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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다나다난했지만 그래도 이 짧은 생에서나마 어떻게든 행복을 찾아보려 아등바등 살던 김게녀(2n세)
늘 막이슈나 상망동을 뒤적이며 고르기 글 혹은 망상 글을 읽으며 연애 감정을 채우던 게녀에게 애인이 생기고….
- 오수(3n세, 게녀의 애인, 국적:한국, 성별:남자)
너무 기쁜 게녀는 아무도 묻지 않은 게녀만의 시시콜콜한 연애담을 주변에 마구 떠드는데….
게녀 : 저 애인 생겼어요! / 나 애인 생겼어!
이 얘기를 들은, 게녀를 남몰래 짝사랑하던 그 남자/여자의 반응은?
(홀수는 남자, 짝수는 여자임다)
1.
그는 게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카페의 단골손님이었다.
6개월 전, 무더운 날씨가 막 기세를 펼치던 어느 날, 인근에 있는 대학 후드티를 입고 두꺼운 전공책을 여러 권 들고서 우연히 카페에 들렀던 후로 그는 지난 반 년 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카페를 찾았다. 늘 깔라만시 한 잔에 수제쿠키 서너 개를 주문하고 카운터와 가까운 입구 쪽 창가 앞 자리에 앉는 그를 두고, 카페 사장은 말수도 적고 인상도 날카로워 무섭다며 투덜거리곤 했다. 그러면 게녀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료 도토는 사장이 없을 때마다 사장의 욕을 한껏 퍼부었다.
나이두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말야. 어리고 잘생긴 손님이 오니까 샘이 나나봐. 주제도 모르고!
잘생긴, 그는 말 그대로 '잘생긴' 사람이었다. 카페에 들르는 손님들도 그에게 종종 눈길을 건넬 정도로 그는 훤칠하고 똑부러지는 미남이었다. 처음 카페에 왔던 날을 제외하고는 늘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새를 하고 왔으며, 와서는 아무 말도 없이 이어폰을 꽂은 채 두어 시간씩 책만 들여다보다 가고는 했다. 반 년을, 그는 그렇게 카페에 꼬박꼬박 들렀다.
깔라만시 한 잔요.
방학 중임에도 학교에 나올 일이 있는 건지, 그는 반 년이 지난 여태까지도 매일 카페를 찾았다. 이 카페 깔라만시 레시피가 맛있나? 신 것을 잘 못 마시는 게녀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하며 그에게 정성껏 음료를 만들어주었다. 막 서빙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던 그때, 게녀의 애인 오수가 카페에 찾아왔다.
울이 개녀! 깜작 놀랏지? 오빠가 지나가다가 꽂이 너무 얘뻐서 개녀 주려고 삿어~ 아! 꽂갑은 덮집회의 ㅎ 알지?
게녀에게 깜짝 이벤트를 해주기 위해 들른 오수, 게녀가 더치페이로 살 꽃을 내밀며 수줍게 웃자 게녀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때 게녀와 그의 눈이 마주쳤다. 늘 입구 쪽 창가 앞 자리에 앉는 그와.
…….
그는 이 카페에 온 이래 처음으로 고개를 똑바로 든 채 게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말없이 게녀를 보고 있던 그는 살짝 손을 들더니 서빙을 하고 있던 도토를 불렀다. 그러는 사이 오수는 PC방에 가야한다며 게녀에게 3천 원을 꿔서 나가고, 도토는 배달온 원두를 받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조금 흐린 날씨, 한적한 오후 3시의 카페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저기요.
그래서, 게녀와 그가 단둘만 남겨진 그 공간에서, 그는 처음으로 게녀에게 주문하는 것 외의 말을 걸었다.
혹시, 아까… 애인이에요?
