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의 원
-타로카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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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거…… 자료가 너무도 없는걸?”
“그래 맞아. 몇 십 년 전 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이 많았다던데…… 기계화되어 가면서 그런걸 믿는 사람이 줄어들어 결국 몇 년 전엔 아예 사라져 버렸다고. 이 정도가 구해낸 자료의 전부……. 어떻게 해야하지……?”
“글쎄……. 일단은 도서관에 가 있는 가현이랑 수연이에게 기대를 걸어 봐야지. 그리고 기승이 형에게도 부탁해서 다른 지역에 있는 큰 도서관을 찾아 봐 달라고 부탁을 해 뒀으니…….”
“아마 통신에 의지하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미 어지간한 검색엔진은 모두 이용해 보았으니까. 도서관에서 오래된 책이라도 발견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타로카드라……. 흠,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애절히도 부탁을 하는데 안 들어 줄 수 있나…….’
도서관 내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푸른색에 흰색으로 브릿지를 준 머리를 지닌 기승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책을 뒤져보고 있었다. 사랑스런(?) 동생들의 잔혹한(?) 부탁에 의해서 말이다.
‘타로카드…… 듣기에는 점치는데 쓴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점술 부분으로 가야하나? 점술은…… 역학 쪽에 속하겠지…….’
역학으로 분류된 코너로 향한 기승은 그곳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책을 뒤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책을 꺼내는 순간 그의 눈초리가 확 바뀌었다.
‘으윽! 이게 뭐야……. 역학……적 에너지라니!! 이게 왜 이쪽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냔 말이다!’
아무래도 분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엉터리 검색엔진 같은 것도 아니고, 사람이 분류해 놓은 것이 이 모양이니…….
‘할 수 없지 좀더 찾을 수밖에……. 어어? 저……건.’
투덜거리며 책을 꽂아 두고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던 기승은 순간 어느 지점에 눈이 가자 기쁨의 미소가 얼굴 전체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아……. 분명 타로카드에 관련된 자료라고 했으렷다? 만약 저 책이 엉뚱한 것을 적어 둔 것이라면 그냥 이 도서관…… 으으……. 생각하기도 귀찮군, 일단 확인부터 하자구.’
기승이 매우 운 좋게도 발견한, 타로카드라고 명확히 적혀있는 책을 스윽 꺼내 들었다.
‘타로카드…… 그 역사, 점치는 법……. 좋아! 확실하다. 이걸 녀석들에게 갖다 주기만 하면……. 보상 정도는 있겠지? 아무래도 매우 찾기 어려워하던 것 같으니 말이야.’
몇 번 책을 훑어본 그는 당장에 책을 들고 바이크를 세워 둔 곳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당장에 시동을 걸어 부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아아…… 대채 어디 있는 거야아……”
“아아, 몰라몰라. 힝…… 하필이면 그 망할 선생, 이런 짜증나는 숙제나 내주고…….”
“그러게 말이야. 타로……, 타로……. 으으…… 이젠 그 타로 소리만 들어도 그냥 확…… 으그그…….”
“타로……, 타로……, 타로…….”
“으으…… 수연이 너, 나 약올리는 거야?”
“응, 약올리는 거야. 아아……, 그걸 대채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아…….”
도서관 휴게실 의자에 힘없이 기대어, 수연과 가현이 맥빠진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던 찰나에 한참동안 눈과 머리를 굴리던 데에 대한 스트레스가, 결국은 만화라는 주제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야야, 수연아. 우리 쉴 겸해서 만화책이나 좀 보러 가자. 응? 혹시 알아? 타로카드 이야기가 나올지. 아아…… 정말 멋진 생각이야…….”
“하하……, 어이, 이보슈, 자화자찬이 좋을 때도 있겠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도 생각해 주라구. 닭살 돋아아…….”
“닭살? 흠…… 대패 같다 주리? 아아……, 그건 너무 오래된 거라 지금은 없겠지? 건설 공장에 대리구 가서 나무 깎아 드리는 곳에다가 팔을 쑥 집어넣어 주리?”
“아아, 됐어.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래도 나쁜 생각은 아닌걸? 오빠 말마따나…… 게임은 또 하나의 공부라나? 게임이 그 정도라면 만화도 마찬가지겠지. 빨리 가 보자.”
“휠…… 오브 포츈…… 운명의 수레바퀴……?”
“더 데블…… 악마?”
“데쓰…… 죽음. 아, 이거……숫자가 있잖아? 정리하는 순서가 있는 거였어.”
