 내게 보여주시면서)
김양아! 빨리 가서 등산화 가지고 오고, 이양은 이선생 드실 시원한 음료수 한잔 가져 오고. (진찰은 할 생각도 안하신다.)
나 ; (시범을 보인다.) 원장님! 이번에도 안되시면 아가씨들 보고 인터넷에서 뽑아 달라고 하세요.
원장 ; (들은 체도 안하시고) 김양아! 너도 등산 좋아하지? 여기와서 같이 배워보자.
(그리하여 또 등산 강좌가 시작되었고, 진료실 안에서 대기 중인 2명의 환자들은 따가운 시선을 내 등에 꽂기 시작했다.
“빨리 진찰 받고 약 지어서 가야하는데, 잘못하다간 길가에 세워놓은 차에 주차위반 딱지 붙는데, 원장님은 진찰할 생각도 안하고 등산화나 붙잡고 있고, 저 진상은 같이 난리를 치고 있으니.. 아이구 죽겠네~~”하는 심정으로..)
나 ; 원장님! 환자들이 많이 기다리시는데요.
원장 ; 괜찮아요! 나는 하루 종일 저들을 위해서 일하는 데, 저들도 가끔은 나를 위해 기다려 줄 수도 있지 않습니까? (허긴, 명언이다. 아무튼 병원에서는 의사가 왕이니까?)
(셋이서 등산화를 붙들고 다시 씨름을 한다. 원장과 김양 두사람이 번갈아 가며 서너번씩 반복하여 실습한다.)
원장 : 이제 될 것 같은데, 옳지! 이 방법을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고 공짜술 좀 얻어먹어야지..
이선생! 이것 말고도 등산에 좋은 것 알고 계신 것 있습니까? (점입가경이다.)
나 ; 원장님! 등산하실 때 스틱은 사용하세요?
원장 ; 친구들이 스틱을 자꾸 권하는데 아직 스틱을 사용하지 않아요.
들고 다니기 불편 하고, 또 스틱을 갖고 다니는 것이 “나, 노인입네”하고 티내는 것 같아서.. 하긴 관절보호에는 최고인데..
나 ; 나이가 드실수록 무릎과 발목의 관절을 미리미리 보호해야 등산을 오래오래 다닐 수 있답니다.
관절보호엔 산행시 스틱을 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졸지에 내가 정형외과 의사가 되고 원장은 환자가 되어 버렸다.)
원장님! 다음에 올 때 제가 스틱 사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그제야 진료를 다시 시작하신다.)
원장; 약 꾸준히 잘 바르시고 이번에는 한 달후에 오세요.
그 후 석 달이 지났는데도 그 의원에 가지 못했다.
원장님이 등산화 끈을 잘 묶고 산행을 다니시는지?
또 잊어버려서 내가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는 않는지?
궁금하지만.. 그러나 그때 당시 이번에는 꼭 배워야겠다는 원장님의 굳은 의지를 볼 때 분명히 제대로 익혀서 잘 활용하리라 여겨진다.
또 원장님의 적극적인 성격을 생각하면 친구들에게도 자랑하며 가르쳐 주었을 것 같다.
친구들로부터 제대로 한턱 대접을 잘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이런 말씀은 하셨을 것 같다.
“내게 오는 환자 중에 등산고수 한분이 있는데 그 분을 졸라서 배웠지 뭐야, 다음에는 스틱 짚는 법도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니네들 기다려 봐!!
그런데 내가 병을 너무 빨리 고쳐주었나? 올 때가 지났는데도 아직 안 오니..”
인터넷에서 배운 한가지 지식으로 뜻밖에 나는 등산고수가 되었고, 더불어 유명한 의사를 제자로 삼게 되었으니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
공자가 말씀하시길 “배우고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 [“논어”의 “학이 편”에서]
* 참고로 제가 배운 것은 긴 끈, 중간 끈, 짧은 끈의 세 가지 묶는 법인데 저의 경험상 긴 끈 묶는 법을 가장 많이 씁니다.
끈의 길이에 따라 이 방법을 잘 활용하면 일상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입니다.(운동화나 신사화등등)
또 산행중 비상시 끈연결이 필요할 때도 이방법으로 잘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모든 지식이 그러하듯 반드시 반복 연습하여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편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을 익혀서 주위사람들에게도 잘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가락은 나았느냐”고요? 불행히도 아직.. 원장님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꾸준히 바르지 못하는 저의 게으름 탓인가 봅니다.
다음에는 등산 스틱에 관한 얘기를 쓰겠습니다.
회원님들! 늘 건강하시고 안전하고 행복한 산행하세요!!!
2006.12.14 점심식사를 기다리며..
1.짧은 끈 묶기
2.중간 끈 묶기
3.긴 끈 묶기
첫댓글 등산화 끈 묶는법 사진인것 같은데 배꼽 표시 만 달랑 보이고 사진은 안보이네요 어케하면 잘매나요? 설명해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청이님!
지금도 안보이시나요??
감사합니다 잘보입니다. ㅎㅎ
저도 한마루님하고 똑같은경험을했고 지금도여전히~~^^
다음에뵈면 잘배워둬야겠네요
재미있게 글도잘쓰시고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다음 산행시에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림을 보면 제가 매는 방법과 같은데....
다음엔 저도 한수 가르쳐주시지요..ㅎ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