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난생 처음 바이어 접대라는 것을 받아 보았습니다. 속되게 이야기하는 화끈한 접대말예요..요새는 변호사고 공인회계사고 절대 인원수가 많아지다 보니 이 산업에서도 바이어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치열한 가 봅니다. 특히 돈 많은 회사를 하나 물주로 잡으면 많은 이익이 확보되기 때문에 이 쪽 산업에서의 회사 담당자에 대한 로비는 장난 아닙니다. 어제 회계 사무실의 CPA 에게 접대를 받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부사장님에게 그 쪽 회계법인에에 유리한 보고를 하다가 우리가 왜 그래야만 하는지 역질문을 받았습니다. 답변을 준비하다 보니 제가 다소 감정적으로 그 쪽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이유는 어제 제가 그렇게 잘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그 대접을 갚으려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대접을 잘 받았는데 도움을 못 주면 어떡하나..하는 선량한(?) 마음씨였던 것입니다.
접대와 뇌물 문화는 아무리 해도 없어지지 않는 고질적인 악폐입니다. 그러나 단번에 근절시키지 못하는 것이 단순한 감사 표시, 예의 와 부패의 범주에 들어가는 접대와 뇌물의 구분이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는 대가성이냐 아니냐를 그 기준으로 하지만 그 기준도 애매하기 짝이 없습니다. 모든 선물과 호의에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면 그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호의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 호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질 때 사람들은 더 이상 남에 대한 배려와 호의를 실천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줄줄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호의를 베푸는 것에 대해 인색한 사회가 되면 그 사회의 사회적 자본은 고갈되어 황폐하고 비생산적인 사회가 됩니다. 그러니 대가를 바라고 호의를 베푸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 호의와 바라는 대가의 정도가 문제일 뿐이지요. 하지만 그 정도에 대한 명확한 선이 없습니다.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차별적인 호의를 베푸는 것을 호의주의라 합니다. (favoritism). 그 상대 역시 그 사람에 대해 호의주의로 보답을 하죠. 호의주의로 연대된 집단은 파벌을 형성하게 됩니다. 파벌에 끼면 구성원으로 부터 보호를 받고 도움을 얻습니다. 굉장히 큰 힘이 되죠.
제가 우리 회사의 일을 하면서 저 역시 그 시스템을 너무나 잘 이용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 밑의 새로 온 과장이 와서 놀라더군요. 공제조합의 서류가 자기 원래 있던 회사의 서류에 비해 턱 없이 적게 화일링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더군요. 제가 공제조합의 담당자와 친한 이유로 그 담당자가 봐줘서 서류를 그만큼 적게 준비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저도 잘 모르는 사이에 특혜를 보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다른 회사 직원들이 어렵게 하는 일을 아주 쉽게 했던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그 조합에 뭐 준 적은 없지만 그 조합의 담당자와 친하게 지냈거든요. 조합의 담당자가 과중한 업무에 치이고 게다가 회계에 대한 지식이 약한 저를 많이 봐 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회계사와 arrange 를 하면서도 우리의 업무에 기름칠을 해 주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회사의 대외부서 일 역시 인간의 일이라 담당자끼리 알고 친해지는 것은 결정적입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문화에 적응해 회사의 입지를 굳히는 제 자신을 보며 놀랍네요.
저를 그 쪽의 담당자들이 챙겨 주는 것은 제 업라인 이사님과 그 쪽 업라인 이사님이 절친한 것이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부패라고 할만한 것은 전혀 없으나 이러한 favoritism 과 부패와는 백짓장 하나 차이라는 것을 전 잘 알죠.
참고로 저희 회사는 하도 고지식해서 (몰몬교도들이 주인입니다) 접대비 술값 인정이 안됩니다. 술 마시는 것 자체가 죄악이니 인정이 될 리가 없죠. 주무 관청의 second man 의 초상이 났는데 회사돈으로 부조를 못했습니다. 경비 처리가 안되어서요. 그런 안 받혀주는 회사 환경에서 호의주의를 이용해 대외 기관에 인적인 유대를 구축하는 제 자신이 놀랍네요.
첫댓글 ...우리 속담에도 그런게 있죠...귀신도 먹은게 있으면 피해간다.....
정말 고질병이라 하지만 우리 사회문화에 만연하고 어쩔땐 당연시 되고있는 것중에 하나죠. 정말 없어져야 할것이지만 .. 약자로서는 살아남기위한 몸부림이기도한것같습니다. 저는 몇일전 거래처분 접대해드렸는데. .. 잘 봐달라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