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9월 7일 문화재종합병원 추진단을 발족하고 현판식을
가졌다. 병에 걸린 문화재를 치료하고 복원하는 문화재종합병원이 생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5년 9월 7일 문화재종합병원 추진단을 발족하고 기본 계획을
공개했다.
문화재종합병원은 내년 하반기 개원을 목표로 대전 유성구 문지동 국립문화재연구소
바로 옆 부지에 들어선다.
대지 24500m2 위에 지상 4층, 지하 1층의 연면적 8300m2 규모로 건립되며 설계,
건축공사비 등 총 400~450억 원이 투입된다.
진료실, 실험실, 수장시설, 연구실을 포함해 5개 치료복원실이 세워질 계획이다.
문화재종합병원을 세우는 이유는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3만여점의 유물을
다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손길이 필요한 유물들이 창고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계속 방치돼 있다.
특히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는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처리 비용도
비싸 대부분 그냥 보관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은사 석탑 사리구는 파손이 심해 각 부분의 위치를 찾는 데만 1년,
녹을 없애고 약품 처리까지 합치면 3년이 걸렸다. 2005년 복원이 끝나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긴 경천사 10층 석탑은 무려 10년 가까운 세월과
20억 원이 소요됐다.
그러나 문화재종합병원이 완공되면 유물 보존처리 인력이 23명에서 66명으로
대거 확충되며 공간과 기자재도 늘어난다.
발굴된 유물을 진단해 다친 유물을 치료하고, 보존처리와 전시, 모형제작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게 된다.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담당하는 유물보존 연구업무도 옮겨간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유재은 학예연구관은
“병원이 완공되면 지금 출토되는 유물의 50%까지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화재, 입원에서 퇴원까지 책임진다/
특히 첨단 연구·보존 장비가 대거 늘어난다. 3차원 CT 촬영기를 비롯해
재료 투과율을 측정하는 분광광도계, X선 형광 촬영기, 극소량 유기물
연대측정에 사용하는 질량가속분석기, 바닷물을 뿌려 염소 이온으로
석재와 목재를 풍화시키는 인공풍화실험기, 유물 내의 염소 이온을 제거하는
탈염처리기, 유물 표면을 코팅해 습기를 차단하는 진공함침기,
녹을 제거하는 정밀분사가공기 등이 문화재종합병원에 들어간다.
문화재연구원 내에 있는 보존과학연구실은
문화재종합병원으로 옮겨가며 예방 보존연구와 DNA 분석,
절대연대 계산, 보존기술 표준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복원기술연구실에서는
과거 조상들이 사용한 전통기술을 연구하고 대체재 개발, 풍화분석,
수복기법 연구 등 보존 재료와 문화재 복원기법을 개발할 예정이다.
금속제 유물 보존처리에 사용하는 정밀분사가공기. 표면의
이물질이나 녹을 제거한다.
문화재를 실제로 치료하는 보존처리 분야는 무기유물실, 유기유물실,
모형복원실로 나뉜다.
무기유물실에서는 금속, 합금유물에서 도자기·
토기·유리제품, 그리고 석재, 고분벽화 보존처리까지 전담하게 된다.
유기유물실은 목재류, 직물·피혁류, 그리고 서책, 회화, 표구 등
종이로 된 문화유산을 담당하는 곳이다.
모형복원실은 옛 건물의 흔적인
유구(遺構)를 보존하고 공예품 복각, 문화재 모형 제작을 맡는
한편 3차원 영상으로 문화재의 본 모습을 재현한다.
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종합병원이 완공되면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보존처리 기관과 기술협약을 맺고
전문 인력 교류를 추진해 문화재 보존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시칠리아복원연구소(CRPR) 한 곳에도
60명의 인력이 상주하며 시칠리아섬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