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정을 떠나도 가정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 내면화된 상처는 물리적 환경을 떠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상처는 무의식 속에 각인이 되어, 결혼 후에도 자신이 성장한 가정환경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어릴 때 성장하면서 가지게 된 욕구, 딜레마,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결혼 후에도 함께 가지고 가게 되고, 결혼 생활에서 과거 어릴 때의 가족과 관계에서 생긴 문제가 다시 등장하게 된다. There and Then의 상처가 결혼 후 Here and Now에서 표출된다. 현재의 너와 내가 만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 입은 내면아이가 서로 만나 갈등을 야기하는 것이다.
어릴 때 충족되지 못한 욕구에서 치료되어 자유롭게 되지 않았다면, 현재의 결혼 생활에 과거 문제가 재등장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과거는 현재 속에서 살아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는 무의식속에서 현재의 의식을 통제한다. 인간의 정신은 의식과 무의식은 정신의 세계에서 중요한 두 체계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인간의 정신이 의식의 세계와 무의식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는데 기초한다. 의식과 무의식은 빙산으로 비유한다. 물속에 있는 속에 있는 부분은 무의식이고 물 밖에 나온 부분은 의식이다. 무의식이란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면서도 그 당사자에게 의식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하는 모든 행동은 무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마음, 특히 무의식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근원적인 동력을 규명하고자 했다. 그는 자기분석과 임상경험에 근거하여 무의식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추동(drive), 즉 내면적인 욕망과 충동이라고 생각했다. 추동은 개인을 어떤 방향으로 몰아가는 내면적인 힘으로서 무의식적인 심리적 과정을 통해서 개인의 행동과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 프로이드는 이러한 추동의 본질을 밝히고 추동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인 과정을 규명하는 것이 정신분석의 주된 과제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자신이 성장한 가정에서 감정적인 억압과 상처를 많이 받을수록 결혼해서 배우자 관계에서 문제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대의 커튼은 내려지지 않고 똑 같은 시나리오는 반복되고 그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부부는 자기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문제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서로가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부부간에 가장 쉽게 쓰는 방어기제는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이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투사를 통해서 상대방 탓을 하고,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한다.
부부의 문제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기에 복잡하다. 서로의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를 넘어서 역투사와 투사적 역동일시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문제의 해답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갈등이란 단어가 있다. 갈등의 어원은 갈(葛)을 뜻하는 칡나무와 등(藤)을 뜻하는 등나무의 덩굴이 도는 방향이 서로 반대라 마치 매듭처럼 얽혀 있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왼쪽으로 감는 칡과 오른쪽으로 감는 등나무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사는 것이 쉽지 않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함께 살면서 '갈등'을 피하긴 어렵다. '부부의 속사정은 부부만 안다'라는 말이 있다. 두 사람의 문제는 당사자가 해결하지 않으면 관계를 개선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부부 갈등이 생겼을 때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 말고, 내가 먼저 변화하는 것이다. “나나 잘하자, 있을 때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