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민, 가족 24-14, 잘 먹을게 해민아(어버이날 감사)
해민이와 이른 하교를 하고 어버이날을 기념해 본가에 감사 인사드리러 간다. 사전에 어머니와 의논하고, 담임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전날 함께 준비한 카네이션과 케이크를 챙겨서 부모님 댁으로 향하는 길. 더 자주 마주하고픈 풍경을 지나 집에 도착했다.
마침 어머니가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오셨다. 5월은 사과농장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로, 더구나 놉 일꾼도 두지 않으시고 두 분이 가꾸다보니 더욱 바쁘게 보내신다. 어머니가 반가이 맞아주셨지만 한편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기꺼이 나서신 듯했다.
무슨 정신인지 준비한 것들을 깜빡 두고 내려 다시 차에 간 사이 해민이는 어머니와 그네를 탄다. 잠시나마 깜빡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 건 비밀이었다. 어머니와 해민이의 안내로 오랜만에 해민이네 집 현관을 마주한다.
곧바로 어머니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어주신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해민이에게 정식으로 어버이날 감사 인사를 드리자고 제안하는 순간, 어머니가 만류하신다. 어버이날을 구실로 이렇게 얼굴 보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족하다고 하신다. 그 이상으로 너무 애써 표현하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민이와 더 자주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일상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 사이에서 어머니도 적잖은 고민을 하시는 듯했다. 지금은 특히 마음과는 다르게 거절해야 할 때가 많은데, 되레 너무 감사를 표하려고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어버이날을 앞두고 외식을 제안했을 때뿐만 아니라, 함께 옷 쇼핑하기, 증명사진 촬영하러 가기 등을 부탁드렸을 때, 그를 나에게 부탁하는 마음도 어떠하셨을지 조금 더 어머니 마음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 마음을 짐작하며 오늘은 어머니와 해민이만의 시간으로 채워지길 바라며 더욱 존재를 숨기려 애썼다. 고요할 때는 고요한 대로, 두 사람만의 시간으로, 어머니는 당신은 드시지 않고 해민이에게 케이크를 권한다. 챙겨온 것 대신 직접 포크를 내어오셔서 해민이가 케이크를 먹도록 돕는다.
“해민이랑 선생님이 맛있는 케이크 사온 덕분에 잘 먹겠네.”
얼마쯤 흘렀을 때, 전화벨이 울리고 어머니가 곧 간다고 대답하신다. 그만 자리를 비켜야 할 때인 것 같다. 케이크를 상자에 넣는데, 해민이가 아쉬워 보인다.
“더 먹고 싶어?”
어머니가 닫힌 상자를 열고 다시 케이크를 꺼내신다. 급한 마음 뒤로 하고 한 번 더 챙기는 것,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라면 어땠을까. 집에 들어와서 속옷(기저귀)을 갈아입을 때도 그랬다.
“역시 어머니 손길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 마음, 어머니 손길…. 감사를 표해야 할 어버이날에 다시 어머니 자리를 실감한다.
“안 바쁠 때 놀러와.” 어머니가 재차 말씀하신다.
“해민아, 케이크 잘 먹을게.” 어머니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신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오히려 자주 왕래하고 소식하기에 ‘특별한 날을 평범하게’ 보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평범한 날을 특별하게’ 보내는 것도 좋겠지만, 오늘은 특히 ‘특별한 날을 평범하게’ 보내는 것이 좋을 수 있음을 알았다.
2024년 5월 8일 수요일, 서무결
시간 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 돌아서는 급한 발걸음에도 아들 살피는 어머니, 그 은혜로 지금까지 양해민 군이 잘 컸습니다.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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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돕고 싶은 서무결 선생님의 마음을 누구보다 어머니가 잘 알거라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반응이 어떻든 사회사업가로서 해민 군과 가족들이 잘 지내게 돕는 서무결 선생님의 실천이 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