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은 두 아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부모로서, 아들을 키움에 있어 넘어야 할 산 중에 하나는 아들의 군 입대이다. 여자들이 만나면 해산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가 단골메뉴인 것처럼, 성인 남자들이 있는 곳에는 군 생활에 대한 회고와 수다가 있다는 걸 결혼한 후 남편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군 생활은 비단 추억이라는 글자가 주는 느낌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수다만은 아니었다. 남편은 아직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군에 다시 입대하거나 다시 군 생활로 회귀하는 꿈을 꾼다고 한다. 끔직한 느낌이란다. 그러니 두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나, 엄마는 그저 걱정이 태산이다. 얼마 전에 큰 녀석은 신체검사를 받고, 2급 판정을 받았고, 아직 고등학생인 둘째 녀석에게는 예비 신체검사서가 날라 왔다. 걱정스럽던 일이 현실로 사브작 사브작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입대 예배 학교>의 출판이 반가웠던 이유다. 걱정과 염려는 어쩌면 무지 때문일 지도 모른다. 나는 군 입대를 해 볼 기회를 갖지 못했고 군 생활의 고통스러움만 여기저기서 주워 들었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실에 대하여 부정적인 소리만 잔뜩 경험했으니, 온 마음과 정성으로 키운 두 아들이 군 입대를 한다는 것은 사지에 보내는 것 같은 불안과 공포, 이것은 어쩌면 디폴트다. 대한민국 청년이라면 다 경험하는 일인데, 내 아들들이라고 못할 게 뭔가, 어쩌면 나의 이런 때 이른 불안은 무지에서 기인했을 확률이 크지 싶다.
역시다. 할 수만 있다면 두 아들을 군에 보내고 싶지 않다는 불안을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해소할 수 있었다. 부대생활 Q&A는 군에 대해서는 일자 무식자인 나에게 안정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가장 반가운 정보는 군 입대의 세월동안 꾸준하게 적금을 들 수 있다는 것이고, 게다가 이자율이 6%에 육박한다는 ‘장병내일준비적금’이란 게 있다니, 알짜배기 정보임이 틀림없다. 하하. 너무 세속적이었나? 그렇다면 좀 더 거룩한 정보는 군에 입대해서도 신앙의 진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점이다. 군인교회에는 ‘VISION2030'이라는 선교 전략이 있어서, 전도는 물론, 양육 시스템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크리스찬 부모로서 자녀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가장 큰 소망이요 축복이다. 군이란 곳이 신체적으로 부모와 독립하고, 낯설고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힘든 여정일 건데, 게다가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졌으니 그 훈련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까, 이것만으로도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나의 두 아들에게는 광야임이 틀림없다. 자고로 힘들면 부모 은혜에 감사하는 것이 절로일 것이고, 하나님을 찾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러나 심령이 이와 같더라도 지도해주고 끌어줄 사람이 없으면 허사일건데, 군목사님이나 여러 돕는 손길이 있다는 것이 일단 감사하고 안심이다. 이 책이 이걸 알려주어서 근심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군생활에 임하는 마음의 자세를 조목조목 알려준다. MILITARY의 각 자를 이니셜로 삼아, Mission, Identity, Listen, Influence, Training, Aim, Ralationship, Yes 등을 소목차로 삼아서 하나하나 군 생활에 임하는 마음의 태도를 잘 안내해준다.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4장 Influence였는데, 요셉이 이야기를 빌어 와 성실, 신실, 용서라는 태도를 알려 주었다.
“노예와 죄수로 ‘던져진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요셉)의 삶의 모습은 ‘던져진 삶’이 아니라 ‘보내진 삶’이었습니다.”(77p)
그리스도인으로서 믿지 않는 분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삶이 그저 던져진 것이 아니라 보내졌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사는 일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군이라는 곳은 원치 않는 일이고 보니 개인의 측면에서는 목적 없는 생활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할지라도, ‘코람데오’의 삶, 하나님 앞에서의 삶은 어떤 것도 우연이 아닌 필연의 목적으로 이끌어준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인류에게 보탬이 되는 모든 노동은 존엄하고 중요한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거리를 청소하는 일이 맡겨진다면 그는 미켈란젤로가 그림을 그리고 베토벤이 교향곡을 작곡하고, 셰익스피어가 시를 쓰듯 청소해야 합니다.” “이 구별됨은 ‘던져진 곳인 군대’를 ‘보내진 곳, 부르심의 자라’로 바꾸며, ‘확률에 근거한 삶’을 ‘확신 있는 삶’으로 살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형통한 삶입니다”라고 예비 군입대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런 삶의 태도는 사실 혈기왕성하여 상승욕구로 가득한 젊은이들이 알아채기 쉽지 않는 부분이다. 크고 그럴싸하고 천재적인 것은 의미가 있고, 허드레 같고 일상적인 일은 쓸모없는 것처럼 여기는 것이 흔한 태도이다. 그러나 보내심을 받았다는 의식,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삶의 태도는 일의 경중, 능력의 수월성을 넘어선 구별된 삶을 살아가게 하는 매우 지혜로운 자의 모습이다. 젊어서 이런 지혜로움을 인식하고 그것이 태도가 된다면, 그리고 이 태도를 군에서 습득할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이 간 곳에서 보석을 연마하여 나올 수도 있겠다.
큰녀석이 반응한다. <입대예비학교>라는 제목 자체가 본인에게 현실적인 주제다.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봐야겠군!”이란다. 그리고 잠시 살펴 보더니 유익하다며 읽기 리스트에 집어넣는다. 곧 이 책이 큰아들의 손에서 읽혀져, 군 입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소망으로 변화시켜 줄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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