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 박건태 개인전(물과 꿈) 展
유형 : 금산 전시회
날짜 : 2021년 11월 10일~11월 16일
관람시간 : 10:00~18:00, 전시마감일 : 10:00~14:00, 년중무휴
장소 : 금산다락원 청산아트홀(충남 금산군 금산읍 금산로1543)
문의처 : 금산다락원 청산아트홀 041)751-4451
기타사항 : 전시오픈 : 2021.11.10.(수). PM 2:00
전시 서문
박건태의 개인전 <물과 꿈>에 부치어
- 바다, 은유와 비의의 세계에서 -
이정희 (사진평론가)
물과 꿈
박건태의 <물과 꿈> 시리즈는 물의 물리적 속성에 기반한 강과 바다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강과 바다는 그의 내면의 세계가 시각화된 공간으로 그의 물이미지는 다양한 메타포로 물의 본성과 개인적 내면세계를 하나로 이어주고 있다. 관람자가 전시장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대상을 정직하게 재현한 형상들이다.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도상으로서의 이미지 그 자체이지만 관람자는 곧 이미지에서 의미를 유추해 가면서 이미지를 탐색하고 상상하게 된다. 이미지는 살아있는 생물 같아서 개인의 기억과 경험, 사회적 담론이 개입하면서 상상의 날개를 빌어 은유의 골짜기를 넘나들며 이미지 저 너머로 날아오른다. 은유된 이미지는 새로운 상징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상징은 또 다른 해석을 이끌어낸다. 관람자는 은유된 이미지로부터 습관적인 해석을 끌어내기도 하지만 전혀 새로운 의미를 생각해 내기도 한다. 그렇게 의미를 찾아내고 해석하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다. 보이는 만큼 보이는 것 아닌가. 물 사진에서 산수화를 발견하고, 포세이돈의 초록눈을 만난다거나 세이렌의 노래를 들었다거나, 갈대밭의 고요한 잔물결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가 한때 머물렀던 어머니의 몸속, 먼 과거를 상상해내는 감성은 개인의 상상력에 따라 달라진다.
박건태의 이미지는 바슐라르의 사유에 빚을 지고 있다.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가 천착했던 이미지 연구의 결과인 <물과 꿈>은 이번 사진전의 실마리가 되었다. 바슐라르는 ‘이미지와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거론한 과학자이자 철학자로서 그의 사유는 20세기 이성 중심의 합리적 세계관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이미지는 현실의 세계와 몽상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연결해주며 몽상의 세계는 인간의 삶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바슐라르의 사유에 기댄 박건태의 물이미지는 풍부한 물의 심적 현상이 담겨있다. 이미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단순히 재현된 사진이 아니라 물질의 내면에 잠재된 무의식의 세계이다. 클로즈업된 그의 물이미지는 우연하고도 비의적이다. 몇천 분의 일의 빠른 셔터타임 속에서 클로즈업된 바다는 문명에 오염되지 않은 원시의 모습이다. 사진의 기록성과 은유적 상상이라는 대립적인 두 요소는 그의 절묘한 직관의 미학을 통해 우리를 몽상의 시간으로 이끌어준다. 흐리게 하거나 장노출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지극히 몽상적이다.
바다, 은유와 비의의 세계에서
박건태의 이미지는 물의 본성을 통해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도록 해준다. 바슐라르에 의하면 ‘물은 상상을 유도하는 물질이며 생명과 치유의 이미지로서 역동적이며 변화를 통해 정신적이고 상징적인 요소가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생명의 근원이며 탄생의 첫 기원으로서 내밀한 공간이며 원초적 공간인 바다와 강의 이미지. 바다에는 부드러움과 정열, 숭고함과 비상하는 힘, 비정한 날카로움과 거칠게 저항하는 성질이 있다. 맑고 고요한 바다, 깊고 푸른 바다, 격정에 찬 바다, 포효하는 바다, 몽상하는 바다. 여인의 가슴처럼 부드럽게 안겨오는 바다. 부드럽고 관능적인 아침바다. 명상하는 저녁바다. 바다는 삶의 얼룩을 씻어내는 공간이다. 신내림을 받은 이들은 바다에 제를 드려 삶의 찌든 얼룩을 씻어낸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회복을 위한 성소를 찾아가듯이 바다를 찾는다. 상상과 현실의 접점이다, 우리는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타며 삶의 얼룩을 씻어낸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리듬은 변화무쌍한 우리의 덧없는 인생과 닮아있다. 깊고 푸른 물빛이 우리의 내밀한 영혼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너는 누구인가? 그리하여 바다는 죽음의 충동에서 어머니의 태내로 다시 들어가려는 심리적 공간으로 치유의 바다가 되어주기도 한다. 바다의 경이로움은 고뇌를 씻어낸다. 피처럼 들끓는 강인하고 역동적인 힘을 가진 바다에서 지친 이들은 힘을 얻는다. 고통하는 이들을 치유하는 바다는 신성한 물이 되고 제의의 물이 된다. 물로 들어가는 것은 형태 이전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이다. 완전한 재생, 새로운 탄생을 빗댄 행위인지도 모른다. 영혼의 거듭남을 증표하기 위해 침례를 받는 종교의식이 있듯이 물에 들어가는 것은 원점으로의 회귀이다. 물이 모든 형태를 부수고 모든 역사를 폐기시켜 새로운 탄생을 가져왔듯이.
