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96시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게 뜻 깊은 해다. '아이들로는 우승을 할 수 없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유를 다시 한 번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데이비드 베컴을 비롯해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게리 네빌 등이 '퍼거슨의 아이들'로 불렸다. 탄력을 받은 맨유는 3년 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전성기를 내달렸다. 퍼거슨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첫 3연패(1999, 2000, 2001년)의 값진 결실을 맺었다. 2003-04시즌도 맨유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됐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와 종가의 상징이던 베컴을 레알 마드리드에 팔았고 대신 18살의 신예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를 영입했다. '포스트 베컴'이라며 등번호 7번을 줬지만 당시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호날두의 공격력은 2006-07시즌 폭발했다. 호날두의 능력을 극대화한 맨유는 이듬해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고 퍼거슨 감독은 두 번째 리그 3연패(2007, 2008, 2009년)의 금자탑을 세웠다. 맨유는 다가오는 2009-10시즌에도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퍼거슨 감독의 두 번째 전성기를 이끈 호날두가 맨유를 떠났기 때문이다. 그만큼 올드트래포드에 남긴 호날두의 발자취는 또렷했다. 프리미어리그 196경기에서 87골을 몰아쳤는데 그의 폭발적인 경기 장악력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기록 마저 초라해진다. 호날두 한 명을 위한 퍼거슨 감독의 전술 운용은 과거 '올포원(All for one)'에서 '원포올(One for all)' 체제로의 스타일 변화까지 이끌어냈다. 호날두급의 수퍼스타 영입을 원했던 맨유 팬들의 심기가 꽤나 불편한 모양이다. '포스트 호날두' 물망에 오른 선수는 많지만 현재까지 들려오는 영입 소식이라곤 내리막길에 있는 마이클 오웬과 아직은 이름 낯선 신예 안토니오 발렌시아, 가브리엘 오베르탕 정도다. 정작 느긋한 건 퍼거슨 감독 뿐이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9일 오베르탕 영입 관련 인터뷰에서 “맨유는 오베르탕과 같은 어린 선수를 데려와 키우는 팀”이라고 말해 장기적인 팀 운영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실제 그렇다. 퍼거슨 감독은 위기마다 유망주들에게 승부수를 던졌고 동시에 과감한 스타일의 변화를 꾀했다. 베컴으로 대표되는 ‘퍼거슨의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브라이언 롭슨, 마크 휴즈, 폴 인스 등의 선수들을 차례로 내쳤다. 크로스와 롱패스가 세밀했던 베컴의 장점을 극대화하려고 ‘타킷맨’ 루드 반 니스텔루이를 영입했으며 환성적인 호흡을 자랑했던 둘의 조합은 ‘밀레니엄’을 전후로 맨유의 첫번째 공격옵션이 됐다. 퍼거슨 감독은 호날두와 웨인 루니를 위해선 베컴과 반 니스텔루이마저 희생양 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공격 스타일의 변화가 뒤따랐다. 호날두의 변칙적인 움직임이 상대 압박을 무력화했고 공격에 가담한 4,5명의 선수들은 잦은 스위칭으로 수비진을 붕괴시켰다. 호날두의 이적은 그 자체만으로도 맨유에게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덧붙여 맨유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그 어떤 선수를 데려오더라도 사실상 호날두 급의 활약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는 맨유에서 기능했던 호날두 역할의 존폐 여부와 관련지을 수 있으며 과거 퍼거슨 감독의 의사 결정으로 볼 때 '새 판 짜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맨유는 '포스트 호날두'가 아니라 이전부터 준비해 왔던, 새로운 퍼거슨 구상에 적합한 선수를 물색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듯 싶다. 베컴은 맨유 1군에 진입하고 나서 한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리그 3연패를 달성하기 까지 7년의 시간이 걸렸다. 호날두는 맨유로 이적한 뒤 한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리그 3연패를 이끌 때 까지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단순히 앞선 공식을 따르자면 퍼거슨 감독은 자신의 경력에서 세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세번째 리그 3연패를 목표로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다가오는 2009-10시즌이 새로운 맨유의 첫걸음이며 현재 유망주라고 불리는 선수들, 또는 곧 영입될 어린 선수들이 그 주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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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누구든지 영입을 해서 날도급으로 키워야지.. 날도도 영입할때는 유망주엿으니
가끔은 아쉬운 오더를 내기도 하지만, 아직은 영감님의 기획력이 기대됨,,ㅋ
루니가 정절에 이르는 시기에 맞춘 리빌딩이 되지 않을까용~
"호날두같은" 선수를 데려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니, 팀의 스타일을 바꾸는 게 당연한 수순이죠. 퍼거슨 감독은 어떤 스타일을 원하고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