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낙동강 전투의 휴먼드라마
우리 민족은 농경민족이어서 가을에는 마을마다 한 해 농사의 피곤함과 수확의 기쁨을 아우르는 추수 감사제의 풍요와 인정미 넘치는 풍물 소리가 산등성이를 넘어 들녘에 울려 퍼지는 화목하고 마음씨 고운 민족의 풍습이었다.
그런데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꾸어 가면서 고을의 문화도 시대에 걸맞게 산업화되어가고 있다. 10월은 각종 문화 행사가 많아서인지 문화의 달이란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이 문화의 달에 문화행사를 유치하고 행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양 모든 기초자치 단체들은 대부분 10월에 전국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그 지방 축제가 열리고 있다.
주말 오후(2018.10.13.)에 우연히 인터넷 포토뉴스를 보니 기사 제목은 「6·25 때 실종된 미군 자녀, 칠곡 낙동강 찾아 영면 기원」이고 사진은 이웃집 사람처럼 보이는 외국인 남매가 칠곡 낙동강을 찾아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통곡 오열하는 모습을 보니 내용을 떠나서 오래 사귀어 온 친구 같은 모습에 울컥 측은지심으로 이어져 「낙동강 세계평화 문화 대축전」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곳은 전북지방이어서 중앙뉴스는 접할 수 있어도 경북 칠곡군의 지방 뉴스는 쉽게 볼 수 없어 생각 같아서는 당장 가보고 싶지만 그리 쉽게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칠곡군청 홈페이지 그리고 군청 직원과 전화통화(054-979-*502)로 확인한 내용들을 간추려서 「낙동강 세계평화 문화 대축전」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 기초자치단체는 226여 개 단체가 있는데 그렇게 치면 10월에 전국에서 지방문화 행사가 226개소에서 열리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특색 없는 대동소이한 행사가 허다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자기가 재임 동안의 치적 기념비적이고 랜드 마크적인 기초단체의 문화행사를 발굴 및 추진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에 등재되거나 대한민국 대표축제를 넘어 글로벌 축제로 도약하여 국내외의 많은 지방문화제에 뜻있는 단체들이 벤치마킹을 찾는 우수한 지방문화제가 있는가 하면 ‘남이 장에 간다고 씨나락 오쟁이 꿰차고 나서는 꼴’로 지리멸렬하게 지방재정만 축내는 지역문화제도 더러는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지방문화제 중에서 독특하고 드라마틱한 『낙동강 세계평화문화 대축전』이 있다.
경상북도 칠곡군(백선기 군수)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유물 유적도 많지만, 호국(護國)의 고장답게 나라가 위기를 당했을 때 모든 백성들이 혼연일체 합심하여 국난을 이겨낸 호국의 유산이 즐비한 고장이다. 다부동 일대에서는 6·25 전쟁 당시 55일간(8월 1일~9월 24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국군 1만여 명과 북한군 2만 4000여 명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했단다. 국군은 당시 파죽지세로 남하하던 북한군 3개 사단에 치명적 패배를 안겼단다. 칠곡군에는 328 고지 백병전, 다부동 전차전, 유학산 전투 등 6.25 전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단다.
이 땅에는 전쟁을 아는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가 공존하고 있다. 세계 유일 분단국가이며 휴전 국가의 현실에서 청소년 등 전후 세대들에게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역사와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 독특한 지방문화 대축제이다.
가장 최근에 우리 국토가 잿더미 되었던 전쟁이라면 6.25를 말할 수 있으나 최대의 격전지 하면 누구나 쉽게 대답은 못 할 것 같다. 경북 칠곡에서 6.25 최대 격전지인 낙동강 방어선을 바탕으로 구국의 55일! 시산혈하(屍山血河)의 대 혈전!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고 평화를 갈구하는 축제를 매년 칠곡군이 개최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꼭 『낙동강 세계평화문화 대축전』에 참여하고 싶고 행사 기간이 끝났어도 꼭 답사하고픈 곳으로 호감이 간다.
