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어른들 따라 지게를 만들어 달라고 하여 지겟꾼이 되었다.
뒷산에 (땔감)나무하러 갈 때는 물론이고 나락이나 보리를 베어 말린 후 타작마당까지 지게에 져다 날라야 했다.
조금 커서는 소를 먹이기 위해서는 꼴을 베어야 했으므로 지게 위에 바지게도 맞추어 얹었다.
나무 하러 다닐 적엔 여름철엔 주로 풀이나 싸릿대 굴밤나무 등 주로 활엽수를 낫으로 베었지만
겨울철에는 꽁꽁 얼어붙은 청솔가지를 베거나 톱으로 베고난 그루터기 깨뚱구리를 파서 지고 오기도 하고
소나무 잎이 말라서 떨어진 낙엽인 깔비를 깔꾸리로 긁어 모아 제일 아래엔 청솔가지 두어 가지를 펴고 그 위에 깔비를 차곡차곡 얹어 새끼줄로 묶어 지고 왔다.
산에는 대부분이 소나무였다. 봄에는 소나무에 물이 오를 때 송구를 꺾어 낫으로 껍질을 벗기고 속피를 하모니커 불듯이 이빨로 갉아 먹었다. 하얀 무명배 같은 껍질도 향긋한 송진 냄새가 나면서도 씹으면 달달한 단물이 우러났다.
다 빨아 먹고난 송구 막대기는 팔매질을 하여 계곡 아래로 멀리 던지면 헬리콥터처럼 공중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멀리 멀리 날아가기도 했다. 소나무는 대부분이 해가 갈수록 키가 쑥쑥 컸다. 오래된 아름드리 나무는 집을 짓는 재목으로 쓰여졌다.
곧게 자라지 못한 휘어진 나무는 차음부터 땔감으로 제거되었다. 산에 가면 간혹 소나무가 곧게 자라지 않고 옆으로 가지가 번진 경우도 있었다. 보기에도 좋아 정원수로 옮겨다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골에서 정원을 남겨둘만 한 터도 없었거니와 소나무는 옮겨심는 기술이 없으면 말라 죽기 때문에 파다 심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어제 법기 수원지 못둑에 올라가니 오래된 반송이 서너 그루 눈에 띄었다. 어릴 때 보았던 예쁜 소나무와 닮았다.
나이가 150년쯤 된다고 했던가? 그 중에 한 그루는 아마도 재선충에 감염된듯 가지가 말라 들어가고 있었다.
등산로 주변에 있는 소나무들도 재선충에 감염이 된듯 가지가 발갛게 말라 들어가고 있었다.
외국에서 원목 수입할 때 따라 들어온 재선충이 부산에서 시작하여 전국토 소나무를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