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단조로운 것이 아파트 생활이다.
좁은 공간에서 일상이 이뤄지다 보니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겐 편하긴 하다.
하지만 밖을 나가거니 베란다를 통해 내다보지 않으면 세상의 변화를 알지 못한다.
늘 그렇지만 우리집은 어둑해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버티컬을 치는 일이다.
버티컬을 치는 순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고립된 네모난 섬 같은 것이 아파트인 것이다.
요즘은 보는 책이 있어 매일매일 그 책에 빠져있다.
그러니 밥먹는 시간이나 가끔 TV를 보는 시간이외엔 책에 빠져살고 있다.
움직임은 적고 먹는 량은 예전과 같으니 그저 찌는 것은 살뿐...
힘들게 6~7KG을 뺐지만 운동을 중단한 지 2달여만에 벌써 3KG넘게 쪘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날씨가 풀리면 다시 현충원 둘레길을 걸으면 되니까...
그런데 저녁 8시쯤 아파트 관리실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눈이 많이 내려 경비들이 치울 수 없으니 주민들이 나와서 함께 눈을 치워달란 내용이었다.
그래서 밖을 내다 보니 세상은 온통 눈세상으로 변했고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사실 서울이란 곳은 동해안 쪽의 속초나 인제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어젯밤 내린 눈은 역대급이라 할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갑자기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아들이 생각났다.
전화를 하니 올림픽대로인데 얼마나 눈이 내리는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란다...
안전운행을 당부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공직생활이 몸에 밴 탓인지 나는 항상 공동체생활에서 솔선수범을 해야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그 사이 내린 눈은 발목을 덮을 만큼 수북이 쌓였고 아직도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하이얀 눈밭, 그리고 펑펑 내리는 눈, 그 속에 서 있는 나...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 눈들이 얼어붙으면 빙판으로 변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민들은 무척이나 힘들겠지...
그 사이 주민들은 하나 둘 빗자루와 삽을 들고 눈을 치우기 시작했고 나도 삽을 들었다.
빗자루로 눈을 치우기엔 눈이 너무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희미한 가로등, 그리고 새하얀 눈밭, 눈을 치우는 주민들...
엄마 아빠를 따라나온 아이들은 눈 장난에 빠져들었고...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든 흐릿한 상황이지만 너도 나도 열심히 눈을 치웠다.
아파트 반상회를 가보면 나오는 사람은 경로당 노인들이 전부라 할 정도로 젊은이들은 보기 힘들다.
그런데 어젯밤은 노인들이 아닌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 열심히 눈을 치우는 모습을 봤다.
평소엔 아는체도 하지 않고 담을 쌓고 살아가던 아파트 주민들...
하지만 어젯밤은 모처럼 주민들이 하나가 돼 눈을 치우는 모습이 왜 그리도 흐뭇해 보이던지...
아침에 베란다를 통해 밖을 내다 보니 눈을 치운 자욱들이 전쟁터처럼 아수라장이다.
차바퀴로 눌린 자국, 사람들의 발자국, 눈이 덜 썰린 곳과 시커멓게 드러난 아스팔트가 흉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으로 인해 모처럼 주민들이 합심했던 어젯밤의 눈소동은 그렇게 편안하고 즐거울 수 없었다.
첫댓글 동네가..
눈소동이 있었네요
세상이 꽁꽁 얼어 붙었네요
거기도 많이 왔군요
여기도 겁나게 왔네요
그래도
한마음
한뜻으로
단합하여 눈을 치우는 모습
역시 힘들땐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함이
살아있다니깐요
오랜만에 펑펑 내린 눈에
저는 무척 즐거웠습니다만
누군가는 무척 힘든 밤이었겠네요
아파트 같은 곳에서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눈을 치우셨다니
제마음 역시 편안해지네요
요즘 갑질하는
아파트도 많다고 하는데
간장막야 선생님이 계시는 곳은
명품주민들이 사는 명품아파트인가 봅니다
한밤중에 주민들이 합심해서
눈을 치우는 장면이 연상 됩니다.
자동차로 뭉개면 눈이 단단해져서
얼어버리면 겨울내 빙판이 되여
아주 불편 했습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젊은이들이
나와서 함께 눈은 치웠다니 하니
더욱 보기가 좋습니다.
눈 치우느라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