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5. 불날. 날씨: 파란 하늘 아래 가랑잎이 날린다. 바람도 그리 차지 않다.
아침열기-누룩빵 반죽하기-수학(분수 소수 사칙연산, 스타돔 도형)-점심-청소-해금/사물놀이-5,6학년 영어-마침회-교사회의-우리말 글 연수
[경험과 과정]
아침 산책 길이 시원합니다. 원서는 내일 날씨가 좋으면 축구한다고 줄곧 말하며 아침을 여네요. 텃밭에 들려 이번 주 뽑을 배추와 무를 둘러보니 크게 잘 자랐습니다. 가을 김장 농사가 잘 된 셈입니다. 땅콩을 빨리 캐야겠는데 나무날 배추와 무 뽑을 때 같이 캐는 수밖에요. 자색 무를 하나 뽑아들고 교실에 들어오니 빵 구울 준비하는 2학년 아이들 소리로 강당이 떠들석합니다. 아이들과 막걸리 항아리를 열고 효모가 들려주는 음악 소리를 들어보는데 운동량이 대단해서 소리가 아주 커요.
"꼭 자갈이 굴러가는 소리 같아요."
"항아리 밖에서도 들려요."
아이들도 좔좔좔 흐르던 소리보다 더 크다 하네요. 어른들이 마시는 막걸리가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맛있는 술빵으로 기억나고, 미생물이 벌이는 놀라운 운동을 관찰할 수 있어 좋습니다. 여름에 땀흘려 누룩을 만든 보람이 있어요. 그동안 술빵을 만들어왔는데 이제 누룩빵을 만들기 위해 저울에 누룩과 밀가루, 물과 설탕 양을 잰 뒤 반죽을 합니다. 9월에 높은 학년이 함께 한 빵 굽는 공부에 이어 누룩 효모로 발효를 시켜 빵 만들기를 이어가네요. 이틀이면 누룩 빵을 구울 수 있으니 학교살이에서 맛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겠습니다.
교실로 들어와 합주로 음악을 즐기다 하루 흐름을 나눕니다. 과목마다 갈무리할 게 많습니다. 오늘도 스타돔을 하나 만들며 스타돔 만드는 방법을 익힙니다. 잠깐 쉰 뒤 수학 셈으로 분수, 소수 사칙연산을 익힌 뒤 그동안 만든 스타돔을 꺼내 원의 면적과 둘레를 구해 스타돔 크기를 가늠합니다. 저마다 만든 게 조금씩 달라 지름이 다르게 나오니 둘레와 면적도 달라요. 다각형 넓이, 높이와 부피까지 줄곧 계산해 갈 것이니 스타돔이 자연스레 셈을 익히는 도구가 되는 셈입니다. 이제 활대를 어느 정도 크기로 만들면 우리가 만들 스타돔 면적을 구할 수 있게 됐어요. 다음 주 큰 대나무활대로 스타돔을 만들며 다시 확인하며 연습한 결과물로 멋진 놀이터가 나오겠습니다.
1층 강당 청소를 함께 하는 동규가 걸레 닦기를 잘해서 칭찬을 줄곧 받고 어제에 이어 오늘은 누나들이 걸레를 빨아주어 아주 좋아합니다. 내일은 누나들 걸레를 빨아야 하는 것도 잘 알겠다 말합니다. 11월부터 불날로 바뀐 해금 수업 때문에 낮 공부는 5, 6학년이 줄곧 같이 공부합니다. 해금 수업 뒤 사물놀이를 하는데 다 함께 사물놀이를 한 뒤 북잡이들끼리, 장구끼리, 쇠와 징이 따로 연습할 시간을 주니 정말 열심입니다. 어린이가 어린이를 가르쳐주며 함께 장단과 가락을 연습하며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정말 예쁘고 어린이들 평가도 좋습니다. 따로 연습한 뒤 다 함께 모여 치니 훨씬 낫다 그래요. 돌아가며 평가를 하고 다시 치고 호흡과 장단이 점점 맞아들어갑니다. 영어는 그동안 배운 동화책으로 나름 뮤지컬을 만들어보는데 아직은 서투르고 어색해하지만 우리 아이들 노는 기운답게 자유롭고 활력이 넘칩니다. 내보이는데 신경쓰지 말고 과정을 즐기다 조금 영어 말하기가 입에 붙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힘이 조금씩 길러지면 그만입니다. 아이들이 쓴 영화 시나리오는 정말 대단한 상상력이 담겨 있어 영화로 만들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높은 학년들답게 갈무리할 게 많지만 애써 시간과 정성을 들이며 자기 기운을 키워가겠지요. 초등과정에서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은 자연을 닮은 감성과 함께 언제나 교육활동의 바탕으로 쌓여갑니다. 경험과 과정을 즐기는 힘이 그대로 어린이 삶을 가꾸는 교육 정신을 살찌웁니다.
저녁 우리말 글 연수에서 독서감상문 공부를 함께 했는데 역시 삶을 살찌우는 책읽기, 책을 읽는 문화에 대해 살펴볼 게 많습니다. 학교 책 관리와 어린이들이 책을 어떻게 대하는지 생각해볼 기회가 됩니다. 대중매체와 영화 보기들이 아이들에게서 책을 뺏어가는 건 아닌지, 책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는 기회와 활동이 줄어들고 있는 건 아닌지 찬찬히 살펴볼 때가 됐다 싶습니다. 어린이 마음을 살찌우는 책읽기 교육 정신을 다시 살핍니다.
<책읽기는 우리 학교에서 많은 정성을 들이는 공부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책읽기를 어린이들이 생각을 키우고 세상을 배우며, 궁금한 것을 스스로 찿아 깨우쳐 가는 힘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마다 시간표에 한 나절 공부로 넣고 있지요. 물론 어린이에게는 놀이와 생활이 가장 중요하고 책읽기는 그 작은 부분이라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또한 어린이 삶을 가꾸는 좋은 어린이책을 읽는 기쁨은 어린이, 선생, 어른 모두가 누려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바탕으로 좋은 어린이 책을 선생들과 어른들이 부지런히 읽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골라서 읽어 줄 때 어린이들 책 읽기는 저절로 될 수 있지요.>
<아이들이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행복한 책읽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기쁨과 슬픔, 고민과 갈등을 풀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책읽기, 이것이 삶을 가꾸고 마음을 살찌우는 책읽기지요. 책을 읽는 여러 가지 까닭이 있지만 그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는 책이 생각을 키워주고 사람을 지혜롭게 성장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지요. 아이들이 책에서 지혜를 키우고 마음 살찌우기 위해서는 책 읽기 자체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가 관심있고 알고 싶은 것이 책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독서 프로그램으로 독서를 강요하기 보다는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야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로, 바른 어린이로 자라게 하고 싶다면 책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그 일을 해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독이 되는 책을 골라낼 수 있다면 좋은 책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좋은 책을 읽음으로써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사랑을 나눌 수 있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은 존재할 것입니다.>
*이오덕,<재미있는 동화 읽기 어떻게 지도할까>(어린이도서연구회 엮음,돌베개,73-74쪽)
1) 사람다운 마음을 가지게 하는 책
2) 사람의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책
3) "자기만 잘 살고 즐겁게 지내면 그만" 이란 생각이 아주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하는 책
4) 일하는 사람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책
5) 민주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하는 책
6) 자연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심어 주는 책
7) 바르고 깨끗한 우리말로 써 보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