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기억해두기 위해 블로그에 아래와 같이 후기를 적었었습니다.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기에 옮깁니다...
구체적으로 제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는 가장 마지막 부분에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TLDP, 단기 역동적 심리치료 (Time-Limited Dynamic Psychotherapy)
강의가 시작된 직후에 강의실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매우 조용한 분위기 안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로저스 이론을 좋아하셔서 1,000회기 이상 강연을 해오셨는데 그 이론과 TLDP를 접목시켜 설명해주겠다고 하셨다. 사실 선생님은 한 분야에 완전히 숙련되지 않은 상담자가 섣불리 절충/통합주의를 시도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런 믿음을 가진 강사가 자신의 전문분야인 로저스가 아니라 다른 이론의 강의를 하다니 아이러니칼할 수도 있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통찰하신 바, 내담자의 마음은 하나이고, 어떻게 그것에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이론적 접근이 있는 것이며, 그 이론에 따라 파고 들어가다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그 사람의 상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에 닿게 되어 있는데, 그게 치유되는 과정에서 각 이론들의 공통 분모가 있다고 하셨다. 그러니 그 연결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잡아낼 수 있어야 절충이 가능한 것이고, 최소 한 개 이론의 상담을 1,000회기 정도 해 보고 다른 이론도 1,000회기 정도 해 본 뒤에 통합해 볼 것을 권유하셨다.
가장 먼저 칠판에 아래와 같이 적어두셨다.
[꼭 알아야 할 개념]
① 내적작동모델
② 경계 안/밖 개념/긍정
③ 체계이론 - 상보적 역전이
④ 통찰의 삼각형
⑤ 버티고 사랑하기

① 상담자의 모습은 일치된 모습이다. '자신에 대해 억압하고픈 것들을 그대로 수용하고 느끼는 것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일치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담자는 찌그러지고 상처받은 모습이다. 상담자가 일치성을 보일 때 내담자 또한 '이 상담자는 솔직하구나, 진실되구나' 생각해서 라포형성이 빨라진다고 한다. 그러면 음악이 재생될 때 화면에 표시되는 스트레오 사운드처럼, 서로의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가 있는데 그것을 알아차리는 '공감자'의 개념이 여기서 등장한다고 했다.

그런데 일부 내담자의 이 스테레오 사운드는 변화가 심하다. 내담자 안에 두 얼굴이 있는 것이다. 그런 내담자의 경우 지난 회기 때 상담자의 어떤 말이나 행동이 서운해 계속 담아두고 있다가 상담자에게 자칫하면 개인적 비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을 하기도 한단다. "선생님 어떻게 그런 말을 하실 수가 있어요?", "선생님 상담 얼마나 하셨어요? 상담사 맞으세요?" 등. 최 선생님은 이 강의를 더 잘 이해하려면 이런 내담자를 견뎌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견딘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대개의 경우 중간에 그만두게 되기 때문이란다. 상담자 입장에서든 내담자 입장에서든 무의식적 기제가 발동해 미루고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우리 주위에도 이런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하셨다. 로저스의 말을 따르자면 계속 사랑해야겠으나 내 안에 많은 저항이 있어 그러기 어렵다. 그리고 TLDP는 그 고민에 대한 이해의 틀을 많이 제공해주고 로저스를 더 깊게 구사할 수 있게끔 훈련시켜 준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여기까지 말씀하시고 약 3분 가량 짝꿍과 함께 인사를 나누고 방금 전까지 들은 내용에 대해 대화를 짧게 나눌 수 있도록 시간을 주셧다. 머릿속에 떠오른 내용을 말로 뱉어야 다음 내용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는데, 나는 이게 무척 신선했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서야 나올 수 있는 강의 기법이 아닐런가!
[Bowlby의 애착이론]

