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살펴보면 물리적 영역인 가자지구(Gaza Strip)에서뿐만 아니라, 사이버 영역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세에 몰린 하마스(Hamas)는 이스라엘 지상군의 전쟁법 위반, 비윤리적 행동 등을 국제사회에 부각하기 위해 이미지를 정교하게 조작하여 SNS에 유포하고 있다. 실제로, 하마스는 2021년 분쟁에서 <그림 1>의 위쪽과 같이 날짜, 국적, 언론사 정보 등을 조작한 가짜뉴스를 SNS로 유포했다. 현재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를 무차별적으로 폭격하여 상당한 민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키기 위해 <그림 1>의 아래쪽과 같이 정교하게 조작된 이미지들을 유포하고 하고 있다.
<그림 1> 국제사회의 반전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하마스의 가짜뉴스(위)와 조작 이미지(아래)
* 출처 : https://fr.timesofisrael.com/conflit-israel-hamas-des-etudiants-exposent-les-fake-news-des-reseaux-sociaux/(위), https://www.ynetnews.com/business/article/s1aj0b5qa(아래)
이스라엘군은 이와 같은 하마스의 가짜뉴스들에 실시간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것들을 방치할 경우 국제사회에 형성된 부정적인 여론이 이스라엘군이 수행하는 군사행동의 정당성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가자시티 중심지역으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는 이스라엘군은 드론으로 전투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강공 일변도의 군사작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근접전투지역에 위치한 병원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SNS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선제적인 조치는 추후 하마스가 제기할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림 2> 치열한 근접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알쉬파(Al-Shifa) 병원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인도적 지원
* 출처 : https://www.timesofisrael.com/liveblog_entry/idf-publishes-video-showing-soldiers-bringing-humanitarian-aid-to-shifa-hospital/
이처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물리적 영역인 가자시티에서의 치열한 근접전투뿐만 아니라, 사이버 영역에서도 여론을 선점하기 위한 옳고 그름의 격렬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1948년에 창설된 이스라엘군의 대변인 부대(Spokesperson’s Unit)가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소속된 인원들은 전투 현장에서 하마스의 가짜뉴스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 방송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단독군장을 착용한 리포터, 카메라맨 등의 소규모로 편성되어 움직인다. 이를 잘 표현하듯 이들의 부대마크는 전파가 확산되는 모습을 상징한다.
<그림 3> 이스라엘군 대변인 부대 부대마크
*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IDF_Spokesperson%27s_Unit
최근 이스라엘 지상군은 하마스의 근거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자지구 내 병원들을 중심으로 근접전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은 싸늘하다. 병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인도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군은 드론으로 병원 지하로 출입하는 하마스 전투원들의 모습을 촬영한 후 정밀타격 형태의 지하전투를 전개하고 있다. 또한, 전투 후에는 병원 지하에 하마스 근거지가 구축된 사실을 국제사회와 알리기 위해서 앞서 언급한 대변인 부대를 투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15일 하마스의 강력한 거점으로 추정된 란시티(Rantisi) 병원 지하에는 대변인 부대의 지휘관인 다니엘 하가리(Daniel Hagari) 준장이 직접 단독군장을 착용하고 카메라맨과 함께 하마스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그는 지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유창한 영어로 하마스의 무기체계, 시설 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곳 란시티 병원이 하마스의 거점로 사용되었고, 따라서 이스라엘 지상군이 이곳에서 수행한 지하전투는 정당하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림 4> 란시티 병원 주변에서 발견된 지하터널 입구를 설명하고 있는 하가리 준장(오른팔 대변인 부대마크 부착)
* 출처 : https://unitedwithisrael.org/navigating-danger-idf-spokesperson-explores-hamas-tunnels-leading-to-gazas-rantisi-hospital/
<영상 1> 란시티 병원 지하가 하마스 거점으로 사용되었다는 메세시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하가리 준장
이 밖에도 대변인 부대에 소속된 대변인들은 CNN, FOX News, MSNBC 등과 같은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언론들과 수시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들은 언론사의 앵커들과 논쟁을 주고받으며 이스라엘군 군사행동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하마스가 유포한 다양한 가짜뉴스를 전투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이나 수집한 증거를 제시하면서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방송에서 이런 민감한 이슈를 다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언론별로 대변인이 지정되어 있고, 대변인 중에는 경험이 많은 예비역이 포함되어 있다. 실례로, 첫 번째 이미지의 우측 인물은 조나단 콘크리스(Jonathan Conricus)이다. 그는 2021년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현역 중령으로, 현재는 예비역으로 CNN과의 인터뷰를 전담하고 있다.
<그림 5> 주요 국제 언론과의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이스라엘군 대변인 부대의 대변인들
* 출처 : https://edition.cnn.com/videos/world/2023/11/13/exp-idf-conricus-intv-israel-111312pseg1-cnni-world.cnn(위), https://www.foxnews.com/video/6340885752112(중간),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v2mzvJv8n00(아래)
이스라엘은 지난 네 차례의 중동전쟁과 여러 차례의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선제타격과 강공 일변도의 군사작전을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초연결 네트워크가 형성되자, 이런 이스라엘의 공세적인 군사행동은 국제 여론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즉, 이스라엘의 군사사상과 국제사회 여론의 충돌이 본격화된 것이다. 대변인 부대는 이런 상황을 타파할 목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게임체인저(Game-changer)인 것이다.
시야를 한반도로 돌려보자! 북한도 사이버 영역을 이용하여 국가 총력전의 주체인 국민, 정부 및 군대의 신뢰 관계를 단절시키려는 정보·심리전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말, 북한은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지역에 침투시키는 도발을 감행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들을 탐지, 추적 및 무력화에 미진한 모습을 보여 국민의 질타를 받게 되었고, 결국 군은 한동안 정쟁의 대상이 되었다. 이때 북한은 “남측에 침투시킨 무인기가 5대가 아니라 12대이며, 이를 적군이 감지하지도 못했다”라는 가짜뉴스를 유포함으로써 남남갈등을 조장하려고 했다.
유사시 북한은 우리 국민, 정부 및 군대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려 우리의 국가 총력전 수행을 방해하기 위해 이와 같은 가짜뉴스의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초연결 네트워크 등의 과학기술 보편화와 이로부터 필연되는 SNS의 확산은 이런 북한의 정보·심리전의 효과를 가중시킬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이와 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2010년대 초반부터 정찰총국과 총참모부 예하에 사이버 부대를 확충해오고 있다.
<그림 6> 정보·심리전을 수행할 수 있는 북한 사이버 부대 편성표
* 출처 : Raska, Michael. "North Korea’s Evolving Cyber Strategies: Continuity and Change", SIRIUS – Zeitschrift für Strategische Analysen, vol. 4, no. 2, 2020, pp. 1-13.
앞서 언급한 하마스의 가짜뉴스와 최근 북한의 정보·심리전 추세를 봤을 때, 유사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사이버 영역에서도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군의 대변인 부대처럼 상대의 가짜뉴스나 정보·심리전에 신속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이 조직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방법과 무기체계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유사시에는 사실(Fact)보다는 사람들이 인식(Cognition)하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