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송학면 송학역에 주차를 하고
한라주유소앞에서 원마루마을을 지나서
소나무숲 사이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서 월명사로 간다.
소나무숲속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월명사에 도착하였으나
인연이 아닌지 대웅전의 문은 굳게 잠겨있다.
절 입구에서 뒷편으로 산길을 오르다가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미안한 마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 놓으며
무심코 앞질러가는 젊은이를 따라 걷는다.
점점 길은 희미해지고 끝내 길은 사라지고 만다.
그 숲에서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되돌아서는 젊은이를 만났다.
나 또한 알듯 모를듯 미소를 지으며 젊은이를 지나쳐 골짜기를 따라 오른다.
눈이 내린다. 곧 그치겠지 생각했는데 눈발은 더 거세진다.
길도 아닌데 아무리 낮은 산이라지만 무작정 오르는 건 무리다.
눈위의 짐승발자욱을 따라서 등산로로 접근을 시도한다.
산에서 길을 찾는 능력은 나보다 산집승들이 고수다.
산에서 난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다. 그러니 下心할 수 밖에...
등산로로 접어들었을땐 이미 몸은 지쳐가고 있었다.
열흘이 넘게 독감에 시달린 후유증에다 오전산행의 피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상 바로 밑에서 강천사로 내려선다.
눈이 펑펑 퍼붙는 산사의 고요함...
절지붕의 아름다운 곡선...
절의 수호신처럼 느껴지는 노송의 고고함...
언어이전의 침묵이 흘렀다.
대광명전에서 부처님을 우르러 뵈오며
반가부좌로 앉아 망중한을 즐긴다.
이렇듯 맑은 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시멘트포장길을 따라서 산을 내려오다가
길옆 오솔길을 접어 들었다.
산을 내려 왔을 때 한바탕 꿈속을 헤멘 것 같았다.
산중에서 몇시간을 눈보라속을 걸었는데
정작 산아래는 멀쩡하다.
빗방울이 조금 내린 것처럼 보였다.
부처님은 오늘 내게 축복을 내려주셨다.
밤10시... 집에 도착하여 오랜만에 매실주를 마시며
아내가 들려주는 인도성지순례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첫댓글 ㅎㅎ 제가 다 쓸쓸해집니다.
혼자만의 산행도 재미가 있지요.
그 옆을 지나면서도 들려보지 못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