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첫날 오전이다.
어제 저녁의 롯데 호텔 뷔페의 과식도, 늦었지만 소화시킬겸 동네 산책을 나선다.

전에는 우리 아파트에서 나의 애들이 나온 서이초등학교를 저기 보이는 건너편 교문을 통하여 곧장 들어갈 수가 있었으나
별별 흉측한 일들이 학교 내에서 일어나다 보니까 휴일날은 그쪽 문을 닫아 놓아 돌아서 들어온다.
잘 깔린 붉은 색 우레탄 트랙을 따라 걷는다.
나무그늘에 초로의 여자 노인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외에는 학교는 텅텅비었다.

입학식을 하고나면 교훈을, 교실을 배정받고나면 급훈을 외우곤 했었지.

내가 나온 경북중고등학교도 입구에 교훈을 새긴 커다란 바윗돌이 서 있었다.
고등졸업 3년 후 서클 후배 졸업식에 간 사진.
둘째줄 왼쪽으로 두번째가 나.
그리고 배경으로 돌에 쓰인 교훈은 '아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행하는 사람' 이다.

운동장을 따라 돌다보니까 이런게 걸려있는데 아마 애들이 두고 간걸 걸어 놓은 모양.
물건 귀한 걸 모르는 세태 탓인가?

잘보면 달려있는 수세미가 보인다.
수세미 줄기를 잘라 물을 받으면 세안수가 되고
수세미는 삶아서 껍질을 베껴내고 씨를 뽑아 내면 그대로 수세미로 쓰이고.

조롱박도 보인다.

조롱박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만들어 놓은 연못에는 금붕어 몇마리가 헤엄치고 있구나.

여기도 돌에 교훈을 새겨 놓았다.

난장이 해바라기만 보다 오랜만에 보는 키큰 해바라기.
말린 씨를 까먹곤 했었지요.

신동아 아파트 6동 10층에 내가 산지 수십년이다.

서이초등학교를 걷고 나서 다시 늘 다니는 아파트옆 산책로로 걸어서 길마중 2교를 지나
경부고속도로 지하 토끼굴로 해서 고속도로 옆 길로 나왔다.

딱 노상 방뇨하기 좋은 곳에 붙은 현수막.
60년대 내가 살던 대구 공업단지에는 이런 비싼 현수막 대신.
무시무시한 가위 그림을 그려놓았거나 '염색해 뿌린다'
이게 훨씬 직설적이고 위협적인 문구가 아닌가?
공연음란죄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급하면 범칙금 오만원내고 소변 볼수도 있겠다.

길을 다니는 차들은 규정속도를 지키지 않고 생생 달린다.
자기는 신호등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놈들이 남들을, 세월호 사고를 비난할 수가 있을까요?

산책로에서 서초성당 올라오는 길은 저 가운데이다.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른다.

서초 성당 본당

건물 꼭대기마다 세워져 있는 닭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제관 앞에는 향기좋은 감국이 심겨져 있다.

성당 옆의 우리 농산물가게.

아직 커피집 문을 열지 않았네.

걷는 김에 서울 교육대학까지 걸어가자.

운동장도 한가롭다.

이 근사한 나무는 느티나무, 단풍이 아름답다.

언제는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들기가 이제는 수난이다.

이 나무 뿌리도 느티나무이다.

여기는 주목의 곁가지들을 모두 잘라버렸다.

문이 열린 전에 소개한 '시다모' 커피집을 들어가니 아가씨가 아는 체 인사를 한다.
맛있는 커피 한잔을 부탁하니
에추천하는 커피는 에티오피아 모카 예가체프.

들들들 커피 가는 소릴 들으며 한참을 기다려 정성스레이 빚어주는 한잔의 커피

집에 전화를 건다.
'나 지금 시다모에서 커피마시고 있어'
나는 언제나 처에게 누구와 만나고 어디에서 무얼하고 귀가시간을 밝힌다.
살다보면 이게 아주 편하다.
첫댓글 고등학교 졸업후 후배들을 찾아갔으면,선망의 대상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후배들 밥사주고 술사주고 하다가 이제는 슬슬 찾아먹고 있지요.
무성영화시절의 유명여배우였던 Mae West 는 '여인들이여 남편의 설명할 수 없는 외출시간이 있거든 절대 묻지 말지어다. 그것이 정당한 시간이었다면 좋고 설령 불법인 듯 보이더라도 묻지 말라, 그것은 너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남자가 외도하는 것은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비둘기가 유해동물이라는 데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는 아카시아 나무가 유해하다고 베어내더니 이제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비둘기를 유해동물이라 더욱 그 문자가 교육의 현장인 서울교대 교정에 있다는 말이 울분을 금할수가 없다. 비둘기는 '전서구'라 하여 옛부터 문서통신으로 인류역사에 기여한 바가 막대하며 요즘 철없는
아이들이 길거리에 버리고 간 음식물 찌거기들은 그들이 다 먹으므로 '거리의 청소부'라는 별명도 있는데 먹이를 주지 말라니 언제 그들이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으며 살아왔는가? 하늘이 창조한 것은 무엇을 막론하고 자연생턔게에 이유가 잇어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물며 지렁이도 땅굴을 파 나무 뿌리에 산소를 공급하고 그들의 배설물은 토양에 양분을 공급하고 있다. 비둘기 똥이 떨어여 학장의 차에 부식이 좀 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새의 배설물도 잘만 사용하면 최고의 비료가 되는 줄도 모르는가? 한심하다.
까치가 울면 좋은 손님이 찾아온다고, 까치가 좋은 새라고 하더니, 지금은 과일 퍼먹는 유해 조류로 분류되었을 겁니다. 인간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