어린 시절 '나'는 머릿속에 세상을 이해하는 회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회로를 만드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다. 부모에게 "인정"과 "사랑"을 많이 받으면 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선생님이 쓰신 비유가 재미있고 이해가 된다.
"안정적인 경우"
지구라는 낯선 별에 태어났는데, 머리 긴 사람과 머리 짧은 사람이 나에게 너무 잘해준다, 당시만 해도 부모는 곧 타인인 것. 이 타인들이 예쁜 행동을 하면 더 잘해주고 못해도 저지하며 계속 잘해준다. 갓 태어난 아이는 의존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버려진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본연적으로 내재한다(이 버려진다는 것은 그래서 죽을 것 같은 공포와 비슷하다고 얘기된다 한다. 맞으면서도 부모의 다리에 붙어 있는 아이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맞는 것보다 버려지는 것에 대한 공포가 의식하지는 못하더라도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 이 공포를 조금씩 내려놓고 '받아들여질 것이다'라는 안정적인 회로를 형성한 뒤 이 회로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이게 바로 안정적으로 애착이 형성된 경우이다.
"불안정한 경우"
그런데 만약 이 머리 긴 사람과 머리 짧은 남자가 나를 미워한다면? 가장 처음 접했고 가장 많이 붙어 있는 그들이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 또한 다 날 미워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언제 둘이 깨질 지 모르고 언제 날 보육원에 맡길지 모른다, 그래도 여전히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지니고 있다. 결국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요동치는 마음을 계속 갖고 있으면 인간의 자아는 죽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무의식적으로 이걸 이겨내려고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제일 많이 발동하는 방어기제 중 하나는 "회피", 즉 관계를 끊는 것이다. 저 사람과 소통하는 관계를 맺으면 내가 너무 힘드니까 끊어버리는 것. 누군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안 좋은 평가를 하면 나를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취급해버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어 "다신 안 하게/만나게 된다".
"그래서 경계 개념(②)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단답형 문자 받는 것을 싫어하고 장문의 다정한 편지를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에게 길고 정성들인 다정한 편지를 보낸 사람은 ① 경계 안 사람에, 용건만 간략히 보낸 사람은 ② 경계 밖 사람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경계 안 사람에게는 긍정적 전이가 일어나 다 주고 싶고 잘 해주고 싶고 모든 것이 예뻐 보이고, 경계 밖 사람에게는 부정적 전이가 일어나 분노가 일고 공포가 느껴진다.
(여기에서 잠깐 투사와 전이가 헷갈리는 개념이라 간략하게 비교를 해 주셨다)
- 전이: 상대가 우리 엄마나 아빠로 보이는 것
- 투사: 본인 안의 버림받을 지도 모르는 공포를 상대에게로 밀어버리는 것
ex)자기가 원하는대로 해주지 않으면 자기가 불안하면서 '그렇게 안하면 경계 밖으로 보내 버릴테다'라고 생각하는 것
이런 경계가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또 자기 안을 들키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 잘 받아들여진 경우가 없기 때문에 표현하거나 화내면 더 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밖에 나가면 경계 밖의 행동을 하는 이가 무수히 많다. 다녀오면 에너지 소진이 엄청나기 때문에 아무나 잘 만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런 사람에게는 어떤 힘이 생기는데, 바로 아래 그림과 같이, 사람을 자기 안으로 끌어 들이려는 강한 힘이다.

