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재난관리시스템 통합으로 장마 피해 줄여야
장마철 잦은 인명 피해 일으키는 산사태
태양광 개발, 벌목 확대 파장 대비 필요
인재 피하려면 각 부처 업무부터 조율해야
올해 장마는 이달 초부터 시작되는데 폭우가 잦을 것이라 한다. 폭우로 야기되는 산사태는 인명 피해가 잦은 대표적인 재해의 하나로 꼽힌다. 2020년 폭우로 사망한 42명 중 절반이 넘는 23명이 산사태의 희생자였다.
일반적으로 산사태는 천재지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산사태 종류는 자연적인 산사태와 인위적인 산사태로 나눌 수 있다. 인위적인 산사태는 도로와 택지의 절개지와 옹벽 석축, 과수원, 태양광과 풍력발전 건설 등 행위로 촉발된 것이다. 산을 건드리면 토질과 암석이 약해지고 물길이 바뀌므로 보강과 배수시설을 제대로 해야 한다.
폭우에 따른 산사태는 산의 윗부분부터 아랫부분까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산의 위쪽은 산림청, 산중턱 도로는 국토교통부, 산의 하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가 각각 관리한다. 산 상부에서 하부까지 소관 부처가 다르다 보니 서로 자기 관할만 신경을 쓰고 서로 미치게 될 종합적인 영향은 고려하지 못한다. 개별적 인허가를 통해 개발이 이뤄지다 보니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을 알리기 위해 제작하는 산사태위험지도는 자연 지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지형 경사가 가파르면 위험하고 완만하면 안전하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산림청은 또 산사태 취약지역 2만6000여 곳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이 역시 주로 자연적 산사태 위험을 근거로 한 것이다. 폭우 시 자연적 산사태만 염두에 두고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해 주민에게 대비하라고 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인명 피해가 난 곳들의 상당수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건드린 곳 주변이라는 게 특징이다. 산사태 인명 피해가 많았던 2011년과 2020년 사례를 보면 인위적 산사태의 위험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1년 필자는 현장조사를 통해 쓴 학술논문에서 산사태로 인명 피해와 교통 두절 및 재산 피해가 큰 10곳 중 8곳이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 산사태가 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16명의 인명 피해를 낸 서울 우면산 산사태는 인근 상부 도로 주변에서 주로 시작됐다. 15명의 인명 피해를 낸 강원 춘천 마적산 산사태는 인근 산책로와 텃밭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행안부의 피해 원인 실태 결과에 따르면 같은 해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산사태 12곳 중 9곳이 인근 지역에서 산지 내 개발이 진행된 곳이었다.
특히 근래에 걱정되는 것은 산지의 광범위한 태양광 발전시설이다. 전력 생산을 주 목적으로 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부지 조성이 필요한데, 이때 나무를 없애고 중장비로 지표면 토사를 교란시키게 된다. 이 경우 지형과 지질 특성에 맞는 보강 및 배수시설을 제대로 해야 하지만 부지 조성은 보조 공사이므로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폭우에 태양광이 없는 주변 산들에 비해 태양광 부지 내 산사태가 더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태양광 부지 하부의 주택을 보호하기 위해선 산 쪽으로 2m 높이의 철근콘크리트 보호벽을 만들거나 폭우 시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한다.
현재 전국 산지 도처에서 진행되는 ‘모두베기’ 벌목과 어린나무 심기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 벌목과 어린나무 심기를 했던 충북 청주의 두 지역에서도 2017년 산사태가 발생해 각각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안타까운 사실은 피해를 본 한 곳은 산 아래쪽 거주 주민이 벌목을 하지 말아달라고 위쪽 산주에게 요구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는 거다. 이 두 곳 모두 산림청 산사태취약지역과 산사태위험지도 위험지역에서 다 제외됐다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붕괴 이후 산림청 원인조사 보고서에서도 폭우와 복잡한 지형 및 지질이 원인이었다고만 지적했을 뿐 벌목과 어린나무 심기의 영향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매년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난 곳을 보면 앞서 정부가 예측한 곳과 대부분 다른 곳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 예측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사점이다. 인위적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계속되는데도 산지에서의 인위적인 개발행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부처 간 혼선으로 통합 관리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산림청이 국가 산사태 주관 기관이라지만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를 올해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인위적으로 개발된 산 상부 지역의 위험 가능성을 제대로 알려 폭우 시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각 부처 산사태 업무를 통합해 국무총리 산하 산사태재난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 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