그는 조금 어눌한 말투로, 그러나 분명하게 물었다. 게녀는 방긋 웃으며 그렇다고 대답한 뒤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아…. 하는 한 마디를 뱉고선 다시 시선을 내렸다. 늘 천천히 넘어가던 그의 책장이 오늘따라 빠르게 팔랑, 팔랑, 소리를 내며 넘어갔다.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그는 책을 정리한 뒤 짐을 챙겨 카운터 쪽으로 다가왔다. 늘 말없이 그냥 나갔던 것과는 달리 그는 조금 굳은 얼굴로, 그러나 친절하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초코라떼 한 잔 테이크아웃 해주세요.
깔라만시가 아닌 초코라떼. 계산을 마친 게녀가 음료를 만드는 동안 그는 말없이 우두커니 서서 게녀를 바라보았다. 곧 게녀가 음료를 컵에 담아 내밀었을 때,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태국사람이에요. 6개월 교환학생 와서, 이제 다시 태국 가요. 그동안 친절해줘서 고마웠어요.
조금은 어눌하지만 분명하게 또박또박, 한 음절 한 음절에 힘을 주어 말한 그가 게녀에게 음료를 건네고선 카페를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두 정리를 마친 도토가 게녀 홀로 지키고 있던 카운터로 돌아왔고, 텅 비어있는 입구 쪽 창가 앞 자리를 보며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
그 남자 갔니? 너한테 아무 말두 없이?
게녀가 그와 나눴던 대화에 대해 이야기하자, 도토는 조금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이상하네. 늘 그 자리에 앉아서 너만 쳐다보고 있길래… 네 번호라도 따려나 했는데. 아까는 오수 씨 보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냐고 묻더라니까. 참, 전에는 음료 홀더에 뭘 적더니만 나한테 네가 신 걸 좋아하냐고 묻는 거야. 너 신 것 잘 못 마시잖아. 그래서 게녀는 신 거 싫어한다구 했지.
그리고 왜, 그 남자 맨날 책 보면서 이어폰 끼고 있잖아. 전에 우연히 봤는데 그 이어폰 아무 데에두 연결이 안 돼 있더라구. 나는 그래서 널 좋아하기라두 하나, 카운터 앞자리엔 네 목소리가 잘 들리니까, 네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러나 했었는데 말야.
2.
그녀는 게녀의 동아리 선배의 지인이었다.
게녀가 다니는 동아리는 사진동아리였다. 비싼 카메라 장비를 가지고 뻐기는 사람도 있고, 사진보다는 술이 목적인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피사체에 집중하고 그 순간을 영원히 남기는 행위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게녀와 동아리 선배 도토도 마찬가지였다. 꽤 부유한 집 딸인 도토와 달리 집안 형편이 조금 어려운 게녀는 도토의 장비를 빌리기도 했고, 도토에게 고민 상담을 하기도 했다. 덕분에 둘 사이는 다른 동아리원들이 넘볼 수도 없게 돈독해졌고, 도토는 이따금씩 자신의 지인들을 게녀에게 소개해주곤 했다.
그녀도 도토가 소개해준 지인 중 하나였다. 타대학에 다니는 학생이지만 카메라와 사진에 관심이 많은, 재능 많고 열정 많은 친구라며 도토가 동아리방에 데려온 것이었다. 이후 그녀는 종종 사진 촬영이나 출사를 갈 때마다 동아리원들 사이에 끼어 함께 가고는 했다.
언니. F값이 너무 높은 것 같아요. 니콘 거는 바디가 다른 디카 모델이랑 좀 달라서….
게녀는 그녀의 이름도 잘 몰랐지만, 그녀는 무뚝뚝하게 언니, 언니, 하고 부르며, 종종 게녀를 도와주고는 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스튜디오를 빌려 인물 사진 촬영을 연습하기로 한 날, 햇빛이 많이 쏟아지는 탓에 난감해하던 게녀를 도와준 그녀가 옅게 웃었다.
언니는 사진이 왜 좋아요?
왜 좋긴! 김게녀 얼마 전부터 연애하더니 살판나서 지 애인 찍으려고 그러는 거지, 뭐.
