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골 청계산 / 松花 김윤자
옷고름 꼬옥 여미고 수줍게 자리한 새악시
쉬이 속살 드러내지 않으려
돌아앉은 가파른 잔등이
끊길 듯 끊기지 않는 뽀얀 가르마 길기도 하여라
아픈 가시, 거친 바위 다 품으려는 듯
넓은 치마폭 굽이굽이 펼치어
다소곳이 앉은 자태 곱기도 하여라
치마 끝 계곡은 질곡의 세월 살아온 어머니
거센 바람 수없이 훑고 지나갈 때
온몸으로 받아 패인 등골
허물어진 가슴팍 생채기 깊기도 하여라
속으로만 삭여온 설움
못내 참지 못하고 터져나온 눈물샘
맑은 약수 되어 흐르니 시원도 하여라
발 아래 넓은 들판은 삭풍도 삭아 잦아든 할머니
도란도란 속삭여 주시는 시냇가 옛이야기
귀 기울여 들으며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 젖소, 닭, 거위, 강아지, 정겹기도 하여라
시름은 질주하는 고속도로 차량에 실려 보내고
검불 같은 몸일지언정 대지 위의 모든 생명체
사랑으로 감싸 안아 키우시는 품 포근도 하여라
삼대가 맥을 잇는 아름다움, 여기 서려 있어라
2000년 3월 19일 일요일 쓰다
옛골 청계산-서초문협 2024년 앤솔로지 제14호 <풀빛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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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골 청계산
김윤자
옷고름 꼬옥 여미고 수줍게 자리한 새악시
쉬이 속살 드러내지 않으려
돌아앉은 가파른 잔등이
끊길 듯 끊기지 않는 뽀얀 가르마 길기도 하여라
아픈 가시, 거친 바위 다 품으려는 듯
넓은 치마폭 굽이굽이 펼치어
다소곳이 앉은 자태 곱기도 하여라
치마 끝 계곡은 질곡의 세월 살아온 어머니
거센 바람 수없이 훑고 지나갈 때
온몸으로 받아 패인 등골
허물어진 가슴팍 생채기 깊기도 하여라
속으로만 삭여온 설움
못내 참지 못하고 터져나온 눈물샘
맑은 약수 되어 흐르니 시원도 하여라
발 아래 넓은 들판은 삭풍도 삭아 잦아든 할머니
도란도란 속삭여 주시는 시냇가 옛이야기
귀 기울여 들으며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 젖소, 닭, 거위, 강아지, 정겹기도 하여라
시름은 질주하는 고속도로 차량에 실려 보내고
검불 같은 몸일지언정 대지 위의 모든 생명체
사랑으로 감싸 안아 키우시는 품 포근도 하여라
삼대가 맥을 잇는 아름다움, 여기 서려 있어라
2000년 3월 19일 일요일 쓰다
옛골 청계산-서초문협 2024년 앤솔로지 제14호 <풀빛 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