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님 가족과 더불어 통영에 있는 욕지도에 다녀왔다.
아름다운 연화열도의 어미 섬은 욕지도(欲知島)다.
이곳은 한때 어업기지로 2만 명 가까운 많은 사람이 살던 시끌벅적한 섬이었다.
하지만 연근해 고기잡이가 쇠퇴하면서 오랫동안 조용한 고도(孤島)로 남아 있었다.
욕지도의 이름은 한 섬만으로는 풀이가 되지 않는다.
욕지도의 뜻은 주변의 연화도, 두미도, 세존도 등의 섬들과 연계될 때 비로소 실마리가 풀린다.
화엄경에 '욕지연화장두미문어세존(欲知蓮花藏頭眉問於世尊)'이란 구절이 있다
'연화(극락)세계를 알고자 한다면 세존(부처)께 여쭈어라'는 구절에서 욕지(欲知)란 이름이 유래했다.
욕지도로 가는 배편은 통영항, 중화항, 삼덕항에서 예매할 수 있다.
우리는 삼덕항에서 오전 10시에 출항하는 통영누리호에 탔다.
휴가철이 지난 평일이라 객실이 텅텅 비어 여유로웠다.
통영누리호는 약 55분 만에 욕지항에 도착하였다.
욕지도는 통영에 흩뿌려진 39개의 섬을 대표하는 보석같은 섬이다.
한때는 어업기지로 2만 명 가까운 많은 사람이 살던 시끌벅적한 섬이었다.
욕지항 입구에 고등어와 고구마를 든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의 특산물인 고등어회와 고구마 도넛, 고메막걸리를 떠올렸다.
인터넷을 달군 한양식당에서 해물짬뽕을 먹고 자부랑개로 이동했다.
요즘 자부랑개에는 욕지도 할매바리스타가 가장 유명하다.
할매들이 직접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린다.
할매들이 만들어주신 고구마라떼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자부랑개마을 골목길을 걷노라면 마치 60~70년대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빛바랜 흑백 사진들 속에 욕지도의 역사가 소담하게 담겨 있다.
고등어가 많이 잡히던 욕지도는 일제가 어획량을 수탈했던 곳이다
게이샤를 둔 일본 명월관과 안방술집 40여 곳이 생겨나 밤마다 노랫소리가 넘쳐났다.
욕지도 마을 뒷산에 100그루 정도의 모밀잣밤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숲은 1984년 천연기념물 제343호로 지정되었다
물고기를 숲 가까이로 유인하는 어부림(魚付林)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제1 출렁다리는 젯고닥 근처에 있다.
출렁다리로 내려가는 길 시작점에 안내 간판이 있다.
길이는 짧지만 출렁다리에서 보이는 절벽 사이의 풍경은 절경이다.
부리가 긴 펠리칸이 둥지를 틀고 누워있는 모양의 펠리칸 바위가 보인다.
멋진 절벽이 펠리칸의 머리 부분을 닮은 게 참으로 신기하다!
바위 첫부분을 덮고 있는 푸릇푸릇한 초목이 펠리칸 머리 위의 깃털처럼 보여서 절묘하다.
제1출렁다리는 이 펠리칸 바위와 이어져 있다.
섬의 길들은 섬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유동마을 덕동마을 도동마을 대송마을 돌아오는데
내 마음도 꼬아 샛길 치며 꼬리 감추는 길
녹음 속 바람 아래 낮은 지붕들을 묶거나
등이 휜 만(灣)에 내려가 작은 고깃배를 푼다.
혹은 후박나무꽃 향기의 숱한 파도 소리로 풀려서
그 노래가 밀어올린 저 절벽 꼭대기
야생으로 나간 염소들이 몰래 몰려 있다.
섬의 길들은 섬 안으로 되돌아간다...........................................................문인수 <욕지도> 전문
고메 도넛 판매점은 욕지도의 제1출렁다리 입구쪽에 위치해 있다
통영시 명품 특산물 지정과 욕지도 대표 먹거리로도 선정이 되었다.
풍부한 일조량과 해풍을 먹고 자란 욕지도 고구마로 속을 채운 빵이 일품이었다.
제2 출렁다리는 욕지 해안 산책로 끝에 있는 개미골 사이에 위치해 있다.
제1출렁다리보다 다리가 길고 절벽도 높다.
