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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오정현 목사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힘을 쏟는 동시에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를 지속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초창기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자신들을 또 다른 '교회'로 정체화하지 않았다. 몇 년 전까지 '예배'라는 말을 쓰지 않고 '마당 기도회'라는 말을 그대로 썼다. '분리 예배'를 처벌하는 교단법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사랑의교회 교인이라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담임목사에 대한 입장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김근수 집사나 김성만 집사의 생각처럼,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가 진짜 사랑의교회 정신을 잇고 있다는 '본류 의식'이 있다.
운영 차원에서 봐도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특이했다. 사랑의교회가 서초 예배당으로 이전한 2013년 11월부터 8년 넘게 매주 다른 설교자를 초청해 마당 기도회를 해 왔다. 8년 넘게 매주 다른 사람을 설교자로 섭외한다는 것은 그만한 조직력과 실행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어떤 분쟁 교회도 이렇게 하지는 못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복음주의적 신앙·신학을 견지하면서도 교회 개혁에 동의·동참하는 목회자 및 교수를 많이 초청했다. 반대로 말하면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 설교하러 온다는 사실 자체가 그 목사·교수의 성향을 보여 주는 일이기도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목회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모든 목회자에게 적용되지는 않았다. 교인들은 오히려 마당 기도회에 설교하러 와 주는 이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 설교하러 오는 것만으로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랑의교회와 같은 초대형 교회는 한국교회 전반에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끼친다. 가뜩이나 학연·지연이 많이 작용하는 목회자 사회에서 사랑의교회와 척지는 일은 좋을 게 없다. 사랑의교회가 속한 예장합동 교단 목회자라면 징계도 각오해야 했다. 실제로 예장합동 소속으로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서 설교했던 이남정·정준경·진화용 목사 등은 사랑의교회가 속한 동서울노회에서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섭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매주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어찌 보면 큰 혜택이었다. 오정현 목사 설교와의 수준 차이는 둘째 치더라도, 강남 대형 교회만 다녀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다양한 설교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장합동 소속 교회에서는 잘 들을 수 없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정치와 사회문제 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설교자들이 있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가 이어져 온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대통령이 탄핵됐으며, 정권이 두 번이나 바뀌었고, 이태원 참사라는 또 다른 인재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욱 신앙 따로, 정치와 사회문제 따로 생각할 수가 없다. 미덕이 되지 않는다며 말하지 않는 것보다 건전한 성경적 시각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사랑의교회는 제자 훈련으로 유명했을 때도 '부자 교회'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옥한흠 목사도 이를 고민한 바 있다. 물론 모든 교인이 부유한 것은 아니었으나, 지리적 특성과 규모를 봤을 때 소득과 교육 수준이 비교적 높은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돈이 곧 기득권이다.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교단 중 하나인 예장합동 소속에다, 서울 강남이라는 지리적 특성, 출석 교인 3만 명이 넘었던 '메가 처치'에 다니는 사람들이 정치적·사회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지 않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는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 속한 교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갈등이 터져 나올 때도 있었다. 간혹 설교자들이 설교 내용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보수 정치권의 정책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할 때면 예배당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일생을 목회와 복음주의 사회 선교에 헌신해 온 강경민 목사가 설교 시 보수 정권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을 때,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교인들도 있었다. 어떤 이는 예배가 끝난 후 강경민 목사 면전에서 그를 대놓고 훈계했다. 설교 내용을 두고 교인들 사이에 말이 많아지자, 설교자 섭외를 맡은 팀에서 교인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를 돕기 위해 온 설교자에게는 상당히 모욕적인 일이었다. 강경민 목사는 2016년 7월 이렇게 썼다.
"내가 갱신위에 대해 오해했던 것은 그분들이 참으로 '신학적 회심'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는 점이다. 선입견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분들의 대다수를 반오정현 그룹이라고 말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물론 오정현 목사의 행태가 너무나 실망스럽기 때문에 반오정현의 편에 서기만 해도 일정하게 개혁 그룹이 된다는 것은 슬픈 진실임에 틀림없다. 그런 정신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여전히 응원하고 싶다. (중략)
사랑의교회갱신위에 속한 교인들께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드리고 싶다. 당신들은 반오정현 정신 때문에 그 고통스럽고 지난한 싸움을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옥한흠 목사님이 가르친 제자 훈련의 정신을 살려 보자는 신앙적 몸부림 아닌가! 옥 목사님의 제자 훈련은 주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뜻에 순종하는 삶을 회복하자는 거다. 문제는 삶이다. 예수의 삶을 위해 제자 훈련이 필요한 것이지 제자 훈련을 위해 예수가 필요한 게 아니다."