어머. 게녀 연애해?
한 선배가 농담처럼 던진 말에 다른 동아리원들이 크게 호응하자, 게녀는 수줍게 웃으며 오수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나를 너무 사랑해주는 사람, 언젠가 결혼을 한다면 꼭 나와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나와 같이 한 집에 살고 싶어서 집을 사기 위해 알뜰하게 돈을 모으고, 그래서 얼마 전부터 데이트 통장을 만들고, …게녀의 이야기가 계속 될 수록 다른 사람들은 야유를 하거나 부러움 섞인 말들을 던지는데, 그녀만큼은 어쩐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눈치를 보던 도토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그녀에게 너는 왜 사진을 좋아하냐고 묻자 그녀는 한참이나 게녀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둔 채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저도 찍고 싶은 사람이 생겼거든요. 원래도 좋았는데, 그때부터 더 좋아졌어요. 사진.
그렇게 농담을 던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촬영을 이어가던 때, 모델들이 떠나자 남은 이들끼리 서로 사진 모델을 해주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때마침 촬영장에 간식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오수가 게녀를 만나기 위해 스튜디오로 찾아왔다.
개녀야~! 너무 얘쁘다! 근대 개녀 사진은 좀 잘 못찍는구나? 괸찮아! 오빠가 최신디카폰으로 개녀 사진찍는 법 만이 알려줄개 ㅎㅎ
알콩달콩한 오수와 게녀 커플을 보던 도토가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둘을 스튜디오 가운데에 세웠다. 찰칵, 찰칵, 연달아 셔터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오수가 남은 간식을 먹으러 간 사이, 게녀 또한 다른 사람을 찍어주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자 그녀가 다가와서 말했다. 저 찍어주세요, 하고.
그녀는 창틀 쪽에 편하게 기대어 렌즈를 응시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이 순간 참 예쁘다고 생각한 게녀는 초점을 맞추며 그녀에게 애인이 없느냐고 물었다. 말없이 렌즈를 보고 있던 그녀는 살풋 웃으며 고개를 떨궜다.
뺏겼어요, 변변찮은 놈한테.
그녀가 먼 곳을 바라보는 순간 찰칵, 게녀가 사진을 찍었다.
그 후 그녀는 단 한 번도 동아리방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종종 도토에게 그녀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도토도 그저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하는 것밖엔 없었다. 그러는 사이 스튜디오 출사 당시 찍었던 사진들을 인화한 것이 택배로 도착했다. 예쁘다, 이 사진은 구도가 어떻다, 서로 그런 말들을 주고받으며 자기 사진에 이름을 붙이는 사이, 박스 맨 밑에서 게녀가 찍은 그녀의 사진이 나왔다. 도토를 불러 그녀에게 사진을 전해달라고 말한 게녀는 문득 드는 궁금함에 그녀는 이 사진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으려 했는지 물었다. 잠시 말이 없던 도토는 자기도 이유는 모르겠다며, 그녀가 붙인 사진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사랑.
3.
그는 게녀와 같은 해에 입사한, 옆 부서의 사원이었다.
입사 동기라고는 해도 연수원 이후로는 얼굴을 볼 일도 없고, 담당 업무가 완전히 달라 부딪힐 일도 없어서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모두에게 친절하고 다정해서 평판이 좋다는 사실 정도는 게녀도 알고 있었다.
게녀 씨, 안녕. 아침마다 밝아보여서 참 좋아요.
그는 게녀와 늘 비슷한 시간에 출근했다. 잔업 때문에 다른 사원들보다 30분 정도 일찍 출근하는 게녀의 엘리베이터 메이트였다. 게녀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회사 로비로 가면, 아무도 없이 텅 빈 로비에 그는 언제나 홀로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게녀와 눈이 마주치면 곧 사르르 미소지으며 친절한 투로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기획2팀 황 사원 진짜 사람 괜찮은 것 같아.
