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들어 떨어진 낙엽을 보면서 누구나 마음은 시인이 된다.
새봄에 연두빛으로 돋아나 싱그러운 여름의 뙤약볕을 막아주곤 쓸쓸히 퇴장하는 주인공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세월의 무상함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 친구들과 함께 인근에 있는 장산으로 등산을 갔다.
쌀쌀하던 날씨가 그날따라 늦은 봄날처럼 따뜻해 온몸에서 땀이 흘러 내렸다.
오솔길을 오르면서 바닥에 쌓여진 낙엽이 이란의 카펫처럼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걸음을 옮길적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구르몽의 '낙엽'이 생각났다.
낙엽
레미 드 구르몽(1858~1915,프랑스)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면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어릴 때 시골에 살던 나에겐 낙엽은 말라빠진 나뭇잎에 불과했다.
깔꾸리나 대빗자루로 쓸어담아 아궁이 땔감용 불쏘시개나 마굿간의 거부지기로 쓰는 일 외는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내가 살던 까막골 동네는 안 골짜기에서 동에서 서로, 그리고 큰 저수지가 있는 배수로가 남에서 북으로 흐르고 있었는데
동네 입구에서 만나 하나로 합쳐져 들판 가운데로 흘렀다. 두 개구랑 둑에는 아름르리 포구나무와 느티나무가 수십 그루 서 있어
한여름에는 똬약볕을 막아주고 그늘을 동네사람들에게 선사했다. 소 먹이러 갈 때 해거름때까지 소를 나무 그늘에 묶어 놓기도 하였다. 가을 무서리가 내리고 딘풍이 들어 낙엽이 지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 낙엽을 쓸어모았다. 그것도 부지런해야 가능했다. 늦게 일어나면 밤새 마당에 수북히 쌓인 낙엽을 다른 사람들이 먼저 빗자루로 쓸어담아 가버리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