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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1월11일 커버스토리 울릉도·독도 여행 올해 관광객 역대 최다…코로나19 이후 인기 급상승한 울릉도 화산 흔적 남은 지질 특이하고 맑은 바다와 숲은 푸른 정원 같아 연중 200일 상륙 가능한 독도, 때묻지 않은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 울릉군 서면 태하리에 있는 향목 전망대에서는 북쪽 해안 풍경을 볼 수 있다. 허윤희 기자 울렁울렁 울렁댔다. 너울성 파도가 칠 때마다 배가 흔들렸다. 뱃멀미와의 사투가 시작됐다. 승객들이 승무원 들에게 멀미 봉투를 요청했다. 메슥거리는 속을 주체 못한 이들은 바닥에 드러누웠다. 만만찮은 동해의 파도 였다. 창밖으로는 보이는 것은 망망대해뿐. 언제쯤 그 섬에 갈 수 있을까. 배를 탄 뒤 3시간이 지나자 섬이 보였다. 동해의 끝자락에 있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도는 코로나19 이후 청정 여행지로 인기를 얻은 곳이다. 과거 50~60대 단체관광객들이 주로 찾던 곳이 었다면 신혼부부, 캠핑족, 혼행족 등 젊은층 개별 여행자들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공기 좋고 풍경 아름 다운 섬인데다 언제든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라는 희소가치의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울릉군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은 43만423명(10월31일 기준)으로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종전 연간 역대 최다 기록인 2013년 41만5180명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도동리에 있는 독도전망대에서 본 도동마을 전경. 허윤희 기자 도동항 근처에 있는 행남해안산책로. 허윤희 기자해안 비경을 보며 걷는 길 지난 10월18일 울릉도의 관문인 도동항에 도착했다. 도동항이 있는 도동에는 울릉군청, 관공서와 숙박업소, 식당 등이 있다. 울릉도의 행정·경제·교통의 중심지이다. 도동은 1882년(고종 19년)에 울릉도 개척령이 반포 되면서 주민이 입도할 때 이곳에 설치된 자치지휘소인 도방청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했다. 도방청의 ‘도’ 자를 따서 ‘도동’이라 했으며, 도방청은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번화한 곳이라는 뜻이다. 도동에 도착하자마자 걷기 좋은 길이 펼쳐진다. 도동마을에서 저동마을로 이어진 2.8㎞의 길인 행남해안 산책로이다. 소요시간은 1시간30분. 도동항에 내리는 날이나 떠나는 날 배를 타기 전 들르면 좋은 도보 코스다. 행남해안산책로에 가기 위해 도동항여객선터미널 4층 옥상에서 이어진 길로 갔다. 이곳은 일출을 보기 좋은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짙푸른 바다와 풍경을 보며 걷다 보면 해안을 따라 만든 좁은 길이 지루하지 않다. 행남해안산책로를 따라 파도 소리를 들으며 기암절벽 사이로 난 동굴을 지나고 바다가 보이는 다리를 건넜다. 바다의 색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해안 절벽 안쪽으로 파여 있는 해식동굴 사이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였다. 거친 절벽으로 눈길을 돌리니 가을에 피는 노란 털머위꽃과 보라색 해국이 눈에 담긴다. 행남해안산책로에서는 화산섬인 울릉도 초기 화산활동의 특징을 간직한 지질구조도 볼 수 있다. 현무암질 용암류, 암석조각들이 산사태로 운반되어 만들어진 재퇴적쇄설암, 화산재가 뜨거운 상태에서 쌓여 생성된 이그님브라이트, 분출암의 일종인 조면암 등이 분포한다. 도동항에서 일출을 보는 여행객들. 허윤희 기자 울릉도에서 세번째로 큰 부속 섬인 관음도의 산책로 풍경. 허윤희 기자섬 속의 섬 관음도 행남해안산책로를 걸은 뒤 도동항에서 시내버스(1·2·22번 운행)를 타고 관음도로 향했다. 울릉군 북면 천부 리에 있는 관음도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다. 