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은 첫 사랑만큼이나 가슴이 설렌다.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보았을 때처럼, 푸른 바다를 가르며 치솟는 해를 보았을 때처럼, 산사의 종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가슴이 설레면 눈빛부터 달라지고 온몸 또한 떨린다.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동시는 첫 눈을 통해 ‘처음’의 의미를 말하고 있다. “아기가 처음 바라본 첫 세상처럼/‘처음’은 한없이 설레고 신기한 것”. 세상에 나온 아기의 눈에 비친 첫 세상. 그건 물에서 금방 건져 올린 거울이거나 달 같은 게 아닐까. 신이 처음 세상을 만들어 내보냈을 땐 이처럼 티 없이 맑고, 티 없이 깨끗한 ‘신기한’ 곳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그 깨끗함을 더럽히다 보니 오늘의 이 탁한 세상이 된 게 아닐까 싶다. ‘나뭇가지에 숨어 있던 솜털 눈꽃/세상 향한 아기의 첫 눈짓처럼/바람 스치자 놀란 듯 인사하네’. 며칠 후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 새해엔 우리 모두 ‘아기의 첫 눈짓’을 가슴에 품고 살았으면 한다. 그러면 세상의 온갖 것들은 새롭게, 신기하게 깨어나리라. 새벽에 깃을 터는 새들처럼. 중요한 건 나 자신에 달려 있다는 것. 나부터 새롭게 태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새해가 아니겠는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경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