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해서
이런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아닐테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지요.
딱히 이상형을 생각해본 경우는 없습니다.
그저 호감이 가는 사람만 있었을 뿐입니다.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오랫동안 생각해온 것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하고 싶습니다.
1. '제 곁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사랑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필수조건)
아침 일찍 일어나 위의 한 마디와 함께 큰 절하기
(큰 절 대신에 포옹도 키스도 좋습니다)
2. 아내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거나 신겨주기
3. 따뜻한 물로 발을 씻겨주고 수건으로 닦아주고 발에다 키스하기
(머리 감겨주기도 포함)
4. 촛불 하나 켜놓고 이야기 나누기 혹은 들려주기
(시, 잠언, 소설 등에 있는 좋은 글귀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5. 손톱, 발톱 깎아주기
6. 존대말 쓰기(필수조건으로 선생님과 같습니다)
7. 아내를 위한 나만의 기도
(잠들기 전에 손잡고 해도 좋고...)
8. 요리하기
(저는 취사병 출신입니다. 앞으로의 삶을 위해 계획적으로 선택했던 것입니다. ^^)
p.s 나의 김치찌개 끓이는 법(2인분)
1. 목적 : 아내를 위하여^^
2. 목표 : 아내의 입맛을 만족시켜 사랑받는 남편이 되자 ^^
(주의 사항 : 목표설정 이전에 아내가 김치찌개를 좋아하시는지 걸언하는 욕구조사가 선행되어야 함)
3. 준비재료 : 김치 2인분, 고추가루, 깐마늘, (다시다, 후추), 굵은 소금, 양파, 대파, 돼지고기, 두부, 풋고추, (참치), (당면), 식용유, 200cc 물 2컵, 뚝배기
4. 조리법 :
1) 먼저 냄비에 식용유를 넣고 돼지고기 볶는다.
(냄비에 물이 있으면 튈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물기를 제거한다. 볶을 때는 돼지고기가 눌러붙지 않도록 신속히 볶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 후추와 깐마늘을 함께 넣는다. 김치에 충분히 마늘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굳이 넣지 않아도 좋다)
2) 돼지고기가 다 익었으면 김치와 양파를 넣고 약한 불에 볶는다.
3) 물을 넣고 뚜껑을 닫고 강한 불에 끓인다.
4) 끓을 때 두부, 풋고추, 대파를 넣는다.
(마지막에 넣는 이유는 두부는 너무 익으면 씹는 맛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풋고추는 마지막에 넣어야 매운 향이 살아있게 된다)
5) 숟가락으로 맛을 보며 고추가루, 소금을 조금씩 넣으면서 간을 본다.
(딜레마 : 아내의 입맛을 맞춰보기 위해 함께 간 볼 것인가, 아니면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해 나 혼자 간을 볼 것인가?)
6) 다 되었으면 반드시 뚜껑을 덮어서 식탁 혹은 밥상 위에 갖다 놓는다.
그래야 뜨거운 김이 모락 모락 펼쳐지면서 환한 아내의 얼굴이 보일테니까.
이 후의 장식과 꾸미는 것은 각자 좋을대로 ...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나온 대사가 있습니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혹은 결혼하고자 하는 이유가
"그 사람을 만나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를 만나서 내가 더 바람직한 사람이 될 것 같다면
저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사랑하기 위해 혹은 결혼하기 위해(?)
많은 참고가 되었던 시를 소개합니다.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국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 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첫댓글 진원아~ 이 글 전체 메일로 보내서 신부감 공개모집해볼까? 여학생들이 몰려들지 않을까? 구구절절 진원이 색깔이 묻어나는구나.
하하, 선생님... 부끄럽습니다~
ㅎㅎ 누가 될지는 몰라도... 좋겠어요~
와~ 아내가 될 분에게 프로포즈 할 때 이 글을 주면 감동할 거예요^-^ㅎ 저도 얼마 전에 시집을 보다가 위 시를 봤었는데~ 영화 대사였다는 "그 사람을 만나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참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