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암거나 준비하지 말공...이런 저런 자료 읽어 보면서 정말 자기 적성에 맞는 직렬을 공부 해야 겠음. 다들 열나게 뜁시다!
조신 일보 펌
밀수꾼은 옷깃만 봐도 귀신처럼 잡아낸다는 세관 공무원. 날카로운 눈빛에 꽉 다문 입술을 가진 무표정한 얼굴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28년간 세관원으로 일했다는 서울세관 이명화 (李明和·50) 계장은 처음 만났을 때 ‘아! 옆집 언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련된 푸른색 뿔테 안경에 푸근한 미소와 상냥한 목소리까 지…. 지난 2월 출범한 ‘사이버밀수 단속센터’를 진두 지휘하고 있는 여전사(女戰士)로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세관에 마련된 사이버밀수 단속센터는 컴퓨터 실력이 뛰어난 전문가 6명이 모인 일종의‘별똥부대’. 사이버밀수 단속은 공항이나 항구에서처럼 짐보따리를 풀어 헤치며 하나하나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와 키보드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해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뒤 몰래 들여와 판매하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게 저희 일입니다.
정당하게 세금을 물지 않고 수입해 팔았으면 2배 이상 세금을 물려요. 수입이 금지된 물건을 국내에 들여와 거액을 챙기는 밀수꾼 역시 사이버센터가 잡아냅니다.” 이씨는 지난 76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세관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년 넘게 현장에서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밀수꾼들을 적발해 왔다. 어려운 집안 살림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했지만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검정고시를 거쳐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했고, 세관원 생활을 하면서도 성균관대 행정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요즘엔 지능화된 밀수 수법들을 연구하며 사이버 밀수꾼 색출 방법을 개발하는 데 여념이 없다.
80년대 중반 김포공항에서 일했을 땐 ‘보석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보석의 진위 여부를 따져 보고 진짜라면 그에 맞게 세금을 매기는 일이 그의 임무였다. “당시엔 진짜 다이아몬드라고 신고해 한국에 들고 와서는 국내에서 산 가짜 다이아몬드와 바꿔 쳐서 출국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냥 봐도 가짜인 걸 알겠는데 ‘진짜 보석’이라며 마구 우기는 거예요. ‘세관원이 제대로 감정이나 하겠어?’라고 얕잡아 본 거죠.”
이씨는 보석에 대한 안목을 기르기 위해 주말마다 보석방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고 한다.
진열대 안에 못 보던 스타일의 제품이 나와 있으면 보석방 주인에게 꼬치꼬치 캐물어 지식을 넓혔다. 이씨는 “10년 넘게 보석만 보고 다녔더니 어느새 보석 애호가가 되더라”며 웃었다.
지난 2000년 서울세관으로 자리를 옮긴 이씨는 사이버 공간에 득실거리는 밀수꾼 추적 업무 를 맡게 됐다. 사이버 밀수는 대부분의 세관공무원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이라고 한다. 사건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공을 들여야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는 아주 미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이버 공간에서 저지르는 밀수는 빠져나갈 틈이 워낙 많아 적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씨는 팀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 왔을때 망설이지 않고 응했다. 그는 “불의를 보면 참을 수 없는 성격이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이버 수사를 하는 데 여성 특유의 ‘꼼꼼함’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남자라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보고 넘어갈 일도 여성은 예리한 ‘레이더’가 있어서 척 보기만 해도 이상한 점을 감지해 낼 수 있거든요.” 밀수 혐의가 있는 사이트를 조사하게 되면, 회사 소개 코너에
서부터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상담글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는 법이 없다. 이씨가 ‘뭔가 이상한 걸’하고 팀원에게 체크해 보라고 말하면 악질 밀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사이버 센터는 지금까지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설립 이후 7개월 간의 단속 금액이 이미 작년 한 해 수준인 2065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실질적인 액수는 크게 늘었지만 그만큼 사이버 밀수꾼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요.” ‘사이버 여전사’ 이씨는 아직 미혼이다. “세관원이 적성에 딱 맞아요. 결혼이요? 이 세상에 밀수꾼들이 몽땅 사라지면 그 떄 생각해 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