∼∼∼엘리엇 중위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1950년 8월 호국의 다리 인근에서 작전 도중 실종됐단다. 실종 당시 그는 29세로 아내와 3살 아들, 2살 딸을 두고 참전했었다.
엘리엇 중위의 부인 알딘 엘리엇 블랙스톤 여사는 평생 남편을 기다리다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녀들은 그해 어머님의 유해를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인근에 뿌려 65년 만에 부모님의 사후 재회를 도왔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칠곡 군민들은 아들 짐 엘리엇(71)과 딸 조르자 레이번(70) 초청을 위해 주한 미국 대사관과 국방부, 국가보훈처, 주미 한국대사관 등에 연락을 취해 이들을 초청하게 되었단다. 이들 남매는 11일 칠곡 호국의 다리에서 백선기 칠곡군수와 함께 헌화하고 부모의 영면을 기원했다. 또 호국의 다리 밑에 마련된 자신들의 슬픈 사연을 소개한 한글과 영문으로 된 추모 안내판을 살펴본 후 기념사진도 찍었다. 12일에는 6.25 전쟁 때 미군 장병이 학살된 303 고지를 찾아 미 장병을 추모하고 축전 개막식에서 명예 군민증도 받는다. 딸 조르자 레이번 씨는 "아버지의 희생과 우리 가족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 칠곡 군민에게 감사드린다." 라며 앞으로 전쟁의 아픔을 널리 알리고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국적을 떠나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분들에 대한 예우에는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하며 “엘리엇 가족의 슬픈 사연을 통해 전쟁의 잔혹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고 호국 평화의 도시 칠곡군의 도시 정체성 확립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어느 작가의 손에서 빚어진 소설 또는 연극과 영화들은 때로는 독자나 관객들의 심금을 울려 연극과 영화가 막을 내렸는데도 쉽게 일어서지 못하고 감정에 젖어 훌쩍거리며 하나둘씩 서서히 그리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극장을 빠져나와서 길을 걷거나 자동차를 타고 오면서도 헛 초점에 주시하면서 주인공의 처지를 동정하거나 자기가 주인공으로 착각하면서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그 드라마의 주인공 사연에 매료되어 일상생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때로는 있었으리라고 본다. 이렇게 사람들이 가장 오래 기억되고 남는 것은 맛있는 음식보다도 좋은 음악보다도 아름다운 경치보다도 가슴을 치밀어 올리더니 뜨거운 눈물을 흠뻑 적셨던 사건이라고 본다.
『낙동강 세계평화문화 대축전』의 남매의 이야기는 예술과 문학의 어느 장르에 표현해도 많은 인류에 감동을 안겨줄 서사시 같은 휴먼 드라마의 소재이다.
『낙동강 세계평화문화 대축전』의 ‘짐 엘리엇(71)과 조르자 레이번(70)“ 남매의 가족 이야기는 화목한 가정,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보통사람들의 작은 소망이면서 전 인류의 공통된 염원이다. 수억만 리 태평양을 건너온 짐 엘리엇(71)과 조르자 레이번(70) 남매가 눈물 범벅된 얼굴로 낙동강을 향해 부모님을 부르면서 얼싸안는 모습은 『낙동강 세계평화문화 대축전』의 화룡점정(畵龍點睛)적 클라이맥스였다고 생각된다.
낙동강 호국의 다리 아래에는 엘리엇 중위님은 자녀들이 다시 맺어준 부인 알딘 엘리엇 블랙스톤 여사님과 그들의 자녀들이 뿌린 국화 꽃잎 속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뜨거운 포옹을 하면서 칠곡군민은 물론 모든 인류의 명복 속에 낙동강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고 영원하기를 빌어 본다. ( 문화 체육 관광부 및 칠곡군청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 )
첫댓글 엘리엇 중위의 사연이 얽힌 호국의 다리 글을 보고 가슴 찡합니다.
좋은 글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