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불어 독파! 3개월만에 한글 독파!
국내에서 불문학과 미술 사학을 공부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이현 씨는, 유학길에 우리말도 제대로 못하는 5살 배기 딸아이를 데리고 갔다. 이현 씨가 프랑스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동안 딸아이는 프랑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던 딸아이가 6개월만에 불어를 완벽하게 배우는 것을 보고 무척 놀라고 말았다. 비결은 책읽기에 있었다. 불어를 전혀 모르는 딸아이를 위해 유치원에서 한 교사가 하루에 2시간씩 불어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다른 학습은 전혀 하지 않고 책만 읽어주었는데 딸아이의 불어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그 즈음 이현 씨는 프랑스 도서관에는 아이들에게 책만 전문적으로 읽어주는 ‘북시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북시터를 소개 받은 이현 씨는 딸아이를 북시터와 함께 도서관에 보내 다양한 책들을 읽게 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6개월만에 불어를 완벽하게 익힌 것이다. 3년 뒤, 한국에 돌아 온 이현 씨에게 이번에는 딸아이의 한국어가 문제가 되었다. 한국말을 완전히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이현 씨는 프랑스에서의 경험을 되살려 딸아이를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다. 그리고 유아책부터 읽어주기 시작했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나타났다.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한글을 깨쳐 버린 것이다. 더구나 아이는 한글만 깨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책을 읽는 동안 사고력과 상상력, 표현력도 뛰어나게 좋아졌다.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모든 학습 비결이 도서관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현 씨는 둘째 아이 시완이도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며 책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두 아이에게 도서관 학습을 시키기 시작했다.
이현 교수가 말하는‘도서관 학습법’
유아 책 읽는 방법
1. 반드시 무릎 위에 앉혀서 엄마와 아이, 책이 일직선상이 되게 한 뒤 읽어준다.
2. 구연 동화 하듯 읽는 것이 아니라 그냥 책을 읽어 주듯 편안하게 읽는다.
3. 겉표지부터 읽기 시작한다. 제목, 저자, 그림의 순서를 알려 준다.
4. 책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고른다. 아이가 고른 책과 엄마가 고른 책을 적절히 배분한다.
5. 입체책은 하루에 5권을 넘기지 않는다
6. 아이의 독서 나이는 실제 나이 앞뒤부터 시작해서 때마다 난이도를 높인다.
7. 처음에는 엄마가 천천히 읽어 주고, 그 다음에 아이가 그림을 보면서 들은 내용을 이야기하게 한다. 이때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끝까지 들어 준다. 마지막에는 다시 엄마가 정리하듯 조금 빠른 속도로 읽어 준다.
8. 책 한 권을 읽으면 <도서관 노트>에 기록한다.
9.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3권 정도로 한정해 대출한다. 대출 날짜를 어기지 않아야 한다.
초등학생 책 읽는 방법
1. 일부는 아이가 읽고 일부는 엄마가 읽어 준다.
2. 읽고 나서 내용을 분석한다.
3. 원인 분석을 할 때는 실제 책 내용과 아이의 상상 부분을 함께 섞어야 한다. 책 속에 나와 있는 내용도 중요하고, 이를 토대로 창의적으로 발산하는 능력은 저학년 아이들에게 더 중요하다.
4. 독후화(저학년)와 글쓰기(고학년)를 병행한다. 처음에는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독후화로 시작하고 차츰 아이와 호흡이 맞으면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좋은 문장 골라 똑같이 쓰기, 서평 쓰기, 인상 깊은 장면 고르기, 바꿨으면 하는 내용 고르기 등을 한다. 독후감은 절대 요구하면 안 된다.
5. 글을 쓰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칭찬과 더불어 한 단계 더 나가게끔 유도한다.
(본문중에서)
한글은 물론 읽기, 쓰기, 말하기, 그림까지 모두 가르칠 수 있는 도서관 책읽기
이현 씨는 두 아이를 도서관에서 키웠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실제로 큰 딸 진아와 작은 아들 시완이는 학습지 한 번 안하고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보는 것만으로 한글을 깨쳤다.
두 아이는 단지 한글만 깨친 것이 아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를 듣고 그 내용을 되새기는 동안 이야기의 앞 뒤를 연결하고, 이야기 내용을 간추리는 동안 사고력과 판단력, 상상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아이들 내면에 쌓인 이러한 능력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밖으로 표현되었는데, 때로는 엉뚱한 이야기로, 때로는 어른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재미있는 그림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마침내 자기만의 세계를 잘 표현하는 감상문으로 발전했다.
(/ pp.118~125)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분히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도서관 학습법
집에서 책을 읽는 것과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은 다르다. 집에서 책을 읽을 때는 그야말로 ‘국어 공부의 연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집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정된 책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게 되면 독서의 경지를 벗어나 학문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
처음 도서관에 간 아이들은 수많은 책 앞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책을 골라 보기 바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정한 패턴에 따라 책을 읽는다. 이때 엄마가 조금만 도와주면 아이들의 독서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의 책들을 깊이 있게 읽고,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기도 한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비슷한 주제의 책들을 읽고 책 내용에 대해 나름대로 비판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정보와 지식들을 책을 통해 스스로 찾는 단계까지 발전하게 된다.
