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딱 한 달만 산 좋고 물 좋은 데 살고 싶어? 어렵지 않아, 경남별곡(慶南別曲)이 있잖아~경남형 한 달 살이
작성2021년 06월[Vol.99]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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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한 달만 살아봤으면~.” 장소는 달라도 누구나 한 달 살이에 대한 꿈은 있을 것이다. 그 곳이 경남이라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경남별곡’에 참가하면 된다. 경남별곡은 경상남도와 도내 15개 시군이 진행하는 한 달 살이 프로그램. 조선시대 송강 정철 선생은 관동팔경을 돌아보며 관동별곡을 지었다. 경남 여행을 통해 나만의 경남별곡을 남겨보면 어떨까? 자, 도전!
지난해부터 운영…폭발적 인기로 5→15곳으로 확대
한 달 살이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부터다. 유명 연예인의 제주 살이가 화제로 떠오르면서 온전한 ‘쉼’을 위한 여행이 유행을 넘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경남형 한 달 살이 경남별곡은 이런 장기 체류형 여행의 인기에 부합한 홍보 프로그램이다. 여행지로서 경남을 알리고, 더 나아가 경남으로 이주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지난 해부터 추진되고 있다.
첫 해에는 통영시, 김해시, 하동군, 산청군, 합천군 등 5개 시군이 운영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5개 시군에 모두 1898명이 신청서를 냈다. 그 중 464명이 선정돼 경남 살이를 경험했다. 직접 살아본 참가자들이 각종 SNS와 유튜브 등에 3400건이 넘는 영상과 사진, 체험글을 남기면서 경남관광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년차인 올해는 15개 시군으로 대상지가 늘었다. 지난해 5개 시군 외 창원시, 사천시, 밀양시, 거제시, 함안군, 창녕군, 고성군, 남해군, 함양군, 거창군이 추가됐다. 선정자 수도 늘려 모두 600개 팀, 1000여 명이 경남별곡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단체 참가를 지양하고자 팀 구성을 1~2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사람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보다는 현지 삶과 연계된 체험 위주의 진행을 유도하고 있다.
참가를 원한다면 반드시 해당 시군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확인한 후 신청해야 한다. 각 시군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신청기간과 프로그램 진행기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올해 이미 사업을 시작한 시군의 참가자들을 만나 경남 살이에 대한 소감을 들었다.
관광지지만 덜 상업적, 그야말로 보물섬 남해
“떠나고 싶지 않아요. 아쉽네요.”
29박30일 일정으로 남해군 한 달 살이에 도전했던 박서우(30·부산), 김은영(29·서울) 씨를 일정 종료 이틀 전에 만났다. “한 달 살이 하면 제주도잖아요? 그런데 남해가 더 좋아요.” 제주도를 꿈꾸던 두 사람이 남해에 푹 빠져 말끝마다 “아쉽다”고 한다. 제주도 대신 남해를 택한 이유는 방문과 이동의 편리함 때문.
“자연환경은 제주도와 비슷하지만 비행기와 선박 아니면 갈 수 없는 제주도에 비해 남해는 자동차만 있으면 갈 수 있는 곳이어서 편리하다”는 서우 씨. “한 달 남짓 살아보니 장소가 갖는 매력도 있지만, 사람이 갖는 매력도 있다”면서 남해사람들의 정감어린 환대를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두 사람의 남해 살이 주제는 ‘실제 살아 보기’. 그래서 유명 관광지보다는 가능한 한 많은 체험을 해보는 쪽으로 일정을 짰다. 볼락 낚시, 갯벌 체험, 도자기 만들기 체험, 독특한 카페와 맛집 탐방, 그리고 짬짬이 느긋한 일상 누리기 등.
한 달이 꽉 차면서 “남해가 왜 ‘보물섬’인지 알 것 같다”는 은영 씨. “유명 관광지지만, 다른 곳보다 훨씬 덜 상업적이다. 숨겨놓은 보물같다. 북적임 없이 한적하고 여유롭다”면서 “특히 귀촌을 생각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본인들의 유튜브 채널 ‘소풍족’을 소개하면서 업로드한 영상이 남해 살이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단다.
실제로 한 달이 아쉬워 한 달을 더 머물기로 했다는 팀도 있다. 부산에서 온 이형민(30), 최아정(28) 씨다. ‘농어촌과 도시의 연결을 통한 지역활성화’를 콘셉트로 유튜브 채널 ‘로컬키트’를 운영 중이라는 이들은 ‘남해 바래길’를 주제로 29박30일의 남해 살이를 시작했다.
