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2000년 8월호에 실린 "동물병원 24시(원제: ANIMAL ER)"라는 글입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한 대학동물병원의 응급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에피소드별로 소개하는 글입니다. 제가 재미있게 읽은 글로써 여러분에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글이 길어서, 에피스드별로 8번에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언뜻 보면 일반 응급실과 다를 게 없다. 의사들은 경험이 많고 고도로 숙련되었으며 자상하다. 그러나 환자들은 아주 특이하다. 날거나 깡충깡충 뛰기도 하고 헤엄을 치거나 기어다니기도 한다. 미국 보스턴 외곽에 자리잡은 이 특별한 시설에서는 첨단기술과 동물을 사랑하는 인간의 열정이 어우러져 의학분야에서 놀라운 기적을 성취하고 있다.
터프트 대학교 수의과대학, 비키 크로크
(By Tufts University School of Veterinary Medicine with Vicki Croke)
개품평회를 기준으로 본다면 미스티는 아키타종(akita) 가운데 가장 우수한 놈은 아니다. 이 종은 곰 사냥을 하던 시절의 체질을 물려받아 아주 큰 몸집에 근육이 발달되어 있고 물결치는 더부룩한 털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미스티는 작은 키에 포동포동 살이 쪘고 털도 비약하다.
체릴 알저와 데이비드 알저는 그래도 상관없다. 알저 부부가 2년 전 미스티를 테려왔을 때 이 암캐는 몸이 야위어 몸무게가 27kg밖에 안 되었고 몹시 병들어 있었다. 듬성듬성한 털은 윤기가 없었고 꼬리는 털이 빠져 있었다. 두 사람은 이 개를 기르던 사육자가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다는 말으 들었다. 그 사육자는 미스티를 값비싼 강아지를 줄줄이 생산하는 데 이용만 하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길바닥에 내버렸다. 이 버려진 개는 총명하고 조심스러운 품성 덕분에 한 달 동안이나 쓰레기통을 뒤지며 살다가 동물 단속원에게 발견되어 결국 알저 부부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생활을 해보지 못한 미스티는 공놀이도 할 주 모르는 개였다 .알저부부는 미스티에게 애정을 쏟아부었다. 이들의 보살핌으로 미스티는 활기를 되찾았다.
그러나 11월의 따뜻한 오후에 미스티는 새로운 고난을 겪고 있다. " 고창증(bloat)" 또는 염전(tortion)이라 불리는 위의 응급상태로(a gastric emergency) 죽을 위험에 처한 것이다. 아이리시 울프하운드, 세퍼드, 그레이트 데인 그리고 미스티같은 아키타 종의 개들이 이 병에 잘 걸린다고 한다.
수의사들은 이 증세를 위확장염전 증후군(gastric-dilation-volvulus syndrome, or GDV)이라고 부른다. 이 병에 걸린 개는 위가 확장되고 뒤틀리면서 그 안에 가스와 음식 그리고 물이 차게 된다. 그러면 위와 비장에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의 흐름이 막히게 된다. 조직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 세포에 독성 물질이 쌓여 쇼크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병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급속히 악화한다. 따라서 촉각을 다투는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알저 부부가 찾아간 수의과병원에는 큰 수술을 할 시설이 없었으므로, 수의사가 터프츠대학교 수의과대학 캠퍼스 안에 있는 헨리와 로이스 포스터 애완동물병원에 연락을 취해 주었다. 땅딸막한 이 외색 개는 병원에 도착하는 대로 집중치료실(ICU or Intensive care unit)로 옮겨져 철제 진찰대(examining table)에 묶였다.
아키타종 개는 조그만 눈 위의 주름진 이마 때문에 늘 수심에 찬 것 같은 표정이다. 낯선 환경에 들어왔으니 미스티로서는 응당 걱정할 만도 하다. 경계하느라고 그러는지 아니면 앉거나 눕기가 불편해서인지 마스티는 타일 바닥에 참을성 있게 버티고 서서 주변의 부산한 움직을 지켜본다. 이날따라 집중치료실은 매우 바쁘다. 디스크 수술을 받은 달마티안 개 한 마리가 걱정스러운 듯이 울부짖고, 8일 전 자동차에 치인 황금색 사냥개는 증상이 악화되어 서둘러 응급치료를 받고 있다. 게다가 줄곧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수련의(intern) 존 맥그리거가 미스티를 진찰한다. 그는 큰 키에 딱 벌어진 어깨 그리고 붉은 머리 때문에 당당한 인상을 준다. 그 의사가 어리둥절해 하는 개 주인을 만난다. 알저 부부는 미스티가 탈이 나자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었다. 사이클 선수인 데이비드는 아직 사이클용 바지에 훈련할 때 입는 방한복을 그대로 걸치고 있다.
수련의 존이 수술을 해보지 않고서는 위와 비장이 손상을 입었는지 여부를 알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큰 수술이기 때문에 위험이 따른다고 알려준다.
존이 잠시 뜸을 들인다. 어느 수의사건 하기 싫은 말이 돈 이아기이다. 일반적으로 이같은 수술에는 2000-2200달러의 비용이 든다. 존이 미안해하는 듯한 어조로 말한다. "그런데 아키타종은 수술 뒤끝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비용이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스빈다."
체릴이 말한다. "우린 이 개를 몹시 사랑해요." 그러자 데이비드도 한마디한다. "가족과 다름없지요."
그리고 나서 부부는 미스티에게 무슨 말을 속삭이며 쓰다듬어주다가 걸어나간다. 그들이 떠나려고 하자 미스티가 처량하게 낑낑거린다. 체릴은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한다. 이때 시간이 오후 4시였다.
한 시간 후 미스티는 수술실에 들어가 있다. 외과 수련의 캐럴라인 가조토가 손을 씻는다, 마스티는 마취되어 수술대 위에 벌렁 드러누워 있다. 입은 벌어지고 호흡기와 연결된 튜브를 따라 혀가 비스듬히 늘어져 있다. 개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파란색 종이로 덮여 있고 배만 노출되어 있다.
캐럴라인이 메스로 배를 짼다. 주위 사람들이 긴장하여 주목하는 가운데 캐럴라인이 수술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 순간이 알저 부부가 건강한 개를 집에 데려갈 수 있을지여부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외과의가 뒤틀린위를 살짝 비틀어 풀어주면서 그 주변을 살핀다. "간은 좋아 보이고 ... 비장도 괜찮아 보이고 ... 위도 좋군." 모두들 외과 마스크와 두건을 쓰고 있어 얼굴을 잘 알아볼 수없지만 눈을 반짝이며 있는 것이 역력하다. 여의사는 이어 외과적 방법으로 위를 복벽에 부착시킨다. 위가 다시 뒤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수술 부위를 saline solution으로 세척한다. 수술은 성공적이다.
오후 6시 15분에 깨어난 미스티가 조그만 우리로 옮겨진다. 이 회복실에는 개가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스티로폼과 이불이 널려 있다.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에 체릴이 찾아온 때, 마스티는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 기쁨을 참지 못한다. 고통스러운 수술을 맏았는데도 개는 낑낑거리면서 체릴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그 앞에 앉아서 주인의 가슴에 앞발을 올려놓고 계속 낑낑댄다.
채릴이 웃으면서 개를 껴안고 쓰다듬어준다. "미스티가 말을 하네요." 그 여자가 설명한다. 집에 돌아가자는 의사표시라는 것이다. 그 개는 그 다음날 퇴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