홍보팀 김 대리하고 썸타고 있다던데?
에이, 아니에요. 제가 듣기론 경영인사팀 윤 사원이랑….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한 만큼, 그의 뒤를 따르는 소문도 제법 무성했다. 게녀는 늘 출근을 함께 하는 그의 얼굴을 잠시 떠올렸지만, 곧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상념을 거두었다. 게녀의 애인 오수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개녀! 오늘 너 퇴근하면 우리 오랜만애 데이트 할까? ㅎ 우리집 근처에 가성비 좋은 모탤 잇는대 거기서 보자~ 응? ㅎㅎ 밖애 추우니까 돌아다니면 힘들잔아! 따뜻하개 홈데이트처럼 놀자. 참! 걔산은 우리 데통 카드로 할게. 오빠가 할태니까 개녀는 몸만 와~!
볼륨을 키워놓은 탓에 오수의 목소리를 들은 다른 사원들이 순식간에 게녀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언제 애인이 생겼냐며 마구 들떠하는 사람들에게 게녀는 발그레 볼을 붉히며 웃고선 조심스레 오수와의 연애담을 풀기 시작했다. 어떻게 만났고, 어디가 좋아서 만났고, 얼마나 만나고 있는지 얘기하던 차에, 우연히 복도를 지나던 그가 게녀를 보고선 인사를 건네왔다.
게녀 씨.
어, 기획팀 황 사원 아니에요? 여긴 왜….
아아, 사무실에 A4 용지가 부족해서 가지러 가던 길이었어요.
어? 사무용품은 반대편 복도로 내려가야….
그런데 왜 게녀 씨 주변에 다들 그렇게 몰려있으세요?
아아! 게녀 씨 연애한대요. 애인이 아주 자상하더라구.
게녀 씨, 얘기 좀 더 풀어봐요.
연애요?
하하, 그가 조금 멍한 표정으로 소리내어 웃자 다른 사람들도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 있어요? 좀 보여줘요. 궁금해. 사수의 조름에 마지못하는 척 핸드폰 속 오수의 사진을 연 게녀는 다른 직원들에게 오수를 자랑했다. 이야, 훤칠하게 잘 생겼네…, 게녀와 같은 팀 입사동기인 도토가 사진을 보며 칭찬하던 그 때,
농담하는 게 아니라, 정말입니까?
그가 조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게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여즉 굳은 얼굴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 후 그는 눈에 띄게 게녀에게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오죽하면 제3자인 도토마저 황 사원 너한테 왜 저래? 라고 물을 정도로 차가운 태도였다. 아침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치는 건 여전했지만 그는 게녀에게 알은 체도, 인사도 하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몇 주의 시간이 흘렀다. 하루는 오수가 회사 로비에까지 게녀를 만나러 왔고, 게녀와 오수가 손을 꼭 잡은 채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퇴근을 하던 그가 게녀를 쳐다보았다.
…….
그는 마치 못볼 것을 보았다는 듯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오수마저도 저 기생오래비 같이 생긴 선비놈은 뭐냐며 기분 나빠할 정도로 서늘한 시선이었다.
그 후로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그를 마주칠 일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전근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사원이 무슨 전근을 가냐며 사람들은 의아해 했지만, 곧 알음알음 조용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실은 그가 회장의 아들이었더라던.
그가 전근한 다음 날, 누군가 게녀의 사무실 책상 위에 작은 쪽지와 게녀가 좋아하던 초콜릿 박스를 두고 갔다.
기분 나쁘게 행동했던 것 미안합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친절하기만 한 사람보다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게녀 씨에게는 특별한 사람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얼굴을 보고 축하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어디서든 게녀 씨가 그 사람과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4.
그녀는 꽤 이름이 알려진 모델이었고, 게녀는 오랜 해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탑 디자이너 밑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초짜 디자이너였다.
