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ㆍ아프리카 사람도 ‘씨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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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민속경기 씨름. 전세계적으로 씨름과 유사한 정통경기들이 많다. |
넓게 보면 씨름은 원시시대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발달한 운동이다.
따라서 세계 도처에 우리 씨름과 유사한 민속 경기를 가진 나라가 많다.
일본의 씨름인 스모(Sumo)에 대한 문헌상 최초의 기록은 642년 백제의 사신을 접대하기 위하여 궁정의 호위병들 간에 스모를 시켰다는 내용이 일본 ‘서기’에 나타나 있다. 스모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여러가지 의식이 행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소금을 시합장에 뿌리는 것은 화(禍)와 악령을 없애기 위함이다.
또한 선수들이 손뼉을 치고 팔을 벌리며 다리를 들어올렸다 내리는 등의 동작을 하는데 손뼉을 치는 이유는 신에게 감사하는 뜻이며, 다리를 들어 땅을
밟는 이유는 사악한 귀신을 밟아 쫓아내어 대지를 잠재우고 정신을 가다듬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상을 받을 때 중간, 왼쪽, 오른쪽 순서로 손을 긋는 동작은 승리의 3신에게 감사를 하는 의미이다.
현재의 스모는 체급 제한이 없이 실시하는 무체급 경기이나 승률에 따라 10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 1등급에서 6등급까지를 1군(세키도리)이라 하는데
1군이 되면 많은 특권을 누리며 TV로 중계하는 15일 간의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몽골선 13세기에 씨름 유행
몽골에서는 13세기 칭기즈칸 시대에 브흐(Buh)라는 씨름이 이미 널리
보급되어 국가적인 행사인 제전으로부터 작은 부락의 축제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이 씨름대회가 열린다. 1921년 인민혁명 이후 이 날을 기념하는 민속 축제인 나아담(Naadam)은 가장 큰 대회이다.
복장은 소매가 달린 조끼와 짧은 반바지를 입고 가죽 반장화를 신는다. 시합을 하러 들어 올 때는 모자를 쓰고 매가 나는 모습처럼 팔을 저으며 춤을 추는데 이것은 하늘을 존경하는 표시라고 한다. 일정한 형태의 경기장이 없이
초원이나 맨땅 혹은 체육관에서 경기를 가지며 제한 시간 없이 단판승으로
하고 체중에 따른 구분도 없다. 상대를 넘어뜨려서 팔꿈치와 무릎 사이의 어떤 부위라도 땅에 닿게 하면 승부가 결정된다.
●러시아 씨름은 유도와 비슷
러시아인들은 다양한 방식의 씨름들 중에서 자기 방어에 필요한 기술들을 연구해서 1939년 삼보라는 경기를 만들었다. 삼보는 러시아말로
‘무기없는 자기 방어’를 줄인 말이다. 삼보 선수들은 벨트를 매는 유도복과 같은 상의와 짧은 바지를 입는다. 상대편 선수를 땅바닥에 누르고 있거나
아니면 땅바닥으로 던졌을 때는 점수를 얻는다. 프리 스타일 레슬링에서 전통적으로 러시아가 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년전 삼보 세계대회에 LG씨름단 이기수 선수 등이 참가한 적도 있다.
●레슬링 같은 터키 씨름
터키에는 카라쿠자크(Kara Kucak)와 야울귀레시(Yagli Gures)라는
두가지 고유한 씨름이 있다. 카라쿠자크가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두 가지 모두 결혼식 피로연이나 축제일에 행해지고 있다.
카라쿠자크는 ‘강한 근육을 가진 자가 이긴다’는 뜻이며 판정과 반칙에
있어서 프리 스타일 레슬링과 유사한 점이 많다. 야울귀레시는 ‘오일 레슬링’이라는 뜻이 말해주듯 선수들은 서로의 몸을 잡을 수 없도록 온몸에 올리브 기름을 바르고 경기를 한다. 상의는 입지 않고 짧은 가죽 바지를 입으며
특별한 매트가 없이 평지의 풀밭에서 경기를 한다.
레슬링 경기 규칙과 같이 한 선수의 두 어깨가 바닥에 닿았을 때 승부가 결정된다. 어느 한 명도 바닥에 어깨가 닿지 않을 때는 여러 시간 계속하기도
하며 만약 지치지 않거나 시합을 포기하지 않으면 다음날로 경기가 연장된다. 이란에도 고시더라는 고유의 민속 씨름 경기가 있다고 한다.
●씨름은 스위스 최고의 민속놀이
알프 레슬링(Alp wrestling)이라고도 불리는 스위스 씨름의 명칭은 슈빙겐(Das Schwingen)이다. 스위스의 씨름은 스위스 민속놀이 가운데
첫 번째로 꼽힌다. 특히 고지 산악지방과 에메강 협곡, 엔틀레부흐 지방들에서 수세기 전부터 행해졌으며 특출하고 전설적인 선수들은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스위스의 씨름이 산간 지방에서 성행하게 된 이유는 산에 있던 목동들이 외로울 때 서로의 힘을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합했기 때문이다.
