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육군, 최전방서 여단급 훈련…9.19 합의 전으로 다 돌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4.09.03 05:00
업데이트 2024.09.03 09:28
이유정 기자
지난 4월 경기도 연천군에서 육군 5군단 예하 5기갑여단 불사조대대 K1E1전차가 전술집결지 점령을 위해 기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육군이 6년 만에 군사분계선(MDL) 일대 5㎞ 이내 최전방 지역에서 전차를 동원한 여단급 실기동 훈련을 재개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로써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로 봉인됐던 조치는 모두 복원됐다. 접적 지역에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는 ‘창’에 해당하는 일련의 훈련이 완전히 부활한 것이다.
이날 육군에 따르면 제5군단 예하 5기갑여단은 지난달 2일 경기도 연천 북부의 작전 지역에서 야외 기동 훈련을 실시했다.
군 소식통은 "여단 전술 훈련의 일환으로 예하 일부 전차대대가 고속 기동하는 훈련이 진행됐다"면서 "9.19 합의 효력 정지 이후 대규모 실기동 훈련으로는 전군 통틀어 최북단까지 진행한 첫 훈련"이라고 전했다. 9·19 군사 합의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중단하기로 한지 6년 만이다. 5기갑여단은 예하 3개 전차대대를 비롯해 기계화 보병대대(2개), 포병대대(2개) 등을 두고 있다.
앞서 남북은 9·19 군사 합의를 통해 "MDL일대의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한다"고 합의했다. 지상에선 MDL로부터 5㎞ 안에서 포병 사격 훈련과 연대급(이후 여단으로 명칭 변경) 이상 야외 기동 훈련을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그간 실제 병력이 전개되지 못 하고 지휘관들만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지휘조 훈련만 진행됐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도 "평시 전선 지역의 정밀 타격 훈련이 제한되고 유사시 임무 수행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는 올 들어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미사일 도발과 오물풍선 부양 등 복합 도발에 대응해 지난 6월 4일 9·19 군사합의에 대한 전부효력 정지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후 연평도·백령도 북방한계선(NLL) 일대 K-9 자주포, 다연장 로켓 천무 등 290여발 해상 사격 훈련(6월 26일)→MDL 5㎞ 이내 연천 적거리, 강원 화천 칠성 사격장의 K-9 자주포· K-105A1 차륜형 자주포 140여발 실사격 훈련(7월 2일) 등을 실시했다고 공개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 제6여단과 연평부대는 26일 부대별 작전지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마지막 남은 단계가 여단급 기동 훈련이었는데, 지난달 2일 5기갑여단 전차 실기동 훈련을 재개함으로써 접적 지역의 모든 군사 훈련을 9·19 합의 이전으로 복원하는 마지막 구슬을 꿴 게 됐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1호 군사 정찰 위성 발사를 계기로 9·19 합의상 비행 금지 구역 관련 조항을 일부 효력 정지했다. 육군의 사단·군단급 무인기 정찰 활동 재개는 물론 공군의 감시·정찰 자산도 휴전선 일대까지 전개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문상균 서울디지털대 교수(전 국방부 대변인)는 "9·19 합의로 인해 최전방 부대들은 실제 작전 지역에서 훈련하지 못 하고 임의의 지형에서 훈련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실제 병력과 지원 장비가 동원돼 절차를 점검해야 문제점을 찾고 병사들도 숙달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육군은 지난 7월 포병 사격을 재개하며 “여단급 이상 부대의 기동 훈련도 계획대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단급 대규모 훈련이 정례화할 경우 이를 경계하고 대비해야 하는 북한군으로선 피로가 누적될 수 밖에 없다. 북한 병사들은 군사 훈련뿐 아니라 현재 수해 복구와 지방공업공장 건설, MDL 부근의 지뢰 매설 등에 대규모로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이미 최전방 여단급 기동 훈련 재개 사실을 파악했을 것으로 추정지만,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일 평안북도 등 압록강 수해 지역 주민 구조에 투입됐던 인민군 공군직승비행(헬기)부대를 방문하는 등 수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 당시 김정은은 “침수로 인한 피해가 제일 컸던 신의주 지구에서 인명 피해가 한 건도 나지 않았는데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이 날조된 여론을 전파하고 있다"며 내부 민심 악화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군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야외 기동 훈련 빈도를 확대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9~29일 ‘을지 자유의 방패(UFS)’ 한·미 연합연습 기간 중 연합 야외 기동 훈련은 48회로 지난해보다 10회 늘어났고, 여단급 실기동 훈련은 지난해 4회에서 17차례로 4배 이상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