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님 덕분에 오랫만에 장진 감독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
장진 감독을 처음 인식할 수 있었던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간첩 리철진'이었고, 그 후 '킬러들의 수다'에서 부터 두각을 보였습니다.
작품을 보면 감독들의 성향이 보이는데 제 눈에 비친 장진 감독은 '이야기꾼'에 가까운 스토리 텔링형 감독이라고나 할까요?
별것 아닌 듯한 소재를 모티프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야말로 이야기꾼의 필수 재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의 장진 감독의 영화와 비교해 보았을 때 확연히 판타지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고 두드러진 CG의 사용이 눈에 띄입니다.
그전의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에 좀 더 주력한 느낌이랄까요?
때문에 작품이 개연적이라기 보다는 좀 붕 뜬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평점에서 많은 부분을 깎아 먹은 듯 합니다.
스토리 자체의 힘은 많이 감소되었지만, 비교적 뚜렷해진 장진 감독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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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한 배우는 김동욱과 김지원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김수로, 유선, 임원희 등의 배우는 워낙 유명하기에 따로 이야기 할 내용이 적습니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이 두 배우를 위한 영화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포커스를 맞추었고 그만큼의 열연을 해주었습니다.
다만 연기 스펙트럼이 아직은 단조롭고 폭넓지 못해서 앞으로의 기대가 더 크다고 봅니다.
다른 평들을 보니 김수로의 굳은 이미지 때문에 진지한 역할이 어색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크게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너무 기존의 이미지가 굳어서 스크린에 그 모습이 겹쳐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김동욱 역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분이 할머니의 어린 모습으로 출연한 심은경의 경우는 근래 젊은 배우에 비해서 그리 떨어지는 연기력은 아니었지만,
쟁쟁한? 배우들에 비교되어서 극 중 가장 어색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사실 가장 어색한 연기력이라기 보다는 가장 어려운 배역을 맡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듯 합니다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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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흐름은 전형적인 옴니버스를 차용하였지만 주제의 통일에 의한 옴니버스가 아닌 이야기의 흐름을 관통하는 병렬적 구성의 옴니버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줄 수 있지만 자칫 이야기가 산만해지기 쉽고 템포가 늘어지는 단점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2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에서 도중 조금 지루해 해질 듯 한 포인트가 나타나고 이를 장진 특유의? (누군가는 일본식 유머라고 하는데) 웃음으로 양념해 넘어갑니다.
이전의 작품에서 전반적으로 뭍어나던 꼬는 듯한 웃음의 페이소스가 특정 시점별로 너무 강하게 나타나다보니 튀는 듯한 LP판의 음악을 듣는 느낌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장진 감독 다움을 잃지는 않았지만 발전보다는 조금 한 걸음 물러났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입니다.
옴니버스를 묶다보니 우연적인 요소가 많이 삽입되고~
일군의 집단이 얽히고 섥혀있는 장면이 등장하게 됩니다.
로저 미첼 감독의 체인징 레인스??와 닮았다고나 할까요?
이런 점에서 스토리 내용과 장르상 개연성이라는 점은 많이 접어두었습니다.
이런 영화에서 정교한 스토리를 바란다면, 중국집에서 회 찾는 격이죠...
그렇다고 아예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적당한 수준의 스토리 전개가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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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내 눈길을 끄는 것은 한 회사의 제품의 이름입니다.
국내 영화 중 CDP, 이어폰(헤드폰)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왜? '필립스'일까요? 지나친 PPL이다 싶을 정도로 대놓고 필립스를 소재로 끌어들입니다.
영화를 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어떤 소재 하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서 감독의 머리속으로 파고 드는 것도 일종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필립스'하면 가전 제품의 대명사라 할 수 있지만 의외로 우리는 필립스에 대해 잘 모릅니다.
필립스의 명칭은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기 보다는 창업주 형제의 이름을 딴 것이기 때문에 이름 자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필립스는 일찍부터 전구를 상용화 시켰고 자기 테이프를 소형화 한 카세트 테이프를 발명했으며,
극중 중요한 장치인 CD와 CDP를 발명했습니다. (나중 소니와 협력 개발을 했는데 소니가 더 유명해진거죠~)
연출상 LP는 현실성 없으니 타협한 것이 CD였겠죠...
카세트는 무엇보다 폼나지 않으니... ㅠ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 누가 CDP를 들고 다닐까요? ㅎㅎ 극 중 약간 무리한 설정이었지만, 나름 재미가 있긴 했습니다.
'필립스'는 사실상 천국에 닿아있습니다.
천국의 기본 이미지는???? '빛' 이겠죠~
우리 삶의 혁명중의 하나인 '빛'을 보급시키고
'빛'을 이용한 음악 재생기기인 CD와 CDP를 개발했죠...
그리고 의료기기 중 X선 발생장치와 기타 여러 의학기기들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의 '필립스'를 천국의 주 협력업체로 삼지 않았을까요? ㅎㅎㅎ
괜한 상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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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극에서는 남북의 현실에 대한 입장을 또 보여주고 있는데요~
우파니 좌파니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관된 장진 감독의 생각이 드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는 남북간의 대결구도를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대화해야하는 상대로, 그리고 우리의 민족으로 끌어 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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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아내 -> 소녀 -> 로맨틱 헤븐
이런 시퀀스가 의미하는 바도 생각해보면 좀 더 깊이 파고들어 영화를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역으로 가면 오히려 한 사람의 인생이겠네요~
역시 감상 및 평가는 관객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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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소소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여전한 장진 표 영화... ---> 장진 감독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애쓴 영화... ---> 드라마를 원한다면 비추
첫댓글 역시나 보다가 머리 아픈건 ~ 조금~ 그랬어요. ^^; 적당히~ 엮었으면 좋았다 생각해요. 장진감독은 ? 욕심쟁이~!! ㅋㅋㅋ
ㅎㅎ 누구나 욕심쟁이겠죠~
관객은 좋은 영화에 대한 욕심이~ ^^;
머리를 쉬면서 편안히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