바다, 광활한 관조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 안에 신의 세계가 있다면, 지상의 것과 신의 세계가 하나의 세계로 만난다면 그곳은 아마도 자연 속에서일 것이다. 가끔 우리가 몸을 떠나 지성을 내려놓고 자연과 하나가 될 때가 있다. 자연과 깊이 일체가 되는 물아일체의 순간이다. 일생에 한번쯤 검은 어둠 속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유유자적 물 위를 떠다니던 밤이거나 야트막한 강물에 몸을 내맡긴 채 어디론가 떠내려가면서 듣게 되는 물소리에 평화로움을 경험했던 바로 그 순간들이다. 이러한 순간을 벤야민은 ‘세속적 계시’로, 제임스 조이스는 ‘신의 현현’을 의미하는 에피파니(Epiphany)라는 단어로 언급한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가운데 만나게 되는 신적인 순간이다. 늦은 오후 바닷가에서, 붉은 낙조를 바라보는 순간, 밀려오는 파도소리마저 아득해지는 일몰의 시간, 우리는 고요한 관조 속에서 에피파니의 순간을 경험한다. 박건태의 이미지는 그러한 잊혀진 기억들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바다가 보여주는 광활함은 유한자인 우리를 무한대의 열린 공간으로 이끌어낸다. 그의 이미지는 세계를 확장해준다. 바슐라르가 물의 깊은 어둠에서 오필리어의 덧없는 슬픔과 스틱스강의 뱃사공 카론의 죽음 이미지를 찾아냈다면 물방울 파편이 뿌려지는 그의 바다는 우주의 찬란한 빛을 만들어내며 불멸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공간이 된다. 그곳에서 다시 별이 뜨고, 세계가 열리고 은밀한 언어들이 열린다.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사랑을 시도하고 사랑을 완성한다. 물의 부드러움과 광활한 바다에서 밀려드는 강렬한 파토스는 연약한 자들의 심성을 한순간 거대한 거인의 심장으로 변하게 만들어 준다. 작가는 아마도 인간의 불가능한 것들이 바다의 숭고한 열정을 통해서 세계 전체를 품는 강한 존재로 나아가기를 꿈꾸는가 싶다.
파우스트처럼
박건태는 ‘물과 꿈’이라는 전시 제목 속에 자신의 희망을 담았다. 좀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이다. 희망을 잃어버린 시대에 변함없이 희망을 실어 보내려는 그의 메시지이다. 영원한 장소로서의 그곳, 유토피아로서의 풍경이다. 사라져버리지만 또다시 불을 밝히는 일이 예술가의 일이라 한다. 그의 물 이미지에는 격정이 있다. 끊임없이 자기 리듬으로 제몸을 타고 오르는 바다의 격렬한 환호, 바로 그 파도의 물결 속에 삶의 답이 있다. 변함없는 그의 도전은 파우스트적이다. 늙고 병든 과거의 순간을 떨쳐버리고 못다한 삶의 환희와 열정을 후회없이 불살랐던 파우스트처럼.
[작품 설명]
박건태#1 water&dream 150X57cm Pigment print
박건태#2 water&dream 150x57cm Pigment print
박건태#3 water&dream 90X30cm Pigment print
박건태#4 water&dream 120x80cm Pigment print
박건태#5water&dream 75x75cm Pigment print
작가노트
본 작품은 자연을 관찰하는 인감의 감성이 더해져 낭만적, 서정적 흔적을 간직한 강과 파도의 집단적 몸부림의 무의식 속에서 사적 은밀함과 메아리로 살아 있거나 잊혀진 감성들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바다에는 부드러움과 정열, 숭고함과 비상하는 힘, 비정한 날카로움과 거칠게 저항하는 성질이 있다. 맑고 고요한 바다, 깊고 푸른 바다. 포효하는 바다, 몽상하는 바다. 여인의 가슴처럼 부드럽게 안겨오는 바다. 아침바다의 능선은 부드럽고 관능적이지만 저녁바다의 물은 깊은 푸른색이다. 세이렌의 노래처럼 바다는 늘 우리를 유혹한다.
어린 시절부터 강가에서 자라온 나는 수많은 꿈을 꾸었다. 그러나 이제 닿을 수 없는 것들, 건널 수 없는 것들,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생각하며 나의 지나가버린 시간들도 흘러보냈다. 고요하게 굽이치는 물결 소리는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연민의 노래 같다.
바슐라르는 <물과 꿈>에서 물이 흐르는 모습을 수십 가지 이야기한다. 강마다 흐르는 시간마다 휘돌아가는 물길마다 천개의 물은 천개의 얼굴을 가진다. 저는 망원렌즈에 강과 바다의 얼굴인 물결을 잡아보았다. 근원으로서의 물, 물의 내면을 그려내고 싶었다.
1993년 제23회 충청남도미술대전에서 “공예품”이라는 작품으로 수상 한 후 사진에 입문하여 중년의 나이를 지나고서야 30년 만에 개인전를 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현대사진의 폭넓은 사진세계를 인문학과 철학적 관점에서 지도해 주신 이정희 교수님게 감사를드립니다
박건태#6 water&dream 40x40cm Pigment print
박건태#7 water&dream 80X80cm Pigment print
박건태#8 water&dream 60x90cm Pigment print
박건태#9 water&dream 40x60cm Pigment print
문화가 모이는 곳 "대전공연전시" http://www.gongjeo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