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에 재직 중인 한 교수가 서울대‧고대‧연대 등 소위 SKY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섬뜩하다. 부모가 언제쯤 죽었으면 가장 좋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0%가량이 63세라고 대답했는데, 이유인즉슨 그때 죽어야 가장 많은 유산을 남겨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남겨줄 재산도 없는 나는 염치없이 살아도 너무 오래 살고 있다.
대구 달성군에 가면 <六臣祠>라는 사당이 있다. 수양대군이 살해한 사육신 박팽년‧성삼문‧유성원‧유응부‧이개‧하위지 등 여섯 분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처음에는 박팽년의 손자인 박일산이 할아버지인 박팽년의 위패만 모셨는데, 박팽년의 현손인 박계창이 고조부의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사육신의 혼령이 함께 사당 밖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보고 크게 깨우쳐 여섯 분을 함께 모시게 되었다. 사당은 역사적 곡절 끝에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따라 폐기되었다가, 박정희 대통령의 ‘충효위인 유적 정화사업’ 조치에 따라 1975년 지금의 모습으로 중건되었다. 이때 전국적으로 여러 위인들의 사당을 건립했는데, 좌파들은 유독 충무공 이순신을 모신 <현충사>에만 시비를 걸고 있다. 같은 군인 출신이라고 이순신을 과대평가했다는 생트집이다. 차기 대통령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박원순도 세종대로사거리에 있는 충무공의 동상을 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옮기겠다며 여론의 간을 보다가, 언론과 보수진영의 호된 질책을 받고 한발 물러섰다.
<六臣祠>에는 기막힌 내력이 숨어 있다. 조선조 500년 역사에서 가장 잔혹한 역적 수양대군은 단종 복위를 도모한 사육신을 살해하면서 3대 9족의 남정네들도 함께 살해했는데 어떻게 박팽년의 후손이 살아남았느냐 하는 수수께끼다. 조선조에는 역신을 죽이면 그의 부인이나 딸들은 공신들의 性노리개로 내주거나 지방의 관비로 내려 보내는 율법이 있었다. 박팽년의 둘째자부도 관비(官婢)가 되어 향리인 성주로 내려와 현청에서 비복(婢僕) 노릇을 시작했다. 이때 그녀는 만삭이었다. 관비가 아이를 낳을 경우 아들이면 즉시 죽이고 딸이면 관비를 삼도록 되어 있었다. 몸 풀 때가 되어 친정에 가서 아이를 낳으니 아들이었다. 마침 친정의 여종이 먼저 딸을 낳았는데, 두 아이를 바꿔치기하여 여종이 박팽년의 손자 박일산을 데리고 달성군 묘리로 숨어들어 키우게 되었던 것이다. 박일산은 묘리에 99칸짜리 종택(宗宅)을 지었는데, 그 가운데 일부가 보존되어 보물 제544호 <태고정>으로 지정되었다.
수양대군의 찬탈을 얘기할 때마다 유독 미깔적은 인물이 하나 있다. 조선 초기의 최고 천재였던 신숙주다. 그는 세종대왕 때 장원급제하여 여러 관직을 거치면서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겼다. 특히 언어천재로서 중국어를 비롯한 동아시아 8개 국어에 능통하여 외교는 물론 훈민정음 창제와 연구에도 세종 다음으로 크게 기여했다. 세종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신숙주는 세종을 임종하면서 ‘어린 세손을 잘 보필해달라’는 고명까지 받았다. 그러나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수양대군 편에 서서 단종 폐위 및 살해에 앞장섬으로써 만고에 씻을 수 없는 역적으로 기록되고 말았다. 신숙주의 가장 큰 죄는 단종 비 송씨(훗날 정순왕후로 추존)를 性노리개로 달라고 수양대군에게 청탁한 일이었다. 아무리 인면수심이라고는 하지만 수양대군도 차마 그것만은 허락할 수 없어 거절했다. 후세 사가들이 단종 복위계획에 동참했다가 장인 정창손을 통해 수양에게 밀고한 김질보다 신숙주를 더 나쁜 놈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오죽 꼴미웠으면 맛이 잘 가는 녹두나물에 숙주나물이라는 별명을 붙였겠는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1962년생)이 요리 연구가 백종원(1966년생)을 잇달아 공격하여 나름대로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하고 있다. 황교익의 연이은 공격에도 백종원은 ‘평론가로서 정당한 평가를 한 것’이라며 아량을 보임으로써 황교익을 더욱 옹졸한 인간으로 만들었다. 사실 황교익은 매우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음식은 먹고 에너지를 얻어 정신적‧육체적‧사회적 활동을 하기 위한 수단인데, 황교익은 음식 먹는 행위 자체를 목적으로 잘못 알고 있다. 관광도 먹기 위해 가는 것이요, 관광을 다녀오면 먹은 음식밖에 기억에 남는 게 없다는 형이하학적 인간이다. 이에 반해 백종원은 음식장사를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맛과 질을 평가해주고 영업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일종의 사회사업가다. 전문성 측면에서도 황교익은 백종원의 1%에도 못 미친다. 결국 황교익은 자신보다 격이 높은 사람을 건드림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다가 자신의 평판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케이블TV jTBC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SKY캐슬》의 시청률이 非지상파방송 드라마 가운데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여 신문 연예란이 뜨겁다. 1월 19일에 방영된 18회분 시청률이 22.3%를 기록하여 종전 기록인 tvN 드라마 《도깨비》의 최고시청률 20.5%를 경신한 것이다. 나도 염정아 모녀의 표독스런 연기에 빠져 간혹 《SKY캐슬》을 보는데, 문득 조양호 일가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어 피식 실소를 날린 적이 있다. 조양호의 마누라와 딸들이 乙들을 향해 욕을 해대고 물컵을 내던지는 장면을 보지 않았더라면 《SKY캐슬》의 내용을 전혀 믿지 못했을 것 아닌가. 미투운동으로 갑작스럽게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가진 것들의 횡포는 어느 막장드라마보다 더욱 저질이다. 퇴직한 대한항공 직원 한 사람은 TV 인터뷰에서, 조양호에 비하면 마누라나 딸들은 게임도 안 된다고 했다. 온 가족이 그 모양이라면 그게 지옥이지 어디 사람 사는 가정이라 할 수 있는가.
2만 달러에 진입한 지 12년 만인 2018년도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 3만 1500달러에 이르렀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객관적 지표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 없는 것이, 1월 25일 현재 환율로 따져 2인 가족인 우리 집은 연간 소득이 7110만 원이 되어야 평균소득에 해당하는데 710만 원도 안 되기 때문이다. 누구는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운 채 숨만 쉬고 지냈어도 2018년도 배당소득만 3천억 원이 넘는다는데, 에효~
※ 1월 16일에 올린 글 <심심파적 6> 가운데 배우 이영애의 제일병원 인수설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바로잡습니다.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기사를 그대로 옮긴 점 사과드립니다. 이영애는 병원 인수나 운영 계획은 없으며, 다만 두 자녀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제일병원이 없어지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어 금전적인 기부와 함께 자신의 초상권을 병원 홍보에 사용하도록 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주고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제일병원을 사랑하는 이영애의 애정이 밑거름이 되어 병원이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글쎄, 출산율이 워낙 바닥이라…
첫댓글 불러줄 재산이 없어도 제대로 수명을 다하면 얼마나 좋은가?
신숙주는 그런 인간이라 아직도 손가락질 받고 사육신은 수백 년이 지나도 후손들과 일반백성에게 추앙받지 않는가?
햐!^^
이글 무척 재밋게 봤으이^^고마웁고요^^
겨울에 항상 건강 잘~챙기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