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이런 곳에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찌 운이 좋은 날이네요.
회사 업무 때문에 시화공단에 왔습니다. 그런데, 찾아갈 물건이 아직 덜 돼서 2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습니다. 시화공단이면 바로 코앞이 대부도입니다. 그때, 이미 제 생각은 대부도를 건너 선재도로 향했습니다.
선재대교를 지나면 왼쪽으로 목섬이라는 무인도가 보입니다. 그곳은 제가 영흥도 갈 때 많이 보던 섬입니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 그곳도 알고 보니 물 때에 따라서 길이 열리는 곳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거지요. 저는 제부도와 탄도가 물길이 열리는 사실만 알고 있었지 목섬도 그런 곳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그래서 가볼 기회만 보고 있었지요.
업체에는 다른 데 일이 있어서 먼저 일보고, 2시간 후에 오겠다고 말하고 차를 몰아 시화방조제를 건넜습니다. 주말엔 낚시꾼들로 방조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데 지금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드는군요. 방조제를 건너 대부도에 도착해 조금 더 직진하면 선재도와 영흥도 진입로가 우측에 보입니다.
수많은 과속 방지턱을 넘다보니 어느새 선재대교가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망설임 없이 선재대교를 넘습니다. 오른쪽으로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모습이 꼭 남해바다에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왼쪽으론 지금 찾아가는 목섬이 당당하게 바다 길을 드러내며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 ▲ 선재대교에서 바라본 목섬 | | ⓒ2004 방상철 | | 대교를 넘자마자 보이는 길로 우회전해서 들어갑니다. 한 바퀴 빙 돌다보면 눈앞에 바다가 펼쳐집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목섬을 향해 걸어갑니다. 대충 물때도 안보고 왔는데 길을 열어준 바다가 고맙습니다.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갯벌을 걷고 있습니다. 제가 두 사람만의 은밀한 데이트를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갯벌 앞 모래사장에 섰습니다. 조개껍질과 모래가 섞여 있는 모래사장입니다. 오른쪽으로 모래사장 끝까지 따라가서 목섬 들어가는 길을 찾는데, 길이 끊겨 있습니다.
약 5m를 갯벌이 가로막고 있는데 단단한 갯벌이 아니라서 차마 들어갈 엄두를 못냅니다. 그러다가 아까 연인이 들어간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입구로 나와 그들의 발자국을 이정표 삼아 따라 들어갔습니다.
| | ▲ 이 길을 따라 걸어야 발이 빠지지 않습니다. | | ⓒ2004 방상철 | | 트랙터가 들어간 자리와 함께 그들의 발자국이 보입니다. 이 길은 단단한 갯벌이라 신발이 빠지지 않습니다. 다만 신발 뒤꿈치가 쩍쩍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기분은 느낄 수 있습니다. 걷다보니 갯벌에 들어난 길과 만났습니다.
| | ▲ 모랫길에서 바라본 목섬 | | ⓒ2004 방상철 | | 멀리서 볼 때부터 신기했지만 갯벌을 사이에 두고 어떻게 이런 모랫길이 생길 수 있을까요? 목섬으로 들어가는 길만 모래가 하얗게 드러나 있습니다. 참 신기하네요.
| | | | ⓒ2004 방상철 | | 혹시 아까 먼저 들어간 연인에게 방해가 될까봐 일부러 조용히, 조용히 들어갔는데 그들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목섬 뒤쪽으로 가버렸나 봅니다. 이 섬 주변도 모래사장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섬을 둘러보기 위해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그쪽에도 길이 보입니다. 양식장으로 들어가는 길 같습니다.
| | ▲ 아마 양식장으로 가는 길인 듯합니다. | | ⓒ2004 방상철 | | 그런데 이곳에선 별로 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은 갯벌에서 아무 것도 캐갈 수 없다는 표지가 입구에 있었거든요. 그래요. 이 곳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서 그 정도는 지켜야겠죠.
| | ▲ 목섬에서 바라본 선재도 | | ⓒ2004 방상철 | | 이제 나가야겠습니다. 모래 길을 따라 뭍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길 끝까지 가봤습니다. 역시 약 5m 가량의 갯벌이 막고 있습니다.
'그냥 건너볼까? 거리도 얼마 안 되는데?'
왼쪽 발을 갯벌에 디뎠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발을 내딛고 먼저 번 왼쪽 발을 빼려는 순간 신발은 갯벌에 파묻힌 채 양말 신은 맨 발이 쏙하고 뽑혀 올라왔습니다.
"아이쿠!"
여기서 중심을 잃으면 저 갯벌에 그냥 넘어지는 겁니다. 휘청 휘청, 다행히 중심을 잡고 갯벌에 빠진 신발을 다시 신고는 힘을 주어 빼내고 뒤로 돌아섰습니다. 정말 큰 일 날 뻔했습니다.
결국 아까 걸은 길로 다시 나왔습니다. 제 신발과 바지가랑이는 펄 흙에 심하게 더러워졌습니다. 이 차림으로 업체에 가면 아마 말은 안 해도, 어디서 놀다온 걸 들키게 되는데 큰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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