한국에 익숙하지 않은 게녀는 그녀의 이름조차 몰랐다. 게녀의 머릿속에서 그녀는 '그 모델'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고 활짝 웃으며, 오히려 게녀의 손을 붙잡고선 반갑다는 듯 말했다. 나도 외국 사람이라 한국이 낯설어요. 같이 한국하고 친해져요. 그녀는 화려한 외모와는 달리 아직 어린아이 같이 귀엽고 발랄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나 그녀를 좋아했고, 어느 디자이너든 그녀를 페르소나로 삼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녀는 늘 게녀의 스승인 탑 디자이너와 우선으로 작업했다. 항간에는 그녀와 탑 디자이너가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게 아니냐는 소문이 떠돌 정도였다. S/S 시즌쇼를 준비하던 무대 뒤에서마저.
나랑? Mr.Kim이랑?
한 눈치 없는 스텝이 실수로 흘린 말에 그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순간 분위기가 싸해지고, 다른 모델들이 그녀의 눈치를 보며 스텝을 힐난하던 차에, 그녀는 도르륵 눈을 굴려 게녀를 바라보았다.
게녀는 그런 말 안 믿죠?
게녀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씩 웃으며 게녀를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난 그거면 됐어요.
그녀는 루머가 퍼지든 말든, 개의치 않고 디자이너의 작업실에 매일 들렀다. 정작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녀는 게녀의 책상 주위를 얼쩡이며 게녀가 스케치해둔 도안들을 구경했고, 게녀의 첫 쇼에는 꼭 자기를 세워달라는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휴일을 맞아 집 근처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던 게녀의 어깨를 누군가 톡톡 두드렸다. 그녀였다. 지나가다 게녀인 것 같아서 설마 하고 와 봤다며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그때 게녀와 함께 빵을 사러 왔던 오수가 게녀의 이름을 우렁차게 불렀다.
개녀야! 나 소시지빵이 너무 먹고 싶은대 여기 빵은 좀 비싸내. 3처넌이나 하는대… 오빠는 한입만 먹고 나머지는 울이 개녀가 먹는 대신 더치패이 할까? 오빠는 딱 한입만 머글거지만 500원 정도까지 부담할수잇어. 1/6이나 내는 거자나. 그럿지?
What….
고개를 돌려 오수를 바라본 그녀가 평소답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을 했다. 그녀는 한참이나 말이 없다가 게녀에게 불쑥 물었다. 혹시 그가 게녀의 애인인 건 아닐 거라며, 게녀에게 확답을 받아야겠다는 듯 입술 끝을 잘근 물며 초조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나 게녀는 그녀의 행동이 오수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조곤조곤 오수와 자신이 얼마나 사랑하는 사이인지 설명했다.
그 후 그녀는 디자이너의 작업실에 잘 찾아오지 않았다. 게녀는 자신 때문에 그런 게 아닌지 마음이 쓰였지만, 곧 다른 모델들과 컨택을 하고 잔업을 도맡아 해야했으므로 그녀에 관한 것들을 까맣게 잊었다. 기실 게녀는 그때까지도 그녀의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있는 참이었다.
오랜만.
그런 게녀의 앞에 그녀가 다시 나타났다. 꼬박 한 달만이었다. 그녀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동안 게녀는 그녀에 대한 생각 외의 소문을 많이 주워들었다. 그녀는 사실 누구에게나 냉랭하고 차가운 사람이며, 스텝들에겐 말도 잘 걸지 않고, 늘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 할 일만 하는 사람이었다던. 그러나 조금 뚱한 표정으로, 아직 어린 티가 남은 얼굴을 하고서 다시 게녀를 찾아온 그녀에게선 냉랭함이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녀가 그녀를 반기자, 그녀는 툴툴거리며 말을 이었다.
게녀 연애하느라 바빴죠? 그래서 나 안 와도 별로 궁금 안 했죠?
나 게녀 이해 못하지만 그래도 옆에서 지켜볼 거예요. 왜 그런 사람 만나는지 나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5.
그는 게녀의 과 선배였다.
