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로컬타임)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제23회 라틴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 95세인 앙헬라 알바레스가
신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2000년부터 시작된 라틴 그래미 어워즈의 역대 최고령자란다.
그녀는 모든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올라가 수상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아직 꿈을 이루지 못한 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신념과 사랑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확신해요. 어떤 것도 너무 늦은 건 없어요."
쿠바 출신인 그녀는10대 때부터 음악 활동을 해 왔지만 첫 공연을91세에 하고, 앨범은 지난해 냈다. 평소 기타를 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으나 쿠바 혁명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네 자녀 뒷바라지에다 아버지가 가수 되는 걸 반대해 자신이 만든 곡을 친구나 가족들에만 들려주고는 공개 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음반 제작자인 손자가 할머니가 작곡한 노래를 보고는 가족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며 공연을 마련했고 지난해 음반을 냈다.
그녀는 “95세란 나이는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는 미국의 시인 새뮤얼 울먼의 시 ‘청춘’을 실천한 셈이다.
알바레스는 남편과 외동딸을 암으로 먼저 보내는 고통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스토리에 감동한 건 역경 속에서도 꿈을 이뤄 냈기 때문일 게다.
99세에 첫 시집을 낸 늦깎이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도 있다. 160만부나 팔린 그녀의 시집 '약해지지 마' 속의 한 두편을 보자.
'살아갈 힘'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들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답장'
바람이 귓가에 찾아와
"이제 슬슬
저 세상으로
떠나볼까요?"
간지러운 숨결로
유혹합니다.
그러면 나
고개를 저으며 말해요
"조금만 더
여기 있을게
아직 못다한
일이 남아 있거든"
바람은
곤란한 표정으로
후르르 돌아갑니다.
얼마전에 내가 다녔던 대학 총장님을 만났다. 나이 90인데도 아직까지 등산을 하실 정도로 건강하시다.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무엇이라도 시작하는 건데..."였다.
퇴직하신 후로 25년을 그냥 별로 하는 일 없이 흘러보냈다며 아쉬워 하셨다.
"신에게는 아직도 열 두척의 배가 있습니다"라고 한 성웅 이순신 장군처럼 우리들에게도 적어도 25년이란 세월이 남아있다.
더 늦기 전에 뭣이라도 해 보자. 시를 쓰든, 노래를 부르든 아니면 악기를 다루든 아무 것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