예를 들어 이런 사람으로부터 문자가 오면 상대방은 원래 자신이 그런 타입이 아닌데도 문자를 길고 다정히 보내야 할 것 같은 어떤 압박감이 드는 것이다. 이게 바로 "상보적 역전이(③)"이다. 상보적, 즉 "상호보완적"인 이유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땐 그러지 않는데 유독 이 사람만 대하려면 나타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사람과 맞물려 하나의 체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나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무언의 메시지, 자기 경계 안으로 들어오라는 무언의 힘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럼 또 왜 '무언'인가? 늘 "넌 왜 그렇게 소심해?"라는 피드백을 받아왔기 때문에 또 그런 것을 받기 싫어서 얘기도 하지 않는단다.
이 때 상담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내담자에게 휘말려 들어가지 않으면서 "버틸 수 있어야 한다(⑤)"는 것이다. 90%의 사람은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경계 안에 들어가거나 튕겨나오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상담자는 자기중심을 유지하면서, 설령 내담자의 불안이 분노나 무시로 표현되어도 그걸 받아주면서 '너를 미워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해야 우리의 치유가 일어난다고' 버텨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경계 밖 행동만 해서는 안 되고 (그럼 초반에 상담이 종료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계 안 행동을 하면서 버텨야 한단다.
"내가 경계 안에 있어도 사랑 줬지만 경계에 있어도 계속 같은 사랑 주잖아."
그럼 내담자는 자기 안의 체계를 바꿔 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아, 나에게 그렇게 장문으로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날 계속 좋아하는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내가 계속 이러면 좋은 사람을 놓칠 수도 있겠다", "다른 사람도 안전할 수 있겠구나"….
이런 상담은 대개 1년 정도 해야 하는데 3개월 정도 지나면 안정되기 시작한다고 하셨다. "원래 문자 짧게 보내는 사람 싫어하는데 이 사람만은 이해해주자"라는 생각이 들며 내담자 자신에게도 이 불일치가 인상깊게 다가온다고 한다. 그러다 6개월 정도 지나면 과거를 찾아내며 억압됐던 것을 해소하고 (많이 울기도 한단다) 억압되었던 틀을 바꿔나가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자신의 대인관계와도 연관성이 있는지를 보게 되고 "아, 맞아 떨어지는구나"

"통찰의 삼각형(④)"을 경험하며 "타인은 다 이래"라고 맺었던 것을 수정, 새로운 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에 이어서 처음에 받았던 인쇄물을 훑어보며 다시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얼마나 감동적인 강의이자 이론인가. 내내 가슴이 벅찬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강의하시고 또 다시 짝꿍과 대화 나누는 시간을 주셨다. 짝꿍님이 두 분 계셨는데 두 분 다 현직에서 상담을 하고 계신 분들이었고 상담자 입장에서 느낀 점을 말씀해 주셨다. 나는 짝꿍님들에게 아주 솔직히 이야기했다.
"저는 제가 저 내담자 입장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바로 저 통찰의 삼각형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하고 어쩐지 감명깊었다. 나는 나의 경계에 휘말리지는 않으면서도 늘 나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어떤 이를 떠올리고 있기도 했다.
쉬는 시간이 끝나자 선생님께선, 상담자들 중에도 이 경계를 가진 내담자 입장인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셨다. 주로 상처가 있는 분들이 상담공부를 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다 상처투성이라는 말씀이 크나큰 위로로 다가왔다. 다시 강의를 정리해 포스팅을 하는 이 시간에도 가슴이 먹먹하고 울고 싶은 기분이다. 슬퍼서 울고 싶은 그런 게 아니라, 무언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감사함과 나 자신에 대한 사랑스러움, 이것을 알게끔 내가 흘러오게 된 인연과 우연과 주위에 대한 고마움이랄까…. 너무 자세히 적었는데, 그래서 혹시 실례일까 오기 전에 선생님께 여쭤 보았다. 후기 쓰는 데에 강의 내용이 어디까지 포함되기를 허락하시느냐고. 흔쾌히 다 들어가도 좋다고 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 강의만 듣고도 서울 일정의 모든 교통비와 숙박비가 보상된 느낌이었다.
- 들었던 강의명: TLDP, 단기역동적심리치료
- 이름: 양정은
첫댓글 와아~! 후기를 이렇게 적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감탄했습니다. 주욱 한번 읽었지만 틈틈이 정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맙습니다! ^^
후기를 읽고 2월의 특강신청을 했는데, 오늘 다시 한번 읽으니 강의를 들을때 더 많은 것이 얻어지겠다는 기대가 생기네요.
어머~ 도움이 되었다니 기쁘네요~~!
저도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기대대로 많은 것을 얻으시길...
선생님 ^^ 안녕하세요~ 후기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1월 한달간 진행된 후기 이벤트(http://cafe.daum.net/counseling0511) 당첨이 되셨습니다. 연구소 메일 seoulscpi@hanmail.net 로 제목에 후기 글 이벤트 당첨대상자, 성함, 연락처, 주소를 알려주시면 문화상품권을 댁으로 우편 배송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보자마자 메일보내드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