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시위에 관하여 여러 커뮤니티를 보며 글을 보고 있는데
잘했다, 용기있다, 팬심을 보여줘야 한다 라는 글도 있는 반면
과하다, 쓸데없다, 열심히 일하는 구단직원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라는 반응도 보이는 거 같더라고요.
사람마다 생각은 다 다르니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전부 인정해야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려 120여 만원이나 모금하여 트럭 시위가 진행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되돌아 보기로 했습니다.
1. 우승을 했음에도 줄어든 샐러리캡 소진율
(90.20% -> 79.05%)
우승 후 이재도 선수를 놓친 KGC인삼공사는 보상금 6억원을 챙겼습니다.
이 6억원은 선수단의 우승 보너스로 요긴하게 쓰였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선수들의 연봉인상률은 어떨까요?
변준형 : 1억2천만원 -> 2억2천만원
문성곤 : 2억4천만원 -> 2억8천만원
전성현 : 1억5천만원 -> 2억8천만원
양희종 : 3억6천만원 -> 2억원
오세근 : 5억원 -> 4억7천만원
우승에 크게 일조한 선수들이지만 예상보다 크게 대우받지는 못합니다.
그것도 샐러리캡 79% 밖에 소진이 안되었기에 분명히 더 좋은 대우가 가능했음에도 말이죠.
이쯤에서 사실 불만이 터져야 정상이지만
그래도 팬들은 참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스폰서 구단이 되었기에 구단의 긴축 재정을 어느정도 이해해야 한다는 점
둘째, 이재도의 대체 자원으로 박지훈이 있고 가드자원은 드래프트에서 구하기 쉽다는 점
셋째, 지금 돈을 아껴서 내부FA 단속만 잘하면 코어는 지킬수 있다는 점
넷째, 그래도 외국인선수는 샐캡 꽉채워서 영입한다는 점
이러한 점들로 구단의 입장을 이해하는 팬이 많았고 다 미래를 계획하고 있구나 라고 어림짐작을 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2. 김승기 + 전성현 동반 이탈로 드러난 단장의 삽질
이전까지 단장이 쓰레기다, 돌아이다 말들은 많았지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성적이 좋았거든요.
2년 연속 파이널 진출을 하며 KGC인삼공사 팬들의 눈은 한없이 높아졌습니다. 팬들도 김승기 감독도 아마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전력 보강 없이 현상 유지만 해도 이 팀은 내년에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
우리의 승부욕이 강한 남자 김승기 감독이 안양에 남고 싶어요 남고 싶어요 안양은 내 고향이에요 노래를 부른 것도 굳이 기반이 잘 갖춰진 팀을 떠나기 싫었기 때문이죠. 인터뷰에서 항상 했던 말이 접전시에 작전타임을 제외한 경기중에 감독이 할 게 없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하신 분이니 말안해도 몸이 알아서 감독의 생각대로 척척 움직이는 선수들이 얼마나 이뻤겠습니까. 감독의 업적에 기반이 되었던 선수들인데 정말 떠나기 싫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승부욕이 강한 남자보다 더 대단하신 대쪽같은 단장님은 스포츠단 감독 계약 가이드라인 2년을 끝까지 고수하셨고 결국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한다고 김승기는 결국 경기 남부 안양에서 경기 북부 고양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연쇄 폭탄으로 터집니다.
바로 전성현까지 데려간 거죠. 전성현 역시 안양에 남고 싶어요 남고 싶어요 노래를 불렀으나 우리의 대쪽같은 단장님은 2년 계약 가이드라인으로 계속 감독 저울질만 하다가 시간 허비하고 전성현에게 너무 늦게 접근하였습니다. 그 사이 혼자 떠나게 되어 몹시 불안(?)한 김승기는 전성현에게 하루에 한 번 와이프(?)처럼 전화를 걸어 동행을 제안했고 결국 그 후에 늦게나마 KGC인삼공사와 만나서 그들의 조건을 확인한 전성현은 뒤도 안돌아보고(!)
김승기 감독을 따라 고양으로 떠납니다. 즉 이 지점이 KGC인삼공사 구단과 팬들의 신뢰가 깨지는 순간인 것이죠.
비용절감을 위해 그동안 단장이 해왔던 사인볼 제조 안함, 관중들에게 뿌리는 PO 특별티셔츠 제작 안함, 원정 이동비용 절감, 까다로운 인센티브 조건, 감독 2년 계약 가이드라인 등 이런 비용절감을 이해할 수 있는 선제 조건이
우승 전력 유지였는데 김승기-전성현의 동반 이탈은 그간 저질렀던 수많은 비상식적인 행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입니다.
3. 절박할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 : 문성곤, 오세근
팀 시스템의 중심이었던 김승기 감독은 결국 떠나게 되었고 전성현까지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문성곤과 오세근이라는 KGC인삼공사의 가장 중요한 코어가 FA로 풀립니다. 팬들의 불안심리는 당연히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대로 계속 가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결국 단장이 교체되었지만 트럭시위는 진행되었고 팬들의 입장을 알리는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제껏 보여준 구단의 기조가 있기에 팬들은 여전히 불안한 게 당연합니다.
문성곤과 오세근의 잔류의 선결 과제는 당연히 김상식 신임 감독의 역량입니다. 새로운 감독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에 따라 선수들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 다음은 그동안 진행되어온 까다로운 인센티브를 완화해야 되는 겁니다. 이런 부분에서 구단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될 겁니다.