세월호 참사도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서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원하는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정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정치와 관련한 일이었다. 그리고 진실 규명에 적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외면하려 했던 정권들은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일부 교인은 보수 정권을 비판하는 것에 공공연하게 불편함을 드러냈다. 급기야는 몇몇 설교자가 달고 온,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 배지' 자체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서조차 세월호가 금기어처럼 돼 버린 현실에 대해, <뉴스앤조이> 김종희 전 대표는 2016년 4월 이렇게 쓴 바 있다.
"사랑의교회 마당 기도회에 참석하는 분들은 어쩌면 다행이다. 몇 년째 좋은 설교자들을 돌아가면서 초청해서 듣는다. 분쟁을 겪는 교회가 장기간 이렇게 하는 경우는 없었다. 지금도 뭐가 옳은지 모른 채 탐욕에 지배당한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소름이 돋을 것이다. 어쩌면 차라리 지금이 더 감사한 상황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러고만 있을 것인가. 슬픔과 분노에만 잠겨 있을 것인가. 매주 좋은 설교만 듣고 있을 것인가. 소송전만 벌이고 있을 것인가. 절대로 멈추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품고 있는 아픔과 슬픔을 가지고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 손이라도 잡아 보았는지 궁금하다. 안산에 가서 그분들을 안아 보았는지, 단원고 교실에 가서 눈물을 쏟아 보았는지, 광화문에 가서 촛불 예배에 한 번이라도 참여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아마 그분들을 만나고 나면 '지금 내가 당하는 이 고통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억울하게 종북, 좌빨, 빨갱이로 매도되고 있는가. 사랑의교회 마당 기도회 교인들도 그런 매도를 당할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은 억울하면서, 세월호 가족, 위안부 할머니, 밀양 할머니,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렇게 처참히 짓밟히는 것에 무감하다면, 그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내막도 모르면서 단정적으로 썼을지 모르겠다. 내가 틀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희망이 있다. 사랑의교회의 진정한 개혁의 완성은 나쁜 놈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 가족으로 상징되는 이 땅의 수많은 을들에게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는 것이다. '작은 예수'가 되는 것이다. '제자 훈련'은 그러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긴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사랑의교회를 넘어 한국교회 갱신에 이바지할 그룹인가, 아니면 그저 '반오정현' 그룹인가.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내부에서는 일부 설교자가 부착한 세월호 배지를 두고서도 말이 많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그로부터 7년이 지났지만,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설교 시간에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이야기하는 것은 여전히 민감한 일이다. 외부 설교자에게 여전히 "정치적·사회적 이야기는 삼가 주시길" 부탁한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괜한 내분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한 인간의 삶에 전인격적 영향을 미치는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삶과 분명한 영향을 주고받는 정치와 사회문제를 억지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 또한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신앙이 정치에 뒤지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김성만 집사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는 보수적인 이야기든 진보적인 이야기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강단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왜 신성한 강단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는데, 사실 본인이 그 순간 정치적으로 반응하는 거거든요.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맞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닙니까. 그럴 땐 그냥 설교자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고, 그래도 공동체 내에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절차를 밟아서 공론화하는 게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사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일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갈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해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교회 또한 이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아니 어찌 보면 교회 안에서 더욱 갈등이 첨예하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지점이다. 이는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교회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교회에서도 복음이 아니라 정치 논리가 우선시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정치적 입장에 따른 갈등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는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뿐 아니라 모든 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9.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사랑의교회 측과 2020년 1월 최종 합의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2020년 1월 15일 오후 4시 서울 강남 르메르디앙호텔의 한 회의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권영준 장로와 김근수 집사, 사랑의교회 강희근 장로와 백성호 사무처장, 당시 예장합동 부총회장이었던 소강석 목사가 모였다. 최종 '합의'를 하는 자리였다. 이미 사전 작업을 마쳤기 때문에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썩 밝은 분위기도 아니었다. 권영준 장로는 강희근 장로와 합의서를 교환하고 악수했다. 마지막으로 다 같이 손을 잡고 기도하자는 소강석 목사의 제안에 양측은 어색하게 손을 잡았다.
소강석 목사는 2019년 7월부터 사랑의교회 문제 해결에 뛰어들었다. 두 달 뒤 총회에서 교단 부총회장에 당선될 것이 유력했기에, 부총회장 자격으로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와 오정현 목사 측을 만나 합의를 위한 물밑 작업을 했다. 합의와 결렬을 반복하다, 결국 2019년 12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및 강희근·김회재 장로와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김두종·권영준 장로가 비공개로 만나 합의안 초안을 도출했다. 당시 사랑의교회 측에서 제공한 사진을 보면, 소강석 목사와 오정현 목사의 어색한 웃음이 무색하게 김두종·권영준 장로의 표정은 굳어 있다.