물속에 있는 조약돌이 출렁다리에서도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제3 출렁다리는 다른 두 다리보다 훨씬 더 스릴 있다.
제2출렁다리보다 훨씬 높은 깊은 절벽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절벽 밑에는 파도가 소용돌이치고, 귓가에는 바람 부는 소리가 맴돈다.
꾸미지 않은 날것의 자연과 섬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양판구미에 뉴에덴동산이 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는 길인데다 산길이다.
위암 말기에 있던 딸을 데리고 들어와서 모녀가 함께 맨손으로 건설한 믿음의 동산이다
그윽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녀의 사진이 애잔하다
그때의 모녀는 20여년 전에 하늘나라로 갔고, 지금은 고모가 관리한다고 했다.
유동마을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가두리 양식장이다.
다른 지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특이하게 생긴 원형이다.
일본인들이 좋아한다는 전갱이(아지) 양식장이다.
회로도 먹고, 얇게 포를 떠서 초밥 위에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욕지도의 둘레는 17km, 자동차로 둘러볼 수 있게 일주도로가 정비돼 있다.
일주도로는 섬의 중턱을 깎아 만들었다.
일주도로를 달리다가 이름이 특이한 흰작살해수욕장에서 잠시 쉬어갔다.
삼여도(三礖島)는 욕지의 대표적인 비경이다.
용왕의 세 딸과 이무기의 슬픈 사랑의 전설이 서려있는 곳이다.
훗날 세 여인이란 뜻으로 '삼여'라 이름 지어졌다 한다.
멀리로 좌사리제도가 희미하게 보였다.
크게 6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무인도다.
섬의 해안에 자살(자갈)이 많이 깔려있는 것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저곳에 가서 세상의 모든 인연을 끊고 사나흘 살고 싶다.
화려한 색깔의 타일로 꾸며진 천주교 욕지공소가 시선을 끌었다.
혼탁한 세상을 내려다보고 계시는 예수님이 정겨웠다.
욕지도에는 크고 화려한 교회가 네 개나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카톨릭 신앙을 지켜가는 사람들이 믿음직스럽다.
욕지도 감귤은 제주도 감귤과 달리 못생기고, 새콤한 맛이 강하다.
욕지도의 노지(露地) 감귤의 역사는 50년을 훌쩍 넘었다.
한때 주민 절반 가까이가 귤농사에 매달렸다는데 이후 제주도 감귤에게 밀려 쇠락했다.
고등어 최대 어장의 명성답게 싱싱한 고등어회를 언제든 맛볼 수 있다
저녁 식사는 욕지도의 특산물인 고등어회를 선택했다.
육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고등어회가 고소하고 담백해서 맛있게 먹었다.
고구마를 발효시켜 만든 고메막걸리가 유명하다
가격이 비싸고, 호불호가 갈려서 식당에서는 팔지 않는다
세 병을 사가지고 집에 와서 마셔보니 보약같은 느낌의 맛이 났다.
다음날 아침,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 새천년기념공원에 섰다
공원 녹지공간에는 조형물이 있고, 그 옆으로 기념비가 있다.
주차장이 없어서 한참 아랫쪽에 주차해 놓고 걸어서 올라왔다.
쉼터에 서니 어제 다녀온 유동마을과 등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으로는 포구가 있고, 밤톨만 한 자갈이 깔린 유동해수욕장이 있다.
이 마을의 끝에 있는 양판구미에 새 에덴동산이 조성되어 있다.
땀을 흠뻑 흘린 뒤 대기봉(355m)에 도착했다.
지금은 폐쇄된 모노레일의 상부 역사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2021년 11월 28일, 모노레일이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8명이 부상 당했다.
이렇게 좋은 시설인데 안전장치를 보완해서 다시 운행하면 좋을텐데....안타깝다
사자바위로 불리는 천왕봉에 도착한다.
우리가 올라가는 계단 위로 사자 형상의 바위가 있다.
천왕봉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어 오를 수 없다
천왕봉(392m)은 욕지도의 최고봉이다
천왕봉은 최근까지도 '천황봉'이라 불렸다.
일제 때 천황봉으로 바뀌었다가 제 이름을 되찾은 것이다
오후 2시 15분에 출항하는 여객선을 타고 욕지도를 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