“흠…… 오빠, 그걸 이제 알았어? 참 둔하네……. 뭐 일단 그게 중요 한 게 아니잖아? 거기 있는 영어 그대로 검색엔진에서 쳐보자구. 혹시 알아? 웹 페이지로 된 타로 소개 같은 게 있을지. 그것만이라도 찾아내면 그대로 주소로 들어가면 될 테니까.”
“으음……, 그래. 혹시 모르니 쳐봐야지. 그럼…… 가장 흔치 않을 만한 단어가…… 이건가?”
한데 모아져 있는 여러장의 카드…… 그 카드들을 뒤지던 명환은 그 중에서 아래 영어가 좀 특별하다 싶은 것을 하나 골라내어 그 것을 검색란에 적어 넣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명환과 그를 지켜보던 민신은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으으…… 영어…… 으그그…… 지금…… 중3 한테…… 뭘 바라는 거냔 말이야아!”
“참아, 오빠. 그럴 수도 있지. 기승이 오빠가 큰 도서관엘 찾으러 갔으니까 금방 자료를 구해 올 거야. 굳이 그러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정도 자료면 상당한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으으…… 점수 문제가 아니라…… 이 녀석으로 점을 쳐보고 싶단 말이야. 너네들 점수야 내 알 바는 아니니까.”
“음…… 그러면 처음부터 동생들의 진학 문제 따위는 상관도 안 했다는 소리네?”
“그게 내 알 바냐? 너희들 미래야 너희들이 설계하는 거지 내가 어찌 할 도리가 있겠어? 난 다만 힘들 때 도와주기나 하면 되는 거지. 그나저나, 이건 상관없고. 아아…… 나머지 두 사람도 빨리 와야 할텐데…….”
“몰라, 오빠는 적어도 수연이 한테는 친절한 줄 알았는데……. 실망이야.”
“아아, 실망을 하든 뭘 하든 내 알 바 아냐. 사람에 대한 감정은 그 사람만의 생각일 뿐이니까. 나는 내 소신껏 행동할 뿐이야. 흠…… 누가…… 올라오는데?”
어째저째 말을 해 가는 명환은 잠시 말소리를 죽였다가 희미하게 소리가 들려오자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네…… 발소리가…… 조금 박자가 어긋나고 느린데다가 두 가지 소리가 섞여 울리는 것을 보니 적어도 두 사람, 그리고 그 걸음걸이가 느리다는 것을 볼 때, 지금 기분은 조금 나쁘다거나 한 상태일 것이고…… 아! 지금 막 2층을 지나쳤으니까 목표 지점은 3층, 우리가 있는 곳이고, 옆집은 얼마 전에 이사를 갔으니까 우리 집으로 올 테고, 사람 수는 둘인데다가 걸음걸이에 의한 기분 상태 파악의 대략적인 결과로는 기분 상태가 좋지 못하니 아마 수연이와 가현이 언니, 그리고 당연히 자료 찾는 것은 실패 한 상태일 거야.”
“…… 너……, 그런걸…… 어디서…….”
“흐흠, 추리 소설 같은 데서 많이 봐 왔거든. 어쨌든 마지막 희망은 기승이 오빠뿐이네…….”
“내가 더 보탤까? 음…… 흐흠…….”
더 보태겠다는 말을 해 두고도 가만히 있는 명환을 보고 민신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찰나, 명환이 갑작스레, 그것도 매우 빠르게 말을 이었다.
“가현이 수연이 왔구나, 당연히 자료 찾는데는 실패했나 보군. 그래, 수고했고, 각오는 잘 하시라 이 말씀이야. 어쨌든 여기는 한가지 자료는 확보해 뒀다 이거야, 템페스트 버전 타로카드. 그리고 둘의 실패로 인해 이번 너희 점수 깎일 확률 70 퍼센트로 상승, 마지막 희망은 기승이 형뿐이고 기승이 형 마저 실패하면 너희 고등학교 점수 10 프로 중에서도 4 프로, 그 중에서도 약 300 분의 5 정도 점수가 깎이게 되었어.”
문이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올 시간을 노려 명환이 빠르게 두 사람에게 전할 말을 모두 전한 것이었다. 참 황당한 광경에 세 사람 모두 눈만 껌뻑거렸다.
“꺄아아악!”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럴 수밖에. 이제 곧 있으면 처참한 몰골을 한 푸르고 흰머리의 청년이 비틀거리며 살려달라 할 것이다. 대형 트럭에 깔려 버렸으니까.