합의안에 따라 양측은 서로에게 걸었던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오정현 목사의 정년인 2026년 말까지 강남 예배당을 사용할 수 있고, 필요 시 사용 기한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오정현 목사는 그간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에 대한 사과문을 언론에 발표하기로 했다.
"오정현 목사님이 사과문 발표 등 합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성실하게 이행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불안했을까. 최종 합의 자리에서 권영준 장로가 마지막까지 당부했다.
"부족한 부분, 사과할 부분이 있다고 하면 충실히 사과하고 화합할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교회에 맡겨 주시면 좋겠어요. 교회가 판단해서 진솔하게 입장을 표명할 겁니다."
강희근 장로가 웃으며 답했다.
옆에서 소강석 목사가 거들었다.
"오정현 목사님이 사과를 잘 이행할 거예요. 저를 믿어 주세요."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언론에 발표된 오정현 목사의 사과문은 사과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으로 두루뭉술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내용은 "담임목사로서 저의 여러 가지 부족함과 미흡함에 대해 깊은 책임을 느끼고" 이 문구가 다였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과문이었다. 합의 사항은 오정현 목사의 진정한 사과 빼고 모두 이행되고 있다. "제대로 사과해야죠. 시간이 얼마나 지났든." 김근수 집사는 지금도 오정현 목사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정현 목사 측과 합의하는 것은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합의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은 사랑의교회 갱신의 제1대상인 오정현 목사가 아직도 담임목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합의는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좀 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정현 목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은 개탄스럽지만, 결국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의 노력을 통해 오정현 목사의 실체가 드러나게 됐으니 이제는 다음 스텝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7년 동안 지속된 소송전도 교인들을 지치게 했다. 소송이 100개가 넘었고, 소송비용으로만 수억 원을 썼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또 얼마나 많은 소송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현실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반대하시는 분도 많았어요. 합의한 후로 많이들 떠나셨어요." 현재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근수 집사는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합의 후 곧바로 코로나19 시대가 시작됐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교인들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전대미문의 감염병 시대를 맞아야 했다.
마당 기도회를 초창기부터 주도해 왔던 김근수 집사. 현재 운영위원장으로서 고민이 많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오정현 목사와의 싸움을 공식적으로 일단락했다는 것의 의미는 컸다. 이후의 상황은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 새로운 도전이 됐다. 정해진 기한 동안 안정적으로 강남 예배당을 사용할 수 있게 됐으니, 이제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지, 기한이 끝난 후에는 어떤 공동체로 존재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이미 7년을 지내 오면서 어떻게 공동체를 꾸려 갈 것인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것은 언제나 '제2의' 과제였다. 이제는 남은 기간 동안 정말 그런 공동체를 구현해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을 구현하는 시기가 유예됐다고 볼 수 있다. 합의 전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찌 됐든 '오정현 목사 타도'였다. 7년간 공동체 내부에서도 여러 사건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공동체 운영에 관한 여러 이견이 있었지만, '오정현'이라는 명확한 개혁의 대상이 있었기에 그 차이점들을 덮고 올 수 있었다. 오정현 개인에게 문제 제기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이 시대 진정한 제자 훈련이 무엇인지 보여 줬으면 좋겠다는 외부의 여러 기대와 비판도, 당장 오정현 목사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에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의 제1의 과제가 '타도 오정현'에서 '아름다운 공동체 만들기'로 변화한 것이다.
"오정현 목사와 싸우던 시기를 갱신 1기로 본다면, 이제야 갱신 2기가 된 거죠." 현재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임현희 권사의 어깨가 무겁다. 한때 약 1500명이었던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교인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었다. 코로나19를 견디고 난 지금은 400~50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갈지, 마당 기도회 10년을 맞은 지금에야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할 때가 왔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언제나 사랑의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 갱신을 위해 기도해 왔다. 사진은 2020년 1월 갱신공동체 예배. 뉴스앤조이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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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성도 각 사람이 돌아보고 정체성을 깨달아, 하나님이 무엇을 요구하시는지 거룩한 소명감과 순종으로 하나님이 주목하시는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가게 하소서."
2023년 3월 12일,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주일예배 대표 기도는 김성희 권사가 맡았다. 나긋하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조용한 지하 예배당에 울려 퍼졌다. 김성희 권사는 무엇보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내 화평을 위해 기도했다. 생각이 다르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다름을 존중하는 겸손한 마음을 달라고 기도했다.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운영위원회에도 지혜와 통찰력을 주시길 간구했다. 지금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가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들려주는 기도였다.
