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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찌, 긴 목줄, 느슨한 전유동이 제주도 벵에돔낚시에서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깨닫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본 낚시명인들이 벵에돔 토너먼트에서 왜 전유동 대신 찌매듭을 짓는지 이제 알 것 같다. 벵에돔, 특히 대물들은 내려가는 미끼보다(비록 아주 서서히 하강할 지라도) 정지한 미끼에 더 강한 관심과 즉각적인 입질을 보내고 있다. 유동보다는 스톱상태의 미끼가 핵심!
98년 가을 제로찌(0호 부력의 찌) 낚시가 처음 월간낚시 지면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고, 그 이듬해 '제로찌(G2나 B찌 포함) 전유동'이란 한국형 개량패턴이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우리나라 낚시인들이 제로찌 매듭낚시가 커버하는 3~4m 수심층보다 전유동으로 5~7m까지 내려주는 게 큰 벵에돔을 낚는데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음을 말해준다. 앞서 말했듯이 추자도 거문도와 기타 남해안에서는 대형 벵에돔이 5~7m 층에서 더 잘 낚이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제주에선 틀리다. 제로찌가 커버하는 3~4m 수심이 벵에돔의 주된 입질수심이며 오히려 긴꼬리들은 2m 수심에서 입질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제주야말로 제로찌의 낙원이라 딱 결론짓고 추자·관탈에선 B찌로 낚시하다가도 가파·마라도로 갈 땐 0호 찌 하나만 달랑 달고 다니곤 했다.
그러던 중 제주시 도남낚시 대표 조성호씨를 만나면서 0호 찌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됐다. 조성호씨는 늘 G2나 B 찌를 썼는데 항상 기자보다 큰 벵에돔을 낚아냈다. "제로찌가 더 예민하지 않을까요?" 물어봤더니 "제로찌는 너무 부력이 약해서 수면 아래 들락날락하는 폐단이 있습니다. 낮에는 입질이 시원하지만 해거름에 입질하는 대형 벵에돔은 입질이 약합니다. 그런 입질을 간파하는데는 찌톱이 항상 수면 위로 나와 있는 B 찌가 더 유리합니다. 찌가 수면에서 사라지면 곧 입질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조성호씨는 목줄에도 좁쌀봉돌을 항상 물리고 있었다. "조류가 약할 땐 봉돌이 없어도 금세 3~4m 수심까지 내려갈 텐데… 게다가 4m 밑으로는 미끼를 내리지 말라고 강조하지 않았습니까"하고 따졌더니 조씨는 "4m 수심까지 남보다 먼저 내려서 먼저 낚으려구요"하면서 웃어넘겼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담이었다. 목줄 수심만 노리면서도 꼭 봉돌을 다는 이유는 <1>미끼를 먼저 내려서 옆 사람보다 먼저 입질을 받기 위함이며 <2> 천천히 가라앉히는 것보다 일단 입질수심에 미끼를 내린 다음 '뒷줄을 견제할 때' 훨씬 벵에돔이 잘 낚이더라는 그의 경험 때문이었다. 이 두번째 이유야말로 벵에돔낚시의 메인 코어였다.
전유동 상태보다 견제 상태서 입질
따지고 보면 '견제조법'이 아닌가! 제로찌낚시에 너무 심취해 있다 보니 견제동작은 감성돔 참돔에나 먹히는 것이며 벵에돔은 그저 하늘하늘 가라앉혀 주는 게 최고란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나보다.
이튿날 0호 대신 B 찌를 달고 목줄에 G5 봉돌을 물려서 다시 낚시해보았다. 낮시간 잔챙이들이 올라올 때는 제로찌나 별 차이가 없었으나 해거름에 접어들자 확연히 굵은 씨알이 낚였다. G5 대신 G4를 물려보았는데 별 차이는 없었고 B 봉돌을 물렸더니 씨알에 큰 차이 없이 입질빈도만 뜸해졌다. 조행을 거듭하면서 G6~G3가 최적 무게임을 확인했다.
옛 기억들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우도 서천진동 방파제에서 제주꾼들이 4.5m 목줄 전유동으로 낚시할 때 제주도 초행인 마산꾼 유창호씨가 4m 매듭채비로 월등한 조과를 거둔 적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제로찌 전유동에 큰 씨알이 낚였던 곳은 마라도 쌍퉁찬여나 홀애미등대, 가파도 자장코지 등 조류가 빠른 곳이었다. 또 그때 입질지점은 갯바위에서 15m 이상 먼 거리였다.
그러나 조류가 느린 곳, 특히 해거름에 갯바위 근처를 노릴 땐 같은 전유동채비긴 하나 느슨하게 가라앉히는 것보다 봉돌을 달아 뒷줄을 팽팽하게 견제한 낚시에 씨알이 월등했고 마릿수도 앞섰다.