면적은 7만1405㎡, 둘레 800m, 높이 106m로, 울릉도 부속섬 중 세번째로 크다. <한국지명유래집: 경상편>에 따르면 관음도는 “깍새(슴새)가 많은 섬이라 해서 깍새섬”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지금은 깍새가 사라지고 괭이갈매기의 집단 서식지가 되었다. 본섬과 다리로 연결된 관음도는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입장료(4000원, 성인)를 내고 가야 한다. 길이 140m, 너비 3m의 웅장한 다리 양옆으로 바다가 보인다. 다리 아래 바다 빛은 유달리 맑은 옥빛이다. 관음도 주변은 스노클링 명소로 유명하다. 울릉도 3대 절경으로 손꼽히는 관음도에는 산책로 A코스(350m)와 B코스(500m), 3개의 전망대가 있다. 산책 로를 다 돌면 1시간 정도 걸린다. A코스에서는 죽도와 내수전 해안, 방사상 주상절리 등을 볼 수 있다. 방사상 주상절리는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생긴 부채꼴 모양의 틈을 말한다. B코스에서는 삼선암, 죽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B코스에는 높이 14m 정도 되는 2개의 해식동굴인 관음쌍굴이 있는데 아래쪽에 있어 배를 타야 볼 수 있다. 관음도를 걸으면 바다 위에 뜬 푸른 정원에 있는 것 같다. 동백나무, 억새, 부지깽이, 쑥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식물인 섬꼬리풀과 섬시호의 보전 관리를 위한 복원지도 있다. 섬의 숲과 바다, 어디에 눈을 두어도 청량한 느낌이 든다. 연도교와 이어진 관음도. 허윤희 기자섬 속의 섬 관음도 다음날 울릉도 서면 태하리에 있는 향목 전망대에 가기 위해 향목 옛길을 걸었다. 향목 옛길은 태하마을에서 현포마을까지 이어지는 4㎞의 산길로, 걸어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울릉도에는 향목 옛길처럼 옛길을 정비해 만든 9개의 도보 코스가 있다. 태하는 옛 우산국의 도읍지이자 울릉도에 개척민이 첫발을 디딘 곳이다. 거친 바람의 영향을 받아 키가 작은 향나무 군락이 형성되어 있고, 산세가 매우 험하다. 태하마을에서 향목 옛길을 따라 오르는 산길은 동백나무 등에 둘러싸여 있다. 산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면 하얀색의 태하등대(울릉도항로표지관리소)가 보인다. 태하등대는 1958년 최초로 점등돼 울릉도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파수꾼 구실을 하고 있다. 등대를 뒤로하고 걸으면 바로 향목 전망대다. 향목은 울릉도 개척 당시 전망대 일대에 잡목이라고는 별로 없고, 오직 아름드리 향나무만이 꽉 차 있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향목 전망대에서는 울릉도 북면의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깎아지른 듯 아찔한 기암절벽과 바다 위 바위가 웅장하다. 울창한 언덕이 많은 섬이라는 뜻을 지닌 울릉도답게 나무 들이 빼곡한 산세 또한 빼어나다. 울릉도 북서쪽 끝에 있는 바위산 ‘대풍감’도 향목 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 대풍감은 옛사람들이 배를 완성하고 육지 쪽으로 나아가는 세찬 바람을 기다렸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곳이다. 대풍감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향나무 자생지가 있다. 울창한 울릉도가 품은 원시림의 숲길을 걷고 싶다면 북면에 있는 나리분지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나리분지는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구원으로 성인봉, 미륵산, 천두산, 나리령에 에워싸여 있고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다. 울릉도 개척민들이 이곳 마을에서 터를 잡고 살아갈 때 양식이 없어 마을 곳곳에 자생한 우리나라 특산종인 섬말나리의 뿌리를 캐 먹고 연명했다고 해서 나리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나리분지 안에는 천연기념물 52호로 지정된 울릉국화, 섬백리향 군락지와 용출소, 신령수 등이 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나리분지 숲길과 원시림 코스가 있다. 