복장은 긴바지에 소매가 짧은 윗옷을 입으며 운동화를 신는다. 그 위에 서로
맞잡을 수 있도록 우리의 샅바 같은 것이 달린 짧은 유니폼을 입게 되어
있다.
경기는 선 자세에서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허리 뒤 중앙의 천을 잡고 엎드린
자세로 시작한다. 경기장의 규격은 높이가 30cm이고 직경이 6m인 원형의
모래판이며 우승자에게는 우리 나라와 같이 황소를 상으로 주는 풍습이
있다.
●아이슬란드선 가죽띠 두르고 경기
아이슬란드의 씨름은 두 가지의 유형으로 나뉘어져 있다. 상대를 살상하기 위한 씨름인 팽(Fang)과 오락으로 즐기는 글리마(Glima)가 있다.
아이슬란드는 기후가 찬 까닭에 차가워진 몸을 덥게 할 목적으로 씨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해안에서, 양을 치는 사람들은
초원에서 씨름으로 몸을 단련하고 추위를 극복하곤 했다.
글리마는 놀이나 오락을 위해 했기 때문에 특별한 경기 복장이 없이 평범한
옷을 입고 경기를 했다. 그렇게 진행되어 오던 것이 1905년에 이르러서는 넓적다리를 두르는 가죽 혁대를 만들게 됐고, 이때부터 옷 대신 가죽띠를 잡고
경기를 치렀다. 경기자의 팔꿈치나 무릎 이상이 몸의 일부분과 함께 지면에
닿으면 지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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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씨름인 루차카나리아(좌)와 아프리카 세네갈의 씨름 장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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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경기서 발전한 스페인 씨름
스페인의 씨름은 루차카나리아(Lucha Canaria)라고 하는데 스페인령인 카나리아 제도의 원주민 민속경기가 대중화된 스포츠로 발전된 것이다. 경기는 직경 15m의 원형 경기장에서 가지는데 실내에서는 매트나 모래 위에서, 야외에서는 모래나 조금 딱딱한 땅에서도 한다.
복장은 질기고 튼튼한 셔츠에 짧은 반바지를 입으며 반바지의 끝은 여러 번
말아 올린다. 왼손으로 상대방의 말아 올려진 반바지 끝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바지의 왼쪽 허리 부분을 잡든지 혹은 셔츠를 잡아도 된다. 경기장 밖으로
밀려 나가거나 경기하다가 자연스럽게 나가더라도 무효가 된다. 경기 시간은 2분 간이며 단판제나 3판 2승제를 한다.
●남미선 씨름 이겨야 결혼 허락
남미의 씨름은 아마존 유역에 거주하고 있는 원시 부족에서 볼 수 있다. 인디오로 불리는 이들에게 씨름은 생존 수단이다. 먹이를 얻기 위해
짐승과 싸운다든지 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씨름을 했다.
씨름 경기는 마을의 중앙 광장에서 거행되며 엎드린 자세로 서로 대치하다가 맞붙는 것으로 시작된다. 서로 밀고 당기다가 상체 부분이 먼저 지면에 닿는다거나 시종 우세하게 경기를 치르면 이기는 것으로 한다. 인디오들에게
있어서 씨름은 남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의 하나이며, 그들 특유의
방법으로 거행된 시합에서 이겨야만 성인으로 인정받아 결혼할 수가
있다.
●세네갈선 쓰러질 때까지 계속
아프리카의 서쪽 세네갈에는 씨름과 관련된 전설이 남아 있는 핑크색 물의
핑크호수가 있다. 2000년 전 대지의 신과 바다의 신은 씨름을 했고 대지의 신이 이겨 커다란 물의 은혜와 소금의 은혜가 사람들에게 주어졌다는 전설이다. 대개 씨름은 수확제 때 마을과 마을의 대항전으로 행해진다.
세네갈 씨름은 준비자세 없이 상대와의 거리를 재면서 서로 뛰어든다. 씨름판이 없으므로 떠밀려 나가 지는 일은 없다. 넘어뜨리거나 던지기 등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릴 때까지 싸운다.
이 외에도 많은 국가에서 씨름과 유사한 투기(鬪技) 형태의 전통 경기를 가지고 있다.
넘어지면 패자가 되는 룰은 한국, 일본, 몽골 등지에서 비슷하지만 우리의 씨름과 가장 유사한 점이 많은 씨름의 종류는 스위스의 슈빙겐,
아이슬란드의 글리마, 스페인의 루차카나리아이다. 당장 교환경기를
치르더라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비슷한 자세로 시작하고 기술도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
(박승한 영남대 체육학과 교수ㆍ한국씨름연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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