재작년 여름 홀애미등대에서 초보꾼들이 3B 찌 매듭낚시로 대형 긴꼬리들을 낚아낼 때 '저들은 전유동이 서투니까 매듭낚시가 낫겠다'고 건방진 오판을 하기도 했는데 돌이켜보니 매듭낚시라서, 미끼가 스톱상태라서 대물이 물었을지도 모른다.
그제서야 거문도와 일본 남녀군도에서 제로찌에 입질하지 않던 표층의 벵에돔이 목줄찌에는 속속 걸려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벵에돔이 불과 1.5m 수심에서 입질하고 있다! 제로찌채비는 비록 목줄이 3m라고 하나 봉돌이 없으므로 그 수심층을 아주 느리게 통과한다. 그런데 왜 느리게 가라앉는 제로찌의 미끼는 공격하지 않고 1.5m 수심에 미끼를 고정한 목줄찌의 미끼만 삼키는 것일까' 의문을 품었던 것이다. 벵에돔은 낙하 중인 미끼, 뭔가 느슨하게 '이완'된 미끼에는 쉽게 달려들지 않았고, 찌매듭에 걸려 정지됐거나 뒷줄견제가 가해져 팽팽하게 '긴장'된 미끼를 공격했다.
그와 동시에 재작년 12월 홀애미등대에서 해질 무렵 수면에 어른거릴 정도로 떠오른 초대형 긴꼬리벵에돔(눈대중으로 55cm가 넘어 보이는)들이 미끼에 걸려들지 않던 이유가 '낙하 중인 미끼'라서 안 물었던 게 아닐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렇다면 목줄찌를 달아보자' 생각하고 홀애미등대에 다시 내렸다. 그러나 작은 목줄찌는 홀애미의 거친 바람과 빠른 조류에 적응하지 못했고, 입질타임인 해거름에 잘 보이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래서 목줄찌를 빼내고 대신 목줄을 1.5m 길이로 짧게 자른 다음 상층부를 공략했다. 예상 적중! 5짜는 비록 낚지 못했으나 45~48cm 긴꼬리벵에돔이 연타로 입질했다. 해거름의 부상도 높은 긴꼬리를 낚을 때는 목줄의 길이가 짧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로이 깨달았다.
짧은 목줄로 인한 빠른 견제! 만일 벵에돔이 3m 수심층에서 입질할 경우 3.5m 목줄의 가벼운 제로찌채비보다 2.5m 목줄에 봉돌을 단 전유동채비로 3m층까지 내려줄 때 입질 받을 확률이 높았다. 목줄이 짧을 경우 채비정렬이 빨리 이루어지고, 일단 정렬된 채비는 전유동으로 하강하더라도 원줄이 찌구멍을 통과하는 상태에서 약간의 자연스런 스톱견제가 걸려 미끼가 팽팽하게 긴장되므로 긴 목줄이 그냥 떨어지는 상황보다 벵에돔이 공격할 확률이 높다.
하강하던 미끼가 스톱하는 순간, 벵에돔의 시선이 그리로 쏠린다! 비로소 제주 벵에돔낚시의 감이 잡히는 순간 지금껏 생각 없이 4~5m 긴 목줄을 남용한 것이 후회됐다. 얼마나 많은 벵에돔을 놓친 것일까!
떠서 입질하면 목줄 잘라내라
그런데 고민 하나가 여전히 남았다. 견제조작으로 미끼가 스톱된 상태에서 입질이 잦긴 하지만 그러면 다양한 수심층 공략이 힘들어지지 않는가! 지금 벵에돔의 유영층이 2m일지 3m나 4m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나의 수심만 고집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히트확률을 줄이는 불안한 처사였다.
고정·매듭채비처럼 견제상태의 긴장한 미끼 액션을 연출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전유동처럼 다양한 수심층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고민을 해결해준 것이 00호, 즉 제로제로찌였다. 제로제로찌의 부력설정은 '찌 자체로는 물에 뜨지만 밑채비의 부하가 걸리면 서서히 가라앉는 상태'를 추구한 것이다. 즉 채비가 정렬되기 전, 미끼가 흐느적거려 입질을 받기 힘든 상태에선 수면에 떠 있다가, 채비가 정렬되면 아주 서서히 가라앉는데, 수면에 떠 있는 찌와 다른 점은 가라앉으면서도 계속 뜨려는 부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수중의 미끼를 팽팽하게 당겨준다는 것이다.
00호찌의 위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어신은 대개 00호 찌가 50cm~1m쯤 가라앉았을 때 잦아서 육안으로 판별할 수 있었으며 그때 채지 않아도 낚싯줄이 끌려드는 어신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00호찌 잠길낚시는 찌의 부력이 정확해야만 가능하다. 채비가 정렬된 후 가라앉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미끼의 견제가 이뤄지지 않으므로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제로제로찌는 단점이 있었다. 해거름의 약한 입질을 간파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하는 수 없이 해거름에는 찌를 보고 어신을 파악할 수 있는 G2나 B 찌로 바꾸어야 했는데 그때 수심조절의 문제가 다시 남게 됐다.