워낙 인원이 많은 대형 학과인 탓에 선배라 해봐야 맞선배 정도가 아니면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일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 달랐다. 멀끔하게 잘 생긴 얼굴,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은 죄다 비싼 것이었고, 떠도는 소문으로는 손꼽히는 기업의 아들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로 귀티라는 게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녕, 소년들.
대박… 저 선배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선배, 얼굴을 그렇게 쓸 거면 저를 주세요.
남들을 웃기는 데에 관심이 많아서 늘 예상 외의 엉뚱한 행동을 하는 탓에 더욱 인기를 끄는 사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과 생활을 적극적으로 하지도 않고 조용한 성격을 가진 게녀와는 상반되는, 그 어떤 접점도 없을 것 같은 사람.
너희 소가 올라가면 뭔 줄 알아?
선배. 하지 마세요, 제발….
소오름.
…….
푸흡, 과 방 구석에서 공부를 하던 게녀가 그의 농담에 웃음을 흘린 순간, 다른 사람들의 야유를 받고 있던 그가 고개를 돌려 게녀를 쳐다보았다. 두 눈이 일직선으로 마주친 탓에 게녀가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하하, 웃자, 그는 사르르 웃으며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전공 수업이 세 개나 있던 어느 날. 깜빡 늦잠을 잔 탓에 9시에 시작하는 1교시 수업에 크게 지각한 게녀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허둥대며 강의실로 달려갔다. 뒷문을 열고 들어가자 웬일인지 그가 맨 뒷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인싸인 탓에 늘 사람들을 거느리고 맨 앞자리에 앉던 그가,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옆 자리엔 가방을 놓고선, 게녀가 잠시 멈칫한 사이 게녀 쪽으로 시선을 돌린 그는 제 가방을 치우며 옅게 웃었다.
여기 앉아.
그가 입모양으로 작게 속삭였다. 게녀가 자리에 앉자 그는 교수님이 어떤 말을 해 줬고 어떤 과제를 안내했는지 짧게 일러주었다. 그렇게 정신 없는 수업시간이 다 지난 후, 주섬주섬 짐을 챙긴 게녀가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하자 그는 조금 웃음기가 묻어나는 얼굴로 말했다.
너 내 이름 아니?
난 아는데. 그가 조용히 덧붙였다. 게녀가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그는 씩 웃으며 게녀의 손에 캔커피 하나를 쥐여주었다.
네가 내 이름 알 때까지, 우리 자주 보면서 지내자.
그 후 그는 직접 게녀에게 말을 걸거나 다가오는 행동을 더 하지는 않았지만, 늘 게녀의 눈길이 닿는 곳에, 혹은 자신이 게녀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 머물며 게녀를 보았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또 벙긋, 웃어넘기고 마는 것이었다.
학기가 끝나고 계절학기 수업을 듣던 어느 날, 게녀는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애인 오수와 데이트를 하러 가던 길에 짐을 가져다 놓으러 과 방에 잠시 들렀다. 오수와 함께 나타난 게녀를 보며 다른 아이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고, 게녀는 수줍게 웃으며 사물함에 책과 짐들을 넣어 정리했다.
개녀, 좀 빨리빨리 할수업어? 우리 이러다 버스놏친다고. 그럿개 손이 느려서 나중애 나랑 결혼하면 집안일은 억덕계 다 하려고 그래?
게녀와 오수가 다정하게 티격태격하는 사이, 그가 과방에 들어섰다. 게녀의 곁에 있는 오수를 보고 멈칫한 그는 주변 학생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볍게 물었다.
누구야?
아, 게녀 애인이래. 대박이야. 조용조용해서 잘 몰랐는데 완전 사랑꾼이라니까, 김게녀.
애인이라고?
푸흡.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로부터 터져나온 웃음이었다. 묘한 기시감에 게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는 게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야. 갑자기 왜 웃어?
아니, 그냥….
해 볼만 하겠다 싶어서.
