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3511]陶隱 李崇仁(도은 이숭인)7절. 秋日雨中有感(추일우중유감)
秋日雨中有感(추일우중유감)
가을비 속에서- 陶隱 李崇仁(도은 이숭인)
琵琶一曲鄭過庭(비파일곡정과정) :
비바 한 곡조로 정과정곡 타니
遺響凄然不忍聽(유향처연불인청) :
남은 가락 처연하여 차마 다 못듣는다.
俯仰古今多少恨(부앙고금다소한) :
고금을 생각해보니 한스러워
滿簾疏雨讀騷經(만렴소우독소경) :
주렴 가득 성긴 비에 이소경을 읽어본다
도은집 제3권 / 시(詩)陶隱先生詩集卷之三 / [詩]
秋日雨中有感
琵琶一曲鄭過庭。遺響凄然不忍聽。
俯仰古今多少恨。滿簾踈雨讀騷經。
가을날 빗속의 감회〔秋日雨中有感〕
비파 한 곡조 〈정과정〉 노랫소리여 / 琵琶一曲鄭過庭
그 유향 처연하여 차마 듣지 못하겠네 / 遺響凄然不忍聽
고금을 부앙컨대 한이 얼마나 서렸을꼬 / 俯仰古今多少恨
주렴 가득 성긴 빗속에 〈소경〉을 읽노라 / 滿簾疏雨讀騷經
他鄕作客頭渾白。到處逢人眼不靑。
淸夜沉沉滿窓月。琵琶一曲鄭過庭。
此思菴先生臨絶之詩也。謹錄如左。
“타향의 나그네살이 중에 머리는 온통 백발,
도처에 만나는 사람마다 눈길이 곱지 않네.
맑은 밤 깊어가며 창에 달빛 가득한데,
비파 한 곡조 〈정과정〉 노랫소리여.
〔他鄕作客頭渾白 到處逢人眼不靑 淸夜沈沈滿窓月 琵琶一曲鄭過庭〕”
이것은 사암(思菴) 선생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지은 시이다.
여기에 삼가 이렇게 기록한다.
[주-D001] 정과정(鄭過庭) :
고려 의종(毅宗) 때 정서(鄭敍)가 지은 가곡이다.
아무 죄도 없이 참소를 받고 동래(東萊)에 귀양 가서
임금을 그리는 슬픈 심정을 노래한 것인데,
《악학궤범(樂學軌範)》에 실려 전한다.
[주-D002] 소경(騷經) : 〈이소경(離騷經)〉의 준말이다.
이소(離騷)는 우환에 걸려들었다는 뜻으로,
전국 시대 초나라 충신 굴원이 소인의 참소를 받고
조정에서 쫓겨난 뒤에 비분강개한 심정으로 우국충정을 토로하며
지은 사부(辭賦)이다.
[주-D003] 사암(思菴) : 유숙(柳淑, 1324~1368)의 호이다.
1368년(공민왕17) 9월에 신돈(辛旽)의 참소를 받고
영광(靈光)에서 목이 졸려 죽었다. 그는 도은의 좌주(座主)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