(/ pp.61~62, 201~204)
영어도 한글처럼 동화책으로 가르칠 수 있다
이현 씨가 가장 안타까깝게 생각하는 것은 ‘도서관 = 책읽는 곳’이라는 엄마들의 고정관념이다. 도서관을 책읽는 곳으로만 생각하는 엄마들은 극단적인 경우 아이들이 도서관에 가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는데, ‘책읽을 시간에 공부나 더 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 때문이다. 이런 엄마들은 도서관에서 책읽기를 통해 영어나 수학도 공부할 수 있다고 하면 결코 믿지 못한다. 하지만 이현 씨는 학원이나 학습지, 과외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모두 것을 도서관에서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엄마들이 가장 신경 쓰는 영어의 경우도, 도서관에 있는 온갖 영어 동화책들과 오디오북으로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현 씨는 프랑스 유학 시절 큰 딸 진아가 단지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읽는 것만으로 6개월만에 불어를 완벽히 익힌 것을 체험했다.
이런 경험을 되살려 둘째 아이 시완이에 똑같이 영어 공부를 시키고 있다. 이현 씨는 매일 잠자리에서 시완이에게 20분씩 영어 동화를 읽어준다. 재미있는 것은 전혀 번역을 해 주지 않는데도, 시완이는 한글 동화를 들을 때처럼 똑같이 감동하고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동화에 나오는 영어 단어와 똑같은 단어를 다른 책에서 발견하게 되면 반드시 아는체 하면서 정확히 기억하는 것에 무척 놀랐다고 한다.
이현 씨는 한글 동화책을 읽어 줄 때보다 영어 동화책을 읽어줄 때 아이가 받아들이는 정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큰 수확은 영어에 대해서 전혀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영어를 아주 재미난 것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흥미를 갖고 공부하려고 하는 욕구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 pp.190~193)
도서관에서 동화로 배우는 즐거운 수학
엄마들은 아이가 수학을 못하면 문제집을 잔뜩 사다 주면서 억지로 풀게 한다. 그런 와중에 아이들은 점점 수학에 흥미를 잃고, 수학은 어렵고 재미 없는 것이라는 아픈 기억을 갖게 되고 만다. 오늘날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현 씨는 아이들에게 단 한 번도 수학 공부를 시킨 적이 없다. 다만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사서 풀어보게 한 적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가 책을 통해 배운 수학의 원리를 적용해 보도록 하기 위한 도구적 차원이었다.
사실 큰 아이 진아는 수학을 엄청 어려워하고 싫어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프랑스에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는 동안 겨우 ‘3+3+3=9’가 된다는 식의 수학 공부를 놀이삼아 했는데, 한국에 돌아와 갑자기 구구단을 외고, 두자리 수 세로셈을 해야 했던 진아가 받은 어려움은 가히 상상할만하다.
한국식 수학 공부에 점점 힘들어 하는 진아를 본 이현 씨는 도서관에서 수학에 관한 동화책을 전부 꺼내놓고 함께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때 진아가 즐겨 읽은 책으로 <수학의 저주>, <화성에서 온 수학 탐험대>, <세상 밖으로 날아간 수학>, <수학 귀신> 같은 책들이었다.
이런 책들을 재미있게 읽고 난 진아는 더 이상 수학을 겁내하지 않았다. 책을 통해 나름대로 수학의 원리를 깨닫고 나니 어려울 게 없었던 것이다. 수학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진아에게 이현 씨는 수학 문제집을 사주면서 풀어 보라고 했다. 난생 처음 풀어보는 문제집을 잘 풀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진아는 전혀 어려워하지 않고 문제들을 척척 풀어 냈다. 이미 읽기 공부는 충분히 되어 있었고, 수학의 원리를 깨달았으니 풀지 못할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 pp.194~197)
<도서관 노트>를 통해 아이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하고 계발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게 되면 집에서 읽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게 된다. 따라서 자연히 아이의 관심사와 재능을 알아차릴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꼼꼼한 <도서관 노트> 기록이 필요하다.
이현 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도서관 노트>에 아이들이 읽은 책을 꼼꼼히 기록한다. 날짜별로 무슨 책을 읽었고, 그 책을 누가 고른 것인지, 읽고 난 뒤 아이의 반응 정도가 어떠했는지 기록하는데, <도서관 노트>가 한 권 두 권 쌓이게 되면 아이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재능을 보이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적당한 집중 학습을 시키면 아이의 관심사는 수준 높은 지적 능력으로 발전하고,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잠재 능력을 최대한 계발 시킬 수 있다고 한다.
(/ pp.129~139)
아이들에게 깊고 넓은 문화의 세계를 체험하게 해 주는 도서관 학습법
요즘 도서관은 가장 질좋은 프로그램을 가장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책읽기’는 부수적인 것이 되다시피한 상황이다. 그만큼 도서관에서 건질 수 있는 보물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도서관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 프로그램만 잘 이용해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 학습지를 시킬 필요가 전혀 없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어느 도서관이든지 독서지도, 독후감 쓰기, 독후화 그리기, 어린이 영어, 한자, 미술, 서예, 음악 같은 강좌는 기본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다 규모가 좀 더 크면 체육과 관련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고, 계절별로 ‘어린이를 위한 리더십’ 같은 특별 프로그램이 운영되기도 한다.
이러한 학습 프로그램말고도 작은 음악회나, 인형극, 영화 상영이 수시로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도서관만 이용해도 아이들에게 깊고 넓은 문화의 세계를 체험하게 해줄 수 있다.
(/ pp.33~34, 110~115, 218~224, 235~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