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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 군함바위로도 불리는 소뎅이 일출 |
ⓒ 김정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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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 새벽같이 다시 길을 나선다. 짙은 구름과 안개로 인해 새해일출을 못 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중평항으로 차를 몰았다.
하늘이 맑은 가운데 해무가 약하게 끼어 있어 분위기 있는 일출사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중평항이 있는 중평마을(하동군 금남면 중평리) 앞에는 무인도가 많이 떠있어 일출포인트가 많은 곳이다. 토끼섬과 작은솔섬, 솔섬, 섬북섬, 나물섬, 장구섬 등이 마을 앞에 줄줄이 떠있어 아늑하고 운치있는 마을이다.
나물섬은 연중 일출촬영이 가능하고, 장구섬은 겨울철 일출포인트이다. 나머지 섬들은 해가 오전 6시 전후로 뜨는 여름철 일출포인트가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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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평항 방파제와 소뎅이 주변의 여명 |
ⓒ 김정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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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뎅이 뒤의 창선도 위로 초생달같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
ⓒ 김정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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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인도가 아닌 암초 소뎅이를 배경으로 여명 촬영에 들어갔다. 물이 제법 빠진 상태라 갯벌로 들어간다.
소뎅이는 소의 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마을 주민들이 부르는 바위 이름이다. 겨울철 일출포인트로 유명한 경주의 군함바위와 닮아서 하동 군함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소뎅이는 2월 영등사리를 비롯해 1~3월 사이 사리 때는 신비의 바닷길이 열려 걸어서 갈 수 있다.
중평항의 방파제에서 50m 정도 떨어져 있어 방파제와 소뎅이를 함께 담아도 멋진 사진이 된다. 여명을 담고 하동의 무인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포인트라 할 수 있는 장구섬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황홀한 풍경에 몰입되어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장구섬 일출은 작년 1월에 촬영한 적이 있으니 새로운 포인트인 소뎅이 일출을 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뎅이 뒤쪽의 남해 창선도 산 위로 초생달같은 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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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뎅이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
ⓒ 김정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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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평항 방파제와 소뎅이 사이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
ⓒ 김정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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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가 온통 선홍빛으로 물든 가운데 황금빛을 발하는 해가 서서히 올라오며 찬란한 아침이 시작된다. 해가 3분의 2쯤 올라오자 바다 위로도 붉은빛을 길게 뿜어낸다. 완전히 동그래진 해가 떠오르자 눈이 부시다. 한동안 정신없이 촬영에 열중하다 삼각대를 접으면서 새해소원을 빌어본다.
차를 돌려 나오려는데, 할머니가 비닐하우스안에서 굴을 까는 모습이 보였다. 중평마을은 가을에는 전어, 가을에는 굴이 많이 나는 곳이다. 추운 날씨에 고생스럽게 굴까는 모습을 렌즈에 담는다.
"아따! 사진만 찍지 말구 만난 굴 좀 묵어바."
할머니가 고생스럽게 깐 굴을 입안에 넣어준다. 짭쪼롭한 바다내음이 입안 가득 맨돈다.
"할머니! 입에서 살살 녹아예!"
할머니는 굴을 까다 말고 연신 입에다 넣어준다. 갯마을의 넉넉한 인심이 느껴진다.
"할머니! 이 굴 이 앞바다에서 잡은 거에요?"
"아니! 올해는 여름에 비가 많이 와가 굴이 다 죽어뿌서, 남해서 가꼬왔제. 원래 여 갯벌하구 무인도서 자연산 굴이 나오는디, 올해는 다 죽어뿌고 없당께."
마을을 빠져나오는데, 마을회관 근처에도 굴까는 할머니가 보인다. 하우스 안이 추운 바깥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 추우신데 이렇게 밖에서 일을 하세요?"
"추워도 묵고 살라믄 일을 해야제."
골목 한켠에 숯에 불을 피워 추위를 녹이며 할머니 두 분이 굴까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손놀림은 여전히 빠르다. 추운 날씨에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우리가 맛있는 싱싱한 굴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