결국 가장 실전적인 방법으로 최종 선택한 것은 '찌멈춤봉을 수시로 오르내리며 목줄의 길이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미끼를 갈아줄 때마다 찌멈춤봉을 오르내리면 찌매듭을 묶지 않아도 원하는 찌밑수심을 만들 수 있다.
2m부터 5m 수심까지 커버하고 싶으면 목줄을 2m 길이로 묶은 뒤 찌멈춤봉을 조금씩 올리며 최적수심을 찾는다. 낚시할 때는 뒷줄을 완전견제해서 '고정채비'로 만든다. 필요하면 바로 뒷줄을 방출해서 전유동 상태로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입질은 전유동 상태보다 견제상태에서 잦기 때문에 계속 견제해도 찌밑수심이 일정하게 유지되게끔 찌멈춤봉을 밀어 올려서 ‘고정채비화’하는 것이다. 5m 안쪽 수심을 노리므로 찌매듭으로 수심을 조절하는 유동채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그림5>.
3m 수심을 노리다가 3.5m와 4m 수심까지 탐색하고 싶을 때, 3m 목줄로 전유동을 하는 것보다 찌멈춤봉을 50cm씩 쭉쭉 밀어 올려놓고 캐스팅 후 그대로 팽팽하게 뒷줄을 잡아주면 더 빠른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그때 뒷줄을 팽팽히 잡은 상황에서 채비가 지나치게 뜨지 않게끔 적절한 무게의 좁쌀봉돌을 물려주면 되겠다<그림6>.
최종선택은 '찌멈춤봉 수심조절' 방식
'제주벵에돔 낚시채비'를 다시 정리해본다.
<1>찌 0호보다 G2, B 부력을 쓴다. 빠른 견제조작을 위해 찌구멍은 작은 게 좋고, 기울찌보다 구멍찌가 예민성에서 앞선다. 낮에는 원투용 L, 새벽과 해거름엔 근투용 M, S 사이즈가 좋다. 특히 여치기낚시를 할 땐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낚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는 야간용 전지 구멍찌(고리찌는 어신 전달이 둔하다)를 미리 세팅하는 게 편리하다. 부력은 역시 B가 좋은데 2B 찌도 뒷줄만 견제상태로 있으면 바로 물속으로 빨려든다. 시중에 판매되는 전지 구멍찌는 벵에돔낚시에는 조금 크고 무거운 감이 있어 한 치수 작은 찌가 생산된다면 제주도에서 인기를 끌 것이다.
<2>목줄 길이 일단 목줄은 기본 3m(감성돔낚시의 일반 목줄 길이인 두 발(3.5m)보다 약간 짧게)로 묶고 나중에 벵에돔이 더 떠서 낚일 때는 약간씩 잘라내서 줄이면 되겠다. 반대로 목줄을 더 늘리고 싶을 땐 어신찌 밑의 찌멈춤봉을 위로 밀어 올리면 된다. 즉 원줄이 목줄의 연장이 되므로 반드시 도래 없이 직결을 한다. 목줄 굵기는 낮에 2~2.5호, 새벽과 해거름엔 대물에 대비해 3~5호를 쓴다.
<3>좁쌀봉돌 G6, G5, G4를 주로 물리며 유속이 빠르거나 포말이 이는 곳에선 G2나 B까지도 쓴다. 봉돌의 위치는 바늘에서 30~50cm 거리가 표준. 낮에는 바늘과 봉돌의 간격을 약간 벌려주고 해거름엔 간격을 좁혀주는 것이 유리하다. 입질이 나쁘거나 뜸할 때는 가장 먼저 봉돌의 간격을 달리 해보고, 그 다음 봉돌의 무게를 달리 해보면 효과가 있다.
<4>바늘과 미끼 낮에는 벵에돔 6~7호, 새벽·해거름엔 8~9호를 쓴다. 미끼는 양질의 밑밥용 크릴 그대로 녹여 쓴다. 잡어가 많기 때문에 크릴을 바늘에 야무지게 꿰는 것이 조과에 직결된다. 특히 해거름에 소나기 어신이 닿을 땐 마음이 급해져서 크릴을 대충 꿰어서 던지려다 빈 바늘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낮에는 크릴의 머리를 떼고 꿰면 잡어 공격에 오래 버티고, 해거름엔 한 마리를 통째 꿴다. 물속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갓 녹아서 반쯤 얼어 있는 크릴을 골라 쓰는 게 좋다. 웬만한 베테랑꾼도 간과하는 대목이지만 갓 녹은 크릴은 파란 인광을 발하므로 벵에돔이 쉽게 발견한다. 완전히 녹은 크릴과 갓 녹은 크릴은 해거름 입질빈도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