결국 시위에는 미래에 더 나빠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팬들의 의지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독도 선수도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는 것처럼 떠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팬은 떠날 수 있을까요? 물론 연고지이전이나 다른 특수한 경우에 따라 떠나는 게 가능하지만 제 경험상 팬심은 연어처럼 되돌아옵니다. 팬은 한번 정붙인 팀, 정붙인 스포츠를 쉽게 버리기 힘들어요.
결국 보기에 따라 "쯧쯧, 뭐 저런 데 돈을 낭비해?" "운영해주는 거도 감사히 여겨야지" "안양 소도시 안떠나는 거 고맙게 여겨라"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음에도 시위를 강행한 것에는
팬심은 끝까지 간다는 원초적인 논리에 기반한 것이고 팬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바탕에는 미래에 대한 절박함이 있고요.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을 말해보자면
첫째, 모기업이 구단주와 단장 교체 후 뭔가 바뀌려는 조짐이라도 보인다는 점
둘째, 문성곤과 오세근은 결혼에서 둘 다 안양의 좋은 아파트에 이미 정착했기에 이 점이 잔류협상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
셋째, 캡틴 양희종이 라커룸리더로라도 뒤숭숭한 팀 분위기는 잡아줄 거라는 점
넷째, 어쨌든 우동현, 박재한 같은 꼬꼬마 가드를 내보내고 어느정도 신장이 되는 선수들로 로스터보강을 했다는 점
이런 점을 희망적인 부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향후 KGC인삼공사의 운명은.....
이 분에게 모든 게 달렸습니다.
다가오는 시즌 이 분이 전임 감독보다 꿇릴 게 없다는 걸 보여줘야
감독을 교체한 게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 납득이 될 거니까요.
다가오는 시즌에 제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2년 연속 파이널 진출한 감독의 후임으로서 과연 선수단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시즌 개막하려면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이 분 생각만 하면 벌써 긴장되고 떨립니다.
다가오는 시즌에 카페지분율을 얼마나 잡아먹게 될지...
마지막으로 KGC인삼공사가 사랑하는 광고모델인 박은빈 님의 명대사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KGC인삼공사의 광고모델도 팬도 똑같은 생각일테니 앞으로 달라지길!)
첫댓글 정성글은 언제나 강추입니다
진짜이건 그나마기자분들이 이야기해서 알려진이야기이지 이것보다더심한것도정말많습니다.
.안양은정말개혁해야하는건 단장도마찬가지겠지만 프런트실무진이정말개혁이필요할거같네요..
정성글 잘 읽었습니다.
프로농구 원년부터 팬이지만 초창기 대우제우스 시절 이후부터는 딱히 응원팀 없이
모든팀 농구를 다 보고 있습니다. 집이 과천이라 안양 경기를 자주 보러 가곤 하는데
팬들의 심정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것 같내요. 새로온 단장은 부디 정상적인 팀운영을 해주길 바라 봅니다.
정성글 잘 봤습니다.^^
같이 안양 응원해주시는 분들덕에 즐거웠습니다.
저는 오래된 올드팬이고 결혼 후에도 코로나 터지기 전까지 온가족이 시즌권 끊어가며 열렬히 응원했었는데 이번사태로 충격이 컸는지 정나미가 뚝 떨어져서 응원 못 하겠어요.
그리고 팬심이 떠나서 그런지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들어요.^^;
첫째. 팬들이 트럭시위까지 했음에도 별다른 입장표명이 없다.
둘째 현 기량이 유지된다면 문성곤 8억, 오세근6억은 줘야하는데 전성현 1명도 6억제시하고 놓쳤는데 한명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
셋째 감독풀에 추일승, 문경은 등 검증된 인재들이 있었는데도 프로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는 김상식감독을 바로 선임.
넷째 주축선수 내보내고 현금받고 안양에서 실패?해서 보낸 선수들을 다시 받았다.
젊은 한승희, 김경원 ,우동현보다 나아보이지 않아요.
카페 글만봐도 많이 떠나신듯... 전 연고지 이전하지않는이상은 응원은 계속할듯요 구단운영은 원래부터 맘에 안들었는데 선수들은 무슨죄인가 싶기도하고...
구단이 변하길 바라는수밖에요
시위 하기전에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컨텍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거 보면 농구 게시판 눈팅하고 있다는건데
시위 끝나니까 입싹 닫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같더군요 ㅎㅎ
여론 눈팅은 하지만 니들이 뭐?? 어쩔건데??하는 마인드로 팬들 무시하는 운영하니.. 변한게 없다고 보입니다.
정나미 떨어져요~ 홍삼은 이제 안사먹습니다 ㅋ
열심히 일하는 구단 직원들도 속으로 응원했을거 같아요;;;
문성곤은 절대 안잡는다고 봅니다.
아무리 돈안쓰는 인삼이라도 팀의 살아있는 역사인 오세근은 좋은 대우해줄텐데, 그러면 문성곤은 잡을 돈이.... 굵직한 외부fa 한번 잡아오는 일이 없는데, 전력 유지하자고 10억 넘게 추가지출을 할 리가 없는 팀이에요.
솔직히 내년에 문성곤도 떠날 거 같습니다. 팀 운영은 정말 프로구단이 아니라 아마팀 운영 수준이라 할 수 있죠.
양희종-오세근 에라 전체를 지켜본 팬들이라면 내년 오세근, 문성곤 재계약이 팬심의 마지노선이 될 것 같네요. 물론 연어처럼 결국 돌아오겠지만, 분명 한동안은 열정이 많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