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컴퓨터(PC)는 크게 3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본체와 모니터 그리고 입력판인 키보드다.
키보드에는 마우스가 나오기 전에는 키보드로 글자나 기호 그리고 숫자를 입력했다.
마우스가 나오고 나서는 마우스를 많이 쓰지만 그래도 입력할 때에는 키보드가 많이 쓰인다.
키보드에는 자판 사이 사이 틈새로 먼지가 들어가 고장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보통 비닐 커버를 씌워 두고 있다.
작년에는 몇년전에 고급 사양의 hp 컴퓨터를 본체에 먼지가 쌓여 고장을 일으켜 수리센터에 가지고 갔더니
전원측이 고장 났다고 바꾸는데 수리비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며 차라리 새로 사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
그래서 삼성으로 한 세트를 사서 지금 사용하고 있다. 수리로 맡겼던 것은 그대로 폐기하고 말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속에 비싼 소프트웨어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퇴직하고는 연구에서 손을 놓아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나이 든 할머니들이 금비녀나 금가락지를 도둑을 우려해 베개 속에 넣어 놓고 오랫동안 사용하다가
낡은 베개를 새 베개로 바꾼다고 쓰레기장에 버리고 만다. 자신이 그 속에 금비녀나 금가락지를 넣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은채.
몇년전 영국인인가 가상화폐가 처음 나왔을 때 가상화폐를 헐값에 사놓고 암호를 지갑에 넣어 놨다가 지갑을 쓰레기로 버렸다고 한다.
나중에사 그 사실을 상기하여 쓰레기 하치장으로 가서 찾아봤으나 산더미 같은 쓰레기 속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 순간의 실수로 수억원에 상당하던 자산이 연기처럼 일순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세트는 채 일년도 안 되었는데 키보드 커버에 구멍이 생겼다.
백수가 된 이후로 컴퓨터 나의 친구이자 놀이터가 됐지만 자판을 두드리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새벽에 일어나면 서재에 있는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카페에 글 쓰는 일
그리고 9시가 되면 증권사 홈피에 들어가 주식투자에 매달렸다가 마우스로 몇번 글적거리는 게 전부다.
자판에는 영문과 한글로 돼 있어 필요시 변환키를 눌러 바꾸도록 돼 있지만 영문으로 된 키를 두르리는 일은 그리 많지 않고 주로
한글 자판을 두드린다. 키보드 비닐 커버를 보니 구멍이 제일 크게 난 곳이 모음 'ㅏ'가 있는 곳이고 그 다음이 자음 'ㅇ'이고
세번째로 자음 'ㄴ'이 있는 자리다. 내가 카페에 올리는 글 중에 성분 분석을 해보면 모음 'ㅏ'가 제일 많이 들어 갔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고 그 다음 순서로 'ㅇ'과 'ㄴ'이 들어간 모양이다. 전기 릴레이로 치면 상기 세 부분의 엘리멘트가 닳거나 또는 입력신호에 따라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순간에 스파크가 생겨 고열로 인해 엘리멘트가 녹아 내리거나 해서 회로에 고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구멍난 위치를 보면 문자열 중앙 부분이 돼서 양손을 자판 위에 올렸을 때 둘째 셋째 손가락이 닿기 좋은 위치임을 알 수 있다.
자음이 왼편에 배치돼 있고 모음이 우측에 배치돼 있다. 자음과 모음 각 글자 배치도 쓰임새에 때라 적절히 했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