형민 씨는 “부산도 바다의 도시지만, 한가롭게 즐기는 바다로서 남해의 바다는 최고”라며 “거기다 순수한 바래길의 잠재력 때문에 유튜브 채널의 첫 활동지로 남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아정 씨는 “한 달을 살아보니 왜 사람들이 귀촌을 하려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면서 “경상남도가 지원하는 한 달 살이가 끝났지만, 바래길과 남해 살이의 요모조모를 더 경험하고자 한 달을 더 남해에서 살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자연에 다양한 레포츠까지 뜻밖의 합천
합천군의 한 달 살이 프로그램명은 ‘남몰래 합천 살아보기’이다. 코로나19 상황과 어울리는 재미있는 프로그램명으로 1인 참가팀이 몰렸다. 합천군에서 마련한 ‘가야산 별빛농장’ 음식체험장에서 1인 팀들을 만났다.
“지금 상황에서 여행은 나도 힘들고 남 보기에도 불편한데, 합천군의 한 달 살이 프로그램명이 마음에 와 닿았다. 조용하게 시골 살이 경험을 하고 싶어서 신청했다”는 송아름(33·대전) 씨. 그는 해인사 경내 한옥민박을 최고로 꼽았다.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는 아침이 너무 좋았다고. 2박3일 일정으로 해인사소리길 걷기, 황매산 은하수 감상 등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자랑한다.
“조용한 시골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어서 뜻밖이었다”는 김동현(28·대전) 씨는 “경량항공기 체험, 패러글라이딩, 수상레저, 루지 등 몸 써서 즐길 거리들이 많아 놀랐다”면서 “활동적인 사람에게는 최고의 여행지”라고 엄지를 척 든다. 직장 때문에 2박3일 일정으로 신청했는데, 의외의 체험거리 때문에 다시 한 번 방문해 아쉬움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체험거리 많은 아기자기한 바다도시 통영
여행사에서 근무하다 코로나로 실직상태라는 이세미(29·군포) 씨는 통영을 힐링을 위한 여행지로 선택했다. 20박21일 일정. 숙박지와 음식을 포스팅 하기로 하고, 3~4일 단위로 숙소를 옮겨 다녔다. 옮겨 다니기가 수고로웠지만, 일몰이 예쁜 달아공원, 한려수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미륵산, 삼칭이해안길 등 잊지 못할 장소들이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았다.
“작지만 있을 거 다 있는, 통영 특유의 아늑함이 정말 좋다”는 세미 씨는 음식문화에서 살짝 아쉬움을 털어놨다. “통영의 먹거리는 엄청나다. 맛보고 싶은 음식이 많았다. 그 중 토속적인 유명 식당들은 정식메뉴가 많은데, 1인분 주문이 안 되는 곳이 꽤 있었다. 나 홀로 여행객을 위해 1인 식사도 가능하면 좋겠다.”
세미 씨는 이번 여행을 통해 자연스레 통영 알리미가 됐다. 부모님과 지인들이 여러 차례 다녀가면서 통영만의 아기자기한 매력에 푹 빠졌다고.
고대와 현대 공존, 생활 속 여행지 김해
김해시는 경남형 한 달 살이로 국제적인 홍보효과를 보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많은 시 특성에 맞춰 부산에 있는 ‘아시아태평양도시 관광진흥기구’에도 모집공고를 냈다. 덕분에 국내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유학생들의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임현택(38·부산) 씨도 그런 여행객이다. 말레이시아 출신 아내, 5개월 된 딸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김해 살이를 경험했다.
현택 씨는 수로왕릉, 봉황대길, 가야테마파크, 김해한옥체험관, 대청계곡 카페거리, 김해지혜의바다 도서관 등 먹고 산책하고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추억을 만들었다. “부산과 가깝지만 출장 말고 여행으로 올 기회가 없었다”며 “김해는 대단한 도시다. 고대와 현대가 뒤섞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런 도시는 또 없을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현택 씨의 김해 2박3일은 그의 일본어 SNS와 아내의 영어, 중국어 SNS를 통해 국제적으로 김해를 알리고 있다.
한방 체험의 매력, 다시 찾고 싶은 산청
임은진(52·서울) 씨는 지리산둘레길이 있고 한방에 특화된 산청을 선택했다. 직장 때문에 3박4일의 짧은 일정으로 산청 살아 보기를 시작했다. 체류기간 내내 비가 내려 지리산둘레길을 마음껏 만끽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은진 씨는 덕분에 실내에서 진행된 한방 체험을 제대로 했단다.
“동의보감촌에서 공진단 만들기, 약첩 싸기, 부항 뜨기 등 다른 지역에서 할 수 없는 멋진 체험을 했다.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은진 씨는 “카페나 맛집 등 예쁘고 맛있는 곳은 어디에나 있다. 물건도 온라인으로 어디서나 살 수 있다”면서 “산청은 어디에도 없는 고유의 멋스러움이 있어 특별한 곳”이라고 말했다.
동의보감촌 내 한옥 숙박시설이 수리 중이어서 이용하지 못했다는 은진 씨는 산청의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 한옥 숙박시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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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숙경 사진·동영상 이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