텐 치타폰리차이야폰쿨
손채영
황민현
라리사 마노반
김석진
문제시 엉엉 울며 빠른 피드백...! ㅠㅠ
고르기 글 처음 써봐서 넘 떨리는데 사진이나 글에 문제 있으면 바로 말해주랏!
첫댓글 석진아 함 도전해봐라마!!
미친 진짜....환승이별 한번만 봐주라 인간적으로
아니 나 왜 오수랑 사귀는거야? 오수죽이면 되는거지
오수 ㅅㅂ무슨일이야
김석진
앇쓰...치타뽄ㅠㅜ...
와....55
5 시바 포기하지말아줘...날 오수한테서 구해주ㅠ
미방이길 바랬는데....
석진... 제발 오수한테서 구해줘..
김석진 나는 오수 당장 버릴거야 제발... 석진 날 구해...
민현 ㅠㅠㅠㅠㅠ오수꺼져ㅠㅠㅠㅠ
석진님 그냥 ... 이기셨습니다...
난 오수 왜 사귀는거니..?3..
마지막..
석진아 살려줘
오수새끼야........
아유 주변에서 뜯어말려주지 좀,,,, 1,,,태국갈겡
민현아...
김석진 제발 날 포기하지마 해볼만한 수준이 아니야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머리에 총을 맞았나 저 새끼랑 왜 사귀는거야..
석진님...
나 오수 왜 사귀냐...
왜 주변에서 아무도 안말려주냐.... 오수새끼 도움이 안돼..
이건 5다....날 포기하지 말아줘 계속 들이대서 오수 날려버리고 내 옆으로 와 엉엉엉엉
아진심 나한테 왜구래....
미친 이거 오수새끼랑 헤어지고 저 썸남썸녀들이랑 사귀게해주면 안됩니까? 진짜 캐스팅 스토리 다 완벽하다...이고르기글 내 찌통유발ㅠㅠ자괴감 유발ㅠㅠ1은 오수랑 헤어지고 다 정리하는 마음으로 태국으로 혼자 여행갔다가 다시 만나면 갓벽 3은 시발....나도 황씨
전근된곳으로 발령시켜줘 아니면 퇴사가 답 오수새끼 시발....5는 날 앗아가줘 제발 구해줘 내눈 미침? 왜저뤠....2번4번 여자 캐스팅도 처음보는 조합인데 너무 맘에 들고 이쁘다 여자들 각각 막짤 최고된다ㄹㅇ아근데진심생각할수록수치오진다 이런걸 공감성수치라고하나..시바..오수랑 사귄다니 특히 저 모텔 통화내용 가장 수치야..회사사람들 듣다니..시바아아아....
아니 오수때문에 끝까지 못 읽겠어 이벤트 꽃도 더치페이를 하냐?!!!
텐ㅠㅠㅠㅠㅠㅠㅠ
글 너무 좋다 ㅠㅜㅠ 완전 집중해서 다읽음 흑흑 ㅠㅠ
아 미친 테니야,, ㅠ
아니...망상글읽는다며 왜 오수를...으윽으으...주변에 저런 사람들이 있는데 왜...와이... 오수.. 여기저기 진상짓 시나이데... 훠이훠이
민현가지마...엉엉
리사랑 석진 개웃겨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사람이랰ㅋㅋㅋㅋㅋㅋ표현적당하고찰떡이닼ㅋㅋㅋ 석진...한번 살짝 치기만해도 넘어간다고... 들이댐plz...
그래!!!!석진아!!! 제발 !!!!!!도와줘!!!!!!!!
66
닥5
채영아...
ㅁㅊ 채영아.....
오수 새꺄 꺼져...
1
오수...내가 오수죽이고 천국갈꺼다....채영아 다시와줘...리사도....젭알....
야 1에 너무 치여,,,,, 어떡해 마음아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사라져 ㅠㅠㅠㅠㅠㅠㅠ
아 채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