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복을 그리는 아이」라는 작품 제목이 흥미를 끌었다. 도대체 어떻게 복을 그릴까?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 후기이다. 주인공 복동이는 12세 남자 노비다. 그림의 재능이 있는 아이인데, 노비라는 신분을 뛰어넘어 과연 화가로서 성장할까 궁금했다.
책을 읽다보니 복동이가 억울하게 당한 부분이 있어 안타깝기도 하고, 꿋꿋하게 버티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하면서 이야기에 몰입하였다.
복동이를 조력하는 인물이 다행히 여럿 있었다.
첫 번째로 복동이 주인어른은 그 시대 최고 화원이었다. 복동이가 주인 어른의 시중을 들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주인어른은 귀엽게 봐주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주인어른은 좋은 붓을 복동이에게 선뜻 내어준다. 죽기 직전에는 이전에 도화서에서 함께 일했던 송무영에게 복동이를 제자로 키워줄 것을 부탁한다.
두 번째로 송무영이라는 스승이 있다. 겉으로는 복동이 그림에 대해 적나라하게 비판을 가하는 엄격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복동이를 양아들과 제자로 품어주었다. 송암 선생을 소개해주었고, 복동이를 노비에서 평민 신분으로 바꾸도록 도와주었다.
<136쪽> 송무영 노인 대사
“복동아, 너는 까치다. 호랑이가 아니란 말이다. 그래도 대들어 볼 수는 있지. 그러려면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야 한다. 너는 아직, 글도 모르고 그림은 더 모른다. 네가 아는 것은 그리는 방법 뿐이다. 양반의 그림을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 그림 안에 너만의 개성과 혼을 담아라. 그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 예술작품에는 다른 사람을 흉내낸 모작이 많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책이든 작품 안에 예술가나 작가만에 개성과 영혼이 들어가야 오래오래 예술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든다.
세 번째로 송암 선생이 있다. 대를 이어 궁정 화원을 지낸 고령 신씨 집안의 어른이자 도화서의 최고 벼슬인 제조까지 지낸 인물이다. 공정하게 평가를 하여 양반의 아들인 원이를 제치고 복동이를 도화서 합격생으로 뽑는다.
네 번째로 신윤재 도령이 있다. 송암 선생의 손자이면서 문하생 중 제일 실력이 뛰어났다. 그렇지만 노비인 복동이한테 존댓말을 하며 존중한다. 집안과 실력과 인품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
반면에 복동이를 힘들게 한 악역으로 주인어른의 아들 원이가 있다. 복동이를 악랄하게 괴롭힌다. 주인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원이한테 그림에 대한 기대를 많이 걸었을텐데 노비인 복동이보다 실력이 부족한 원이에게 대놓고 복동이와 비교를 했다. 그래서 원이는 열등감에 사로잡혔으며, 그 화풀이로 복동이한테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꼬투리를 잡았다. 원이는 송암당에서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복동이를 만나며 또 괴롭힌다. 도화서에 불합격하자 박차고 나간다. 그렇지만 나중에 원이는 철이 들어 복동이 그림 실력을 인정하였고, 우치에게 당해 쓰러진 복동이를 구해주었다.
결국 도화서 화원이 된 복동이. 그러나 김 참판댁 노비인 우치한테 한쪽 눈을 다쳐 도화서에서 일 년도 못 버티고 나가게 된다. 궁중의 그림은 정교한 솜씨가 필요한데, 한쪽 눈으로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복동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고 있을 때가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3년이 지나 복동이는 하동의 쌍계사로 갔다. 스승이었던 송무영이 벽화를 그리라는 부탁 때문이다. 거기서 복동이는 복을 기원하는 그림을 그린다.
<212쪽 1줄> 복동이의 마음은 흥겹고 가벼웠다. ‘이렇게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도 있구나!’ 복동이는 붓을 놀릴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어 혼자 큭큭거리며 웃기도 했다. 며칠 동안 쉬지 않고 그 넓은 벽을 채워 나가면서도 힘들지 않았다.
→ 이 부분에서 복동이는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당당하게 하며 가슴이 설레고 행복해 한다. 우리도 진정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 때 가슴이 설레고 행복한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214쪽 엔딩> 복동이는 마지막 아이의 얼굴을 그렸다. 거리의 화가처럼 땅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 세상의 고통과 두려움을 없애고 복을 그려 나누어 주는 아이. 바로 자신의 얼굴이었다.
→ 이 부분에서 복동이는 다른 사람들의 복을 염원하면서 그리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뛰어 넘어 다른 사람들의 행복까지 그리는 예술가 복동이! 복동이의 인품과 개성이 듬뿍 담긴 예술 작품이 내 앞에 펼쳐지는 듯 마음이 따뜻했다.
< 교보문고 / 알라딘 인터넷 서점 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