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보다는 이메일로 소통하라
“많은 학부모들이 선생님과의 관계 외에도‘감사의 표시를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문제로 고민을 하고 계실 겁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선생님께 봉투를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것입니다. 제 경험을 이야기해드릴게요. 제가 교단에 섰던 첫해였어요. 당시 저희 반에는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와서 친척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있었어요. 가을 운동회 날 그 학생의 어머니가 시골에서 올라오셨죠. 아이를 서울로 보낸 다음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겠어요. 그런데 그 어머니께서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저에게 다가오시더니 돈을 건네시더라고요. 안 받겠다고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그 장면이 너무나 무안해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100% 봉투를 받지 않는다고 못하겠지만, 촌지를 받은 선생님도 대부분 그 돈을 가지고 잠 못 이루며 ‘어떻게 해야 무안하지 않게 돌려드릴까?’ ‘어떻게 써야 하나?’를 놓고 고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돈을 얼마 줘야 하나 고민하기보다는, 선생님에게 필요한 게 진정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 무조건 돈이면 되는 게 아니다.
“제가 30년간 교사생활을 하면서 가장 감동받은 선물은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갔다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저에게 한 어머니가 건넨 사우나 티켓 한 장과 일회용 목욕용품이었어요. 그렇게 배려심 깊은 선물이 오히려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건 저뿐만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선생님이 퇴근 후 가족들과 함께 있는데 한 학부모가 집 근처에 왔다며 만나자고 하더래요. 무슨 일인가 싶어 가봤더니 포장한 영덕대게를 건네시더랍니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대게를 쪄 먹으려다가 문득 선생님 생각이 나서 차를 몰고 가져왔다는 거예요. 맛있는 것을 앞에 놓고 자신을 떠올린 그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거창한 선물이나 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 또 한턱을 쏘겠다며 학교에 피자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사가지고 오는 학부모도 그리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 부슬부슬 비오는 날 출출하고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 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떡볶이와 어묵 같은 음식이 더 감사하다.
“학부모가 선생님에게 일방적으로 감사의 마음이나 선물을 드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성의를 표현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 그것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학교에 자주 오는 학부모님들은 피하고 싶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과 학부모는 자녀 교육이라는 사업을 번창시킬 동업자 관계와 비슷하기 때문에 잘 맞으면 사업이 번창하고, 마음이 맞지 않고 생각이 다르면 망하는 것 역시 시간문제라고 그녀는 강조했다.
30년 교단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학부모와 균형 있는 관계를 유지해서 아이의 교육을 최상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선생님과 학부모 그리고 아이가 함께 믿음과 애정을 가지고 서로 노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말했다.
“초보 학부모님들, 너무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선생님들은 초보 학부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이해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애인에게 편지를 쓰듯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내세요. 선생님으로부터 감동의 메시지가 돌아올 겁니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만 잘해도 된다
저학년의 경우 점심 급식을 위해 학부모의 손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강제 봉사 동원이라고 여러 번 언론에 보도되면서 강제로 하는 방식은 지양하게 되었지만, 급식 종사자를 별도로 고용할 수 없는 학교 재정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권유하는 형태로 학부모에게 요청을 드리다보니,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결국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게 ‘당번제’다.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당번이 된 날은 학교에 나오길 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학부모들이 많다.
“가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나오지 않는 엄마들이 있어요. 이유를 물어보면, 운동 하루 빠지기 싫어서, 귀찮아서, 힘들어서 등등으로 대답합니다. 그리고 돈을 주고 도우미를 고용해서 학교에 보냅니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것은 돈으로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선생님들은 많이 실망하게 됩니다. 아이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급식을 하는 엄마의 손길과 돈을 받고 급식을 하는 유료 도우미의 손길이 같을 까닭이 없다. 웬만하면 급식은 참여하는 게 좋다. 급식 도우미 활동이 끝난 뒤 아이들의 자리를 하나하나 정리해 주면서 선생님과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교감이 생기고, 특별히 연락하지 않아도 선생님과 관계가 좋아진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어서 그런지 학부모들은 선생님에게 무엇인가를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면, 뭔가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직 긴밀한 관계가 되지 않았다는 뜻도 됩니다. 스승의 날이나 학부모총회 등 선생님을 만나야 하는 날마다 뭔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원하는 것들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우리 학부모님들은 이걸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여성조선
취재 백은영 기자ㅣ사진 이상윤
선생님에게 가장 묻고 싶어하는 질문 6선
Q1 학부모총회에는 꼭 참가해야 하나요?
새학년이 시작되면 학교마다 특색을 살려 전반적인 교육활동 안내와 담임선생님의 학급경영에 관한 철학 및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데, 그것이 바로 학부모총회입니다. 일 년 동안의 교육활동계획을 공유하는 자리이므로 학교와 가정이 함께 아이의 일 년을 설계한다는 자세로 참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Q2 임원 엄마가 간식을 준비해야 하나요?
언제부터인지 어린이날이 되면 학급 회장단 어머니들이 선물과 간식을 준비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린이날 선물이나 간식이 학교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면 담임선생님과 시간을 두고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선물은 불필요한 짐만 되는 경우도 있고 간식의 경우에도 학교 급식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Q3 직장을 다니는데 아이가 학부모회 활동을 원해요
교육공동체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이제는 부모의 학교 교육활동 참여가 당연한 가정의 몫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일일명예교사와 같이 일 년에 한 번 정도 학교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님의 형편을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참여 횟수가 적은 활동을 택해서 아이의 소망을 들어줄 수 있습니다.
Q4 스승의 날이 걱정되고 부담이 됩니다
스승의 날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학교 재량 휴업일로 정해서 쉬는 학교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연히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다만 선물의 선택권은 아이에게 주는 게 좋습니다. 선생님께 어떤 선물을 드리는 것이 좋을까 직접 생각해보게 하고 아이의 능력에 맞게 준비할 수 있는 것으로 고르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왜 그 선물을 골랐는지, 어떻게 사용하면 좋겠는지 직접 편지를 쓰게 하고 전달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배우는 것도 교육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Q5 아이가 담임선생님 흉을 봐요
선생님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이상이 아직 아이 마음속에 남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이가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다면, 지도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일방적으로 아이를 나무라면 아이가 마음의 문을 닫을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아이의 말을 경청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경어를 쓰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수정해줍니다. 또한 학교를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 이메일을 통해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부모가 선생님의 입장이 되어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 역시 선생님의 입장에서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한 과정입니다.
Q6 아이가 소극적인 편인데 학급 임원이 되고 싶대요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임원을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초등학교에서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임원에 매력을 느낍니다. 아이의 성격을 고려해서 적절하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선 임원의 역할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아이의 각오가 확인되면 소견문을 쓰게 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다듬는 과정을 도와줍니다. 마지막으로 임원 선거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서 만일의 경우 아이가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엄마는 곤란해요
■담임선생님을 띄우기 위해 다른 선생님 흉을 보는 엄마
■수업 중, 퇴근 후 시도 때도 없이 호출을 하는 엄마
■선생님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엄마(반말하는 엄마)
■학교 행사나 봉사활동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엄마
■아이에 대한 변명이 끝이 없는 엄마
■선생님이 아니라 윗분들에게 수시로 항의 전화를 하는 엄마
/ 여성조선
취재 백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