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이 몰려있던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정확하게는 도네츠크주)의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을 아비규환으로 만든 '토치카-U' 미사일 공격은 진짜 누구의 소행일까? 러시아군?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 나치군(민족주의 무장세력)?
공격을 받은 지 하루가 지난 9일, 영국 BBC 등 서방 언론들이 참사 현장을 찾으면서 러시아는 다시 '죽일 놈'이 되고 있다. BBC는 "사건이 발생한 지 24시간이 지났지만, 현장에는 말라붙은 피와 유해 조각, 유류품들이 당시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또 현지 외과 의사의 목소리를 통해 병원으로 실려온 부상자들의 참상을 가감없이 전했다. 절단된 신체, 찢어진 팔다리, 몸에 박힌 파편조작, 깨진 머리.. 생지옥이 따로 없으니 누구가를 향해 욕을 할만 했다.
러시아어로 '어린이들을 위해'라고 적힌 미사일 파편/현지 TV채널 NTV 캡처
기차역에서 수심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미사일 파편/사진출처:텔레그램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영철도회사는 “러시아군이 토치카-U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쐈다”고 발표했다. ‘집속탄’을 사용했다고도 했다. 전날에는 러시아가 그동안 우크라이나 군사시설 파괴에 동원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날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장을 찾은 서방 언론들에 의해 '토치카-U' 미사일의 잔해가 생생하게 공개됐다. 러시아어로 ‘어린이들을 위해(ЗА ДЕТЕЙ)라고 적혀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러시아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복수 메시지'로 해석했다. 러시아의 이번 군사작전이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니, 이 문구는 그동안 돈바스에서 박해받은 어린이 등 러시아어 사용자들의 복수심을 담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 사이, 러시아도 미사일의 출처를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미사일 잔해에 남아 있는 일련번호다. 9M79-1로켓의 Ш91579다. Ш는 러시아어 철자다.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을 공격한 토치카-U, 우크라이나군의 다른 로켓(미사일)과 동일한 시리즈로 밝혀졌다/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기차역에 떨어진 '토치카-U' 미사일은 과거 우크라이나군이 DPR 지역으로 발사한 미사일과 동일한 시리즈에 속하는 것이라고 러시아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도네츠크 러시아 TV 채널은 "일련 번호 Ш91579의 '토치카-U'는 우크라이나군이 과거 DPR 지역을 폭격한 미사일과 동일한 시리즈"라며 "Ш91565와 Ш91566은 지난 2015년 2월 알체프스크와 로그비노보에서, Ш915611과 Ш915516은 2022년 남부 베르댠스크와 멜리토폴에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선명한 미사일 일련번호/사진출처:텔레그램
미사일의 꼬리표가 공개된 이상, 누구의 소유인지 드러날 것이다. 우크라이나 측이 제시한 손으로 적은 러시아어 문구와 미사일의 출처를 보여주는 일련번호 중에서 객관적으로 증거력이 높은 것은 무엇일까? 러시아와 DPR은 일관되게 '토치카-U'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에서 발견된 어뢰 잔해를 놓고 다툰 치열한 논쟁보다는 이번 토치카-U 미사일 다툼은 그 결론이 훨씬 더 분명히 드러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