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마치고 참석자들과 식당에 들어서느라 벗어두었던 마스크를 쓰는데, 아뿔싸, 끈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어밴드 융착부가 약한 건 알고 있었지만 한 순간이었습니다. 차에 여분을 두긴 했지만 순간 당황했는데, 카운터에 계시던 주인장께서 아주 자연스럽게, 즉각적으로 마스크 한 장을 건네더군요. 음식 맛을 보기 전에 이미 감동해 버렸습니다. 보지도 못한 음식에 대한 신뢰가 급상승했습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도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대기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던 이유를 알겠습디다.
마스크 끈이 떨어지며 잠시잠깐 벌어졌던 상황 속에서 코로나19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의 마스크 관련 상황과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코로나19 창궐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난 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정부의 초동 대응 미흡으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비 오는 날 야외에서 400미터나 줄을 서서 기다렸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대통령이 마스크 관련 두 번이나 사과를 하고서도 진정이 안 되던 마스크 수급은 배급제와 같은 공적마스크 공급으로 몇 주가 지나서야 안정국면에 접어들었지요. 코로나19 발생 시점에 하루 600여만장 생산에서, 가동시간 연장, 휴일 생산으로 1일 1200만장 생산까지 끌어올리고 수출을 금지하면서 안정되었습니다. 그렇게 4개월이 흐른 요즘, 날이 더워지면서 덴탈 마스크, 비말차단 마스크 대란이 다시 왔습니다.(이젠 어느 정도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시장 수요 변화에 대처 못한 기업체도 문제지만, 재난상황에서 기업을 주도하지 못하는 정부는 더 큰 문제입니다. 코로나19사태 이후 마스크 관련해서는 한 번도 시원하게, 선제적인 대응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와중에 마스크를 생산하겠다는 기업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습니다. 기존 사업과 연관이 전혀 없음에도 마스크를 생산하겠다는 기업이 너무 많이 찾아와 공단직원들은 몸살을 앓을 지경입니다. 수요가 많다보니 장비 값은 2배~2.5배나 올랐는데, 전국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마스크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너나 나나 뛰어들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단에서는 가급적 억제책을 쓰고 있습니다(마스크 시설투자는 융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기조). 그러함에도 현재 비공식 집계는 일일 생산량이 1800만개로 늘었답니다. 이러다가는 신생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몇 개월 반짝한 후 줄도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직도 KF94에서 KF-AD, 덴탈 마스크로의 주력생산품목 변경 움직임은 약합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없습니다.
조그만 식당 주인의 기민한 대응을 보며 이와 대비된 마스크 관련 기업체, 정부의 대응은 참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공단에서 마스크 생산설비 투자를 억제하는데 대한 민원이 없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세계가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 앞에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꼴입니다만 4개월이 넘은 지금, 이 시점에도 ‘초유의 사태’ 핑계를 대며 대책 수립에 실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7월 상순의 기온은 KF94 마스크를 10분만 끼고 있어도 땀으로 푹 젖어버려서 벗어버리게 만드는 강력한 적입니다. 비말 차단마스크는 포기했습니다만 덴탈 마스크라도 제때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고 있기에, 채비를 철저히 하고 고령 트래킹을 다녀왔습니다. 사람 보이지 않을 땐 마스크 벗고, 멀리 보이면 다시 쓰고,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청량감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무지무지 천천히 걸으며 자연의 맑은 대기를 탐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2021116075
산책(모셔온 글)=============
오늘은 천천히 걷자
무지무지 천천히 걷자
시간은 흘러가도
역사는 나아가지 않으니
문명은 높아가도
정신은 올라가지 않으니
오늘은 천천히 걷자
한걸음 한걸음이
목적이요 완성이듯이
-----홍영철의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중에서
산책(모셔온 글)=============
삶은 산책이지 목적지가 정해진 행진이 아니다.
산책은 얼마를 걷든지 완성일 수 있으나
행진은 목적지에 닿지 않으면 완성일 수 없다.
똑같은 걸음이겠으나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산책의 한 걸음 한 걸음이 과정이면서 완성이듯이
삶의 한순간 한순간은 모두가 과정이면서 완성이다.
그러므로 삶의 하나하나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홍영철의 <너는 가슴을 따라 살고 있는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