박순덕 울릉군청 문화관광해설사는 “울릉도는 자연이 허락해야 들어갈 수 있고 나갈 수 있다고 해서 자물섬 이라고도 불려요. 쉽게 오갈 수 있는 여행지는 아니지만 한번 오면 그 매력에 빠집니다. 공기가 맑고 바다, 산, 분지 곳곳 자연이 빚은 작품이 많잖아요”라고 말했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 허윤희 기자 독도의 동도 선착장 근처에 있는 부채바위. 허윤희 기자섬 속의 섬 관음도 울릉도 여행에 빠뜨릴 수 없는 곳이 독도다. 하지만 국외여행보다 가기 더 힘들다는 곳이다. 날씨가 변화무쌍 하고 파도가 높아 독도로 가는 배가 운항하지 못하는 날이 잦다. “독도에 가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니. 1년 중 독도에 상륙할 수 있는 날은 200일 정도이다. 울릉도 저동항에서 독도행 배를 탔다. 1시간40분 정도 가니 독도에 도착했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 89개 바위와 암초로 이루어져 있다. 면적은 18만7554㎡. 460만년 전 화산 폭발로 생긴 섬이다. 250만년 전에 생긴 울릉도보다 200만년 더 앞섰다. 1982년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됐다. 섬을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여행객들이 관광하는 곳은 동도 선착장 근처다. 선착장 오른쪽에 자리한 숫돌바위는 한국전쟁 후 독도 의용수비대원들이 생활할 당시 칼을 갈았다는 곳으로, 암질이 숫돌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왼쪽으로는 부채바위. 바람과 파도에 치이며 형성된 기암절벽들이 우뚝 서 있다. 동도의 정상인 우산봉(98.6m)까지 올라갈 수 없지만 그곳에는 독도경비대, 등대, 헬기장 등이 있다. 동도 선착장 주변은 여행객들의 포토존이기도 하다. 태극기를 들고 줄을 선 여행객들이 ‘독도이사부길’ 도로명 표지판, ‘대한민국 동쪽 땅끝’이라고 쓰인 독도 선착장 준공비에서 인증사진을 남긴다. 동도에서 건너편으로 눈길을 돌리면 폭 151m의 얕은 물길을 사이에 두고 나뉜 서도가 보인다. 높이 168.5m의 대한봉을 중심으로 아래쪽으로는 급경사 지형을 띤다. 서도 옆에는 탕건봉, 촛대바위, 삼형제굴바위가 있다.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바위들이다. 독도를 다녀온 여행객들은 독도 명예주민증을 신청할 수 있다. 독도 명예주민증은 독도에 상륙했거나 배를 타고 독도를 한차례 이상 선회한 국내외 방문객에게 주는 신분증이다. 독도관리사무소(intodokdo.go.kr) 누리집에서 신청하면 명예주민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독도의 숫돌바위 뒤로 서도가 보인다. 허윤희 기자 ‘울릉도의 명물’ 오징어를 건조대에 널어 말리는 모습. 허윤희 기자“파도 다림질했으니 이제 ‘잠잠도’” “울릉도 올 때 많이 울렁대셨죠? 그렇게 울렁대니까 울릉도예요. 하지만 가시는 길 편안하라고 오늘 제가 파도 다림질했습니다. 이제 울릉도 아니라 잠잠도예요.” 2박3일 여정을 마치고 탄 육지로 가는 여객선. 한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우스갯소리를 했다. 한배에 탄 이들이 다 같이 크게 웃었다. 울릉도에 들어온 날과 달리 바다는 ‘장판’(파도가 잔잔한 상태)이었다. 뱃멀미로 고통 스러워하는 승객도 없었다. 울릉도를 떠나 바닷길로 가는 3시간 여정. 이 또한 울릉도 여행의 일부다. 배로만 갈 수 있는 울릉도에 2026년이면 하늘길이 열린다. 사동리에 소형 항공기가 취항하는 울릉공항이 건설되고 있다.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비행기로 1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울릉도도 제주도처럼 당일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되는 것. 가고 싶어도 쉽사리 갈 수 없고 자연이 허락해야 갈 수 있다는 ‘자물섬’ 울릉도로의 여행은 이제 3년 남은 셈이다. 배 운항·관광지 운영… ‘울릉알리미’ 앱 정보 가득울릉도·독도/글·사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 한겨레신문사 |
첫댓글 귀한 섬 독도까지
아주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