“으으…… 누가……, 누가 경찰, 병원에 신고해요!”
그러자 주변에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 중 몇 사람이 품에서 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급히 신고를 하려던 찰나에, 그들의 움직임을 막는 말소리가 있었다.
“신고하실 것 없어요. 아직 살아 있으니까. 멀쩡해요. 다만…… 나가기가 힘들뿐이지…… 아아, 바이크도 많이 망가졌겠네요. 구두 밑창도 닳아 빠졌겠고요…….”
“나도 좀 보여 달란 말이야!”
“이게 너 보여 주려고 가져 온 건 줄 알아? 재현이 형한테서 게임 하겠다고 억지로 빌려온 것이란 말이야! 괜히 건드려서 찢어지게 만들지 말고 빨리 놔!”
수연과 명환이 종이로 만들어진 케이스에 담겨있는 타로카드를 각자 손에 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쳤다. 그런 둘을 앞에 두고서도 가현과 민신은 전혀 말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았다.
“이이…… 아무리 그래도! 도와 주기로 했으면 끝까지 도와 달란 말이야! 좀 보면 어디가 덧나서…… 이잌…….”
“때 탄다구! 그러니까 빨리 놔!”
“싫어어!”
치열하게 말싸움을, 그리고 줄다리기를 벌이던 두 사람을 한참 지켜보던 중, 가현의 눈길이 카드에 향했다. 혹시나 카드가 찢어지게 되면 얼마 안 남은 그 희망마저 사라지게 될는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그 카드를 본 순간 가현의 눈빛이 변하며 소리쳤다.
“그만햇! 카드 찢어지려 한다구!”
순간적으로 놀란 둘은 카드를 놓아 버렸다. 그래도 역시 남자인, 그리고 나이가 조금이라도 더 든 명환의 속도가 빨랐던지, 둘이 거의 비슷하게 손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연은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꿍 찍고 말았다.
“아아……, 카드!”
둘의 손을 벗어난 카드는 어떻게 된 것인지 공중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뚜껑이 열려 버려 안에 있던 카드가 몽땅 쏟아져 나온 것이다.
“아아! 빨리 받으라구! 이 방은 틈새가 많아서 종이 한 장 들어가 버리면 찾지 못한다구!”
그 소리에 급하게 그들은 떨어지는 카드들을 잡으려 분주히 뛰어 다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 들은 이리저리 오합지졸로 돌아다니다가 결국 각자 한 장씩 밖에 받아 내지를 못하였다. 받아낸 카드를 들여다 본 가현의 눈이 휘둥그레 해 졌다.
“오……빠, 나…….”
무슨 일인지 궁금해진 세 사람은 가현에게 다가갔다. 가현은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뒤에서도 볼 수 있도록 돌려 보였다.
‘DEATH’
데쓰, 죽음을 의미하는 카드. 그것도 그 카드가 정방향으로 가현의 손에 들려 있었다. 순간적으로 놀란 세 사람은 각자 자신이 들고 있던 카드들을 보았다.
“난…… 운명의 수레바퀴…… 역…… 들어본 적 있어. 타로카드는 그 방향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고…… 하지만, 그 의미는……, 진정한 의미는 아직 잘 모르는 일이니…….”
명환이 자신의 카드를 본 다음 언젠가 들은 적 있는 말을 꺼내어 자신의 지식을 어느 정도 과시해 보이기도 하면서 카드를 보여 주었다. 민신은 직접 말을 꺼내지 않고 자신의 손에 있는 카드를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 카드는 악마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카드…… 더 데블 카드 였다.
“난……, 더 문. 달…… 무슨 의미일까?”
“모르겠어. 하지만, 일단 민신이와 가현인 너무 걱정하지를 말아. 카드 그 자체의 뜻이 있을는지는 잘 모르지만, 단순히 그런 것에 신경쓸 것 없잖아? 그리고 이건 진짜 규정대로 행한 것도 아니니, 상관없을 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걸…….”
평소와는 다르게 어두운 빛을 띈 채로 가현이 말을 줄여 갔다. 민신은 따로 뒤로 조금 떨여져 생각하였다.
‘……무슨 의미일까, 이건……? 단순한 우연? 아니면…… 예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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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를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아니, 드렸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힌트를 덧붙이면, 카드의 공식적인 의미만을 생각지는 마시라는 겁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글 쓰기 작업이 그리 활발하지는 못할 것 같네요. 안쓰지는 않을 듯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