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83년보다 더 혼란스러웠던 즈음
알송달송 접했던 곽재구 시인의 " 사평역(沙平驛)에서"
다시 꺼내 봅니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카페 게시글
시인의마을
사평역(沙平驛)에서
청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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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7
24.08.12 23:1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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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좋아하는 詩 입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읇어 봅니다
땀 말고
따뜻함이 좋은 계절을 기다려 봅니다.
근정지기님 편안 하소서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