주일예배 대표 기도를 권사(여성)가 하는 건 사랑의교회가 소속한 예장합동 교단 교회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예장합동에서 안수직(목사·장로·안수집사)은 남성만 할 수 있고, 주일예배 대표 기도는 주로 장로들이 돌아가면서 한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서는 장로든 권사든 집사든 상관없이 돌아가면서 대표 기도를 한다. 대표 기도뿐 아니라 예배 사회도 돌아가면서 한다. 여성이라고 강단에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권위'에 대한 반감도 있다. 10년간의 사랑의교회 본질 회복 운동에서 깨달은 것은, 기성 교회가 담임목사에게 과도한 권위를 실어 준다는 점이었다. 목사에게 잘해 주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김성만 집사의 말처럼 그것이 과연 목사들에게 선하게 작용했는지는 따져 봐야 할 일이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이러한 불필요한 권위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성별에 상관없이 돌아가면서 예배 사회와 기도를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마당 찬양대'라고 부르는 성가대가 가운을 입지 않는 것도 그렇다.
2023년 3월 12일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예배. 이날 주일예배는 김성희 권사가 대표 기도, 최환필 집사가 인도를 맡았다. 성가대석에 있는 '마당 찬양대'가 가운을 입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는 2022년 초 목사 3명을 공식적으로 청빙했다. 설교와 목양을 전담하는 목회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설교 목사'로 김동일 목사를, '목양 목사'로 류석·이경희 목사를 데려왔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의 특수성에 따라 행정과 목회는 철저하게 구분돼 있고, 사실상 목사들에게 주어진 권한은 많지 않다. 전반적인 운영은 운영위원회(12명)와 사역협의회(40명)에서 논의한다. 굳이 장로교회에 빗대자면 운영위원회는 당회, 사역협의회는 제직회라 할 수 있다. 목사들은 운영위원회가 아닌 사역협의회에 들어간다.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서도 다수결보다는 토론과 설득을 통한 만장일치를 선호한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지만 크고 작은 갈등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위에서 언급했던, 사람을 정치 성향만으로 판단하는 일이 그렇다. 이는 지금 한국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갈등이기에 해법을 찾는 일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상황을 낙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 교인들은 지난 10년간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성희 권사의 기도처럼 "다양한 의견을 소통해 최선의 과정을 이뤄" 내리라 믿고 간구하고 있다.
"갱신은 결국 인격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서정식 집사는 지난 10년간의 과정에서 깨달은 바가 있다. 갱신이란 무엇인가. 그는 많이 고민했다. 갱신은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말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서정식 집사에게 갱신은 인격의 변화이고 삶의 변화였다. 그래서 평생 안고 가야 할 과제다.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가 정말 갱신을 위해 몸부림친다면, 좀 더 성숙한 인격을 지닌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정죄하는 일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 본다. "저는 무엇보다 후대에 어떤 신앙의 유산을 물려줄 것인가 생각하게 돼요. 그들이 따라 올 수 있는 가교가 되도록, 우리 모습을 통해 본을 보여야겠죠."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가 교권의 압박 속에서도 10년을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이것이 '옳은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공동체를 이끄신다, 우리의 주장이 하나님 말씀에 비춰 봤을 때 맞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가시밭길이었지만 김성만 집사는 즐겁게, 힘 있게 걸어올 수 있었다. 감옥에서도 기뻐했다던 사도 바울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았다. 상황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 공동체가 그런 능력을 갖추기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 같았다.
돌아보면 고통스러운 순간마다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소송들에서 이긴 것 또한 기적이다. 오정현 목사의 자격에 관한 소송과 서초 예배당 도로점용 소송은 모두 대법원까지 가서 파기환송된 후 최종 승리했다. 저들의 자본과 권력에 비할 때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임현희 권사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이 승소를 하나님이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에 주신 선물이라고 여겼다.
"이 선물을 왜 주셨을까요. '그래, 너희 고생했으니 이제부터는 편하게 먹고살아라' 하고 주셨을까요? 그건 아닌 거죠. 저는 하나님이 '내가 너희를 보고 있다. 그리고 너희와 함께할 것이다. 그러니 일하라'고 말씀하시는 걸로 받아들였어요. 하나님이 주목하시는 곳에 주목하면서 일할 수 있는 교회를 만들어야겠다 싶어요.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의견을 모아 가는 과정이에요. 이제 누구에게 '회개하라, 갱신하라' 말하기보다, 우리 스스로가 하나님 보시기에 정말 좋은 교회로 자리 잡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공동체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남 예배당 계단 벽면에는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의 역사가 사진으로 붙어 있다. 이